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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되자 어느새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짝을 이루었다.
게임을 좋아하는 게임 얘기를 하며 친해졌고,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축구 얘기를 하며 친해진다.
모두 공통된 관심사가 있었기 때문에 쉽게 친해지는듯 보였다.
그렇지만 나는 딱히 좋아하는 것도 없었고 잘하는 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 무채색인 인간.
하지만 억지로 관심사를 만들어 내어 친구를 사귀기는 싫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어느새 나는 자연스럽게 친구 없이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친구가 없다는 것이 편했다.
아마도 나는 단체 생활에 소질이 없는지도 몰랐다.
제3자의 관점에서 다른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 있었지만 그 속에 속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이렇게 무탈히 졸업할때 까지 학교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었지만 사회 생활이라는게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어느날 부터 몇몇 아이들이 모여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 중 제일 나를 심하게 괴롭힌 아이는 상현이라는 아이였다.
상현이는 아버지가 경찰이라고 했다.
곧 경찰 서장으로 진급한다는 사실도 상현이가 틈만나면 떠벌리고 다녔기 때문에 그 사실도 알고 있었다.
나는 상현이를 보며 종종 생각했다.
'아버지가 경찰이면 자식도 정의롭게 행동해야 되는거 아닌가?'
상현이의 괴롭힘 강도는 점점 심해져 심지어 나에게 돈을 뜯어 가기도 했다.
나는 얼마 안되는 용돈을 모두 상현이에게 상납했는데 상현이는 그 돈으로 담배를 사거나 콘돔을 사기도 했다.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아냐면 내가 그 녀석 대신 담배와 콘돔을 사다 바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괴롭거나 고통스럽지 않았다. 원래 감정이 무딘지 아니면 이러한 상황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
상현이는 틈만나면 내 멱살을 잡고 제발 무슨 반응이라도 해보라고 외쳤지만 나는 그때마다 무표정으로 상현이를 쳐다보았다.
"쳇 재미없어"
아마도 상현이는 나를 재미로 괴롭히는지도 몰랐다.
나는 그게 왜 재밌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대로 아무일 생기지 않고 졸업만 한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상현이가 오토바이사고로 죽었다고 담임선생님이 울면서 아이들에게 말했다.
나는 슬펐다. 진심으로 눈물이 뚝뚝 흘러나왔다. 아이들은 그런 나를 보며 마치 괴물이라도 보듯이 쳐다보았다.
'미친거 아니야? 눈물을 흘려? 마조히스트인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듯했다. 나는 담임선생님의 부탁으로 반 대표로 상현이의 장례식장에서 향을 피우고 절을 했다.
담임선생님은 상현이가 나를 괴롭히는지 몰랐다.
단순히 상현이와 내가 둘이 자주 어울려다니는걸 봤기 때문에 둘이 절친이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상현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대성통곡한 사람을 나밖에 없었다.
상현이의 부모님은 자식을 잃어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장례식장에는 제복을 입은 경찰들도 많이 왔다. 나는 상현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상현이의 아버지는 진짜 경찰이었다.
상현이의 아버지는 절을 하는 나를 보며 맞절을 했다.
상현이의 아버지 눈은 붉게 충혈 되어 있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담담히 조문객을 맞이 하고 있었다.
"네가 상현이 친구구나 말 많이 들었다."
"저를 아세요?"
"지호아니니?"
"아닌데요.."
"미..미안하구나 상현이가 워낙 친구가 많았어야지.. 녀석 그렇게 친구들하고 노는걸 좋아했는데"
"아닙니다."
영정사진속의 상현이는 어느때보다 활짝 웃고 있었다. 순간 궁금증이 생겼다.
상현이가 저렇게 잘 웃는 아이였나? 나에게 돈을 뜯을때 담배 심부름 시켰을때도 저렇게 웃고 있었나?
아니다 다른 웃음이다.
나를 보고 웃었을때는 마치 개미를 밟아 죽일때의 순진무구한 아이 처럼 웃었다.
저건 가짜 웃음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참고 싶었지만 차마 새어나오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크....크크크크.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죄..죄송해요."
상현이 아버지는 아연실색한 얼굴로 나와 뒤에 있는 담임선생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호준아!!! 장례식장에서 그렇게 웃다니 무슨 무례한 짓이니."
"푸푸푸푸후훕 죄..죄송해요 저...저도 멈출수가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그렇게 장례식장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이끌려 쫓겨나다시피 장례식장을 빠져나왔다.
순간 담배가 피고 싶었다. 상현이가 담배피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을때
그 냄새가 역해서 정말 싫었는데 이상하게 담배가 피고 싶었다.
나는 평소 담배를 사던 편의점에 들려 담배를 사고 불을 붙였다. 연기가 피어 올랐다.
"콜록콜록 이런게 뭐가 좋다고 피는거야"
마침 개미떼가 발밑을 지나가고 있었다. 순간 담배를 개미 위에 지그시 눌러 꺼버렸다.
그러자 울음이 새어 나왔다. 개미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뚝뚝 흘러 나왔다.
개미는 죽이기 참으로 쉽다
그래서 어쩔때는 허무한 감정이 밀려 들어와 눈물이 뚝뚝 흘러 나온다.
개미는 너무 쉽게 죽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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