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내부는 넓었고 환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진료대기를 하고 있었다.

다른 곳으로 이어진 복도에는 불이 꺼졌는지 어두웠다.

통화를 하는 사람, 핸드폰을 보는 사람, 옆 사람과 떠드는 사람, 말없이 대기 화면을 쳐다보는 사람.

그들 사이에서 나는 무슨 진료인지도 모른 채 그저 멍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복도 쪽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 소리에 반응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치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것처럼 모두 하던 일을 마저 했다.

복도에서는 몇 차례 같은 이름이 불렀고, 반응이 없자 다음 차례로 넘어갔다.

역시나 사람들은 똑같이 통화를 하고 핸드폰을 보고 진료 화면으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할 뿐이었다.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못 듣는 건가?

그렇게 똑같은 패턴으로 여러 이름이 지나가고 이번에는 나의 이름을 불렀다.

[네.]

나는 얼른 대답했다.

잠시 침묵이 일었다.

잠시후 더 큰 소리로 나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다시 한번 대답하며 내 이름을 부르는 복도로 걸어갔다.

저 복도 끝에서 누군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

어둠 속에서 그것이 윤곽을 드러냈다.

그것은 간호사의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사람이 아니었다.

뭐라고 설명하기 애매한 괴물의 모습이었다.

벌레와 인간, 시체가 뒤섞인 외형이었다.

그것은 또 내 이름을 불렀다.

이번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뒤를 돌아보았다.

대기실에 있던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았다.

다들 긴장과 공포가 실린 표정이었다.

그들은 표정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네가 대답했으니 네가 책임지라고.

다시 복도를 돌아보니 그것은 빠른 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도망가고 싶었으나 발이 굳었다.

그것은 서서히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눈과 눈이 바로 앞에서 마주쳤다.

그리고 꿈에서 깼다.

그대로 끌려갔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