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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당딸린 주택에 살고있는 친구의 이야기다.
작년 겨울이 끝나고 날이 풀릴때 쯤, 본인 집 마당에 고양이 한마리가 서성거린다더라.
외출해 있을 때 방법용 CCTV로 마당을 확인해봤더니 실외기 위에 아예 자리잡고 앉아 오후 내내 햇볕쬐고 있는게 아닌가.
동물을 키우진 않지만 딱히 크게 싫어하지도 않던 터라 일부러 사료를 사다 멕이지는 않았지만 대충 사이즈 작은 스댕그릇에 수돗물 쪼로록 담아 실외기 옆에 뒀더니 제껀줄 어떻게 알고 와서 물을 핥짝핥짝 먹더랜다.
그래서 처음엔 이웃이 키우는 고양이가 탈출해서 넘어왔나보다 했지만 며칠이 지나도 주인이 나오긴 커녕 제 안방마냥 고양이가 거기 눌러살게 된 것이다.
하루는 회사에서 폰 어플로 집에 CCTV를 보고있는데 학교 끝나고 집에 가던 아이들이 본인 집 담장에 우르르 모여 얄팍한 기다란 대나무 장대에 끈 같은걸 대충 묶어놓은 낚시대 같은 장난감으로 고양이랑 놀아주고 있더랜다.
혹시나 담을 넘어와 집에 무단침입하는건 아닌가 하고 계속 봤지만 딱히 선은 안넘는거 같고, 고양이도 재밌게 잘 노는거 같아서 별로 터치를 안했다고 한다.
한번은 일 쉬는날에 아이들이 와서 고양이랑 놀아주니까 아예 대문을 열어주고는 애들을 집 마당안으로 불러 고양이랑 자유롭게 놀게 해주었고, 고양이도 사람 손을 한번 타봤던 아이인지 애들이 와서 만지고 쓰다듬어도 별로 도망가지 않고 그르릉 소리내면서 좋아했다고.
며칠이 지나고, 주기적으로 고양이를 보러 오는 애들은 아예 근처 마트에서 소세지나 고양이 통조림 같은 고양이 간식까지 사와서 먹일 정도로 친해졌고, 이게 동네에 소문이 난건지 처음에 한마리였던 길고양이가 나중에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지경이 되었다.
그 얘기를 듣고 나는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야 근데 집에 길고양이들 많아지면 안좋아 지는거 아이라?"
하니까 친구가,
"왜 머가?"
하고 되묻는다.
그래서 나는 다시,
"아니 얘네들 유해조수라고. 나라에서 잡아다가 중성화도 하고 뭐 한다는데, 동물보호협회하고 맨날 싸운다잖아 구청직원들하고. 캣맘들도 극성이고."
하고 얘기를 해 주는데, 친구도 다 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 다 알지 그정도는. 그래서 나도 애들 밥 주거나 하진 않잖아. 돈도 아깝고."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양이 그냥 내쫒거나 하지 왜 그냥 둬가지고 애들이 와서 밥주고 간식주고 하게 내버려뒀냐? 발정기되면 억수로 씨끄러워지던데." 하니까,
"개얀타. 어차피 내 한달뒤에 이사간다."
"응?"
"주위에 다 마당에 개를 키우는데 밤마다 이놈아들이 짖는 소리때매 집에서 애가 잠을 못잔다이가. 그래서 이사간다고 한달뒤에."
"아 그래?"
"내가 애기 키우니까 좀 밤 늦게 개 안짖게 해달라는데 노인들이 머 말을 들어주나? 개가 짖으면 짖는갑다 하고 참고 살라는데 내라고 뭐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 무리해서 조용한 아파트로 이사갈라고."
친구네에는 생후 100일 정도 된 애가 있는데, 밤에 주위에서 개들이 짖는 소리때문에 본인도 와이프도 아기도 셋다 너무 스트레스라고.
이웃들이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는 개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본인들이 이사를 가야만 했다고.
마당에 개들때문에 갈 곳이 없어진 고양이들은 자연스레 개를 안키우는 친구네 집 마당에 모여들게 된거고.
이사간다고 신경안쓰는 친구가 이기적인 건지, 아니면 개 짖는소리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한 이웃들이 무심한 건지.
친구 말로는,
방범용 CCTV는 자기 마당 텃밭에 키우는 작물들이 자꾸 사라져서 설치했다가 그냥 짜증나서 텃밭을 없애버리고 CCTV만 남아있다고.
이웃들이 개를 키우는 이유도 자기 말로는 마을에 도둑이 많기 때문인거 같다고.
부모님이 물려준 집이라 앵간하면 계속 살고 싶었는데 애 교육떄문에라도 여긴 아닌거 같다고 하더라.
농담삼아 그럼 여기 있는 한달동안 고양이 카페라도 차리라고 농담하니 지가 생각해도 웃긴지 낄낄거린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무서워졌다.
여기에 새로 이사오게 될 사람은 마당에 모여있는 네댓마리의 고양이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그리고 이 고양이랑 놀겠다고 대문을 두드리는 아이들은 보고 뭐라 얘기를 할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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