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이다.

친한 애들끼리 모여서 떠들거나 매점으로 간다.

특별히 어울리는 그룹이 없던 나는 이어폰을 꽂은 채 책상에 엎드린다.

그렇다고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남들에게 쓸쓸해 보이고 싶지 않을 뿐.

혼자 시간을 보낸다면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어야 덜 부끄러울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나의 은밀한 취미 때문이다.

내가 잠들었다고 생각하는지, 반 친구들은 내가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떠도는 소문을 말하곤 한다.

교무실에서 들은 얘기, 옆 반에서 들은 얘기, 학원에서 들은 얘기….

때로는 비밀 상담이라며 개인적인 가정사까지 말하곤 했다.

흥미롭거나 재미난 소문 때문에 그들이 웃으면 나도 속으로 웃었다.

이번에도 새로운 소문으로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야, 너 이 이야기 알아?]

[뭔데?]

[우리 학교에 소문 있잖아.]

[이상한 소문?]

[쉬는 시간마다 자는 척하면서 사람들 얘기 몰래 듣는 애가 있대.]

[뭐 때문에 그러는 거래?]

[소문으로는 원래 이 학교 학생이었는데 친구가 없었대. 그러다 사고로 죽었는데 자기가 죽은 줄도 모르고 계속 학교에 다니는 거래.]

[헐. 대박]

[그래서 외로워서 남들 하는 얘기를 몰래 듣고 있다는데… 지금도 어디선가 듣고 있을지 몰라.]

저 소문에 주인공이 나라는 사실을 깨닫자 민망했다.

게다가 어이없는 얘기까지 더해지자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일어나면 내가 엿듣는 게 들키는 셈이니 끝까지 엎드려있기로 했다.

[중요한 점은 그게 아니야.]

[또 뭐가 있어?]

[사실 그 소문에 핵심은….]

그때,

[야, 왜 안 일어나? 종소리 못 들었어?]

반장이었다.

반장은 잠든 척하는 나를 흔들었다.

[너 왜 혼자 교실에 있어? 지금 이동 수업이니까 빨리 움직여.]

그 소리에 당황하며 일어났다.

교실 안에는 나와 반장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