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그런 경험 해 본 적 있는가?

특정 구역을 경계로 선을 그어놓은 듯

이곳은 비가 오는 데 반대는 비가 없는 현상을 목격했다거나,

실제로 있었다는 증거는 없으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친구가 있었다든지,

바다에 갔을 때 지도상 존재하지 않는 섬들이 멀리서 보이는 현상.

마치 세상에 버그처럼 보이는 기현상들.

나 또한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경험을 했었다.

때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명절을 앞두고 시골집에 친척들이 모여있었다.

TV에서 해주는 명절 특선 영화가 끝나고 어느덧 잠들 시간이 되었다.

나보다 어렸던 사촌 동생들은 다들 잠이 들었고,

어른들은 안방에서 술을 마시며 놀고 있었다.

나도 잠잘 준비를 하며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방문하고 나왔을 때,

현관문을 나가려는 막내 삼촌이 보였다.

[삼촌, 어디가?]

막내 삼촌은 첫 조카였던 나를 무척 아꼈다.

나도 그걸 알았기에 삼촌에게 자주 어리광을 부리곤 했다.

[A야, 삼촌 간식 사러 가려는데 같이 나갈래?]

[좋아, 나도 갈래.]

당시 막 면허를 취득한 삼촌은 운전할 구실을 만들어 자주 차를 몰곤 했다.

나는 평소에는 할 수 없는 늦은 외출을 막내 삼촌과 할 수 있어서 두근거렸다.

시골이었기에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여는 가게는 차로 한참은 가야 했다.

가는 길은 가로등만 드문드문 있을 뿐 볼만한 것이 없는 지루한 길이었다.

그러나 밤에 외출한다는 낯선 경험에 이동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잠시 후 편의점에 도착했고 야식으로 컵라면을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돌아가는 길은 포만감이 가득하여 졸음이 쏟아졌다.

그때, 전에는 본 적 없던 환한 건물이 보였다.

여러 가게가 모여있는 종합 쇼핑몰이었다.

다양한 식당들과 커다란 편의점도 붙어있었다.

무척 화려해서 지나가는 길에 왜 못 봤을까 싶었다.

어린 마음에 '이런 시골에도 저렇게 큰 쇼핑몰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삼촌, 저기 엄청 화려하다.]

그러나 아직 운전이 서툴러서인지 삼촌은 창밖을 힐긋 바라볼 뿐

내 얘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삼촌, 우리는 왜 저기로 안 갔어?]

나는 그 쇼핑몰이 안 보일 때까지 창문에 얼굴을 들이댔다.

삼촌은 돌아오는 내내 굳은 표정이었고 도착할 때까지도 말이 없었다.

나는 삼촌이 야간 운전을 하느라 긴장했기 때문이라 생각했고

괜히 말을 걸지 않았다.

다음날은 무난하게 명절을 보냈고, 삼촌도 평상시에 친절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명절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내가 보았던 쇼핑몰은 그 자리에 없었고 그저 넓은 풀밭만 있었다.

그때는 크게 이상하다고 못 느끼고, 그저 어른들은 '공사를 빨리하는구나.

그래서 쇼핑몰이 없어졌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시간이 지나 그날의 기억은 흐릿해졌다.

군대를 전역하고 맞은 첫 명절,

오랜만에 시골집을 방문했다.

그때 내가 봤던 그 쇼핑몰이 그 자리에 있었다.

다양한 식당들 그리고 커다란 편의점까지.

이제 이곳도 개발되어 저런 건물이 생긴다고 아빠가 감탄했다.

나는 그날 있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시골집에 도착하자마자

막내 삼촌을 찾았다.

놀란 마음에 그날 같이 외출했던 일을 얘기했다.

그러나 삼촌은 그날에 기억을 잊었는지, [그랬었나?] 하고 웃을 뿐이다.

만약, 그날 그 쇼핑몰로 가자고 삼촌을 졸라댔다면

그랬다면 과연 어떤 일이 생겨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