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내가 버스 운전기사로 일했을 때 일이다.

갓 신입 버스 기사였던 나는 의욕이 불타있었다.

내가 배정된 곳은 시골 지역으로 승객이 많은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당시 내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소수의 승객이라도 안전 운행을 하자, 운행 시간을 엄수하자는 열정으로 가득한 신입이었다.

그렇게 하나씩 적응해가며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마지막 타임을 운행하고 있었다.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이지만 승객이 적은 코스여서 그런지 긴장이 많이 풀린 상태였다.

특히나 마지막 시간은 탑승 인원이 1~2명이 되는 둥 마는 둥 했고,

빈 버스를 운행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때도 그랬다.

승객이 없는 빈 버스를 운전하며 어두운 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한 남자 승객이 탑승을 했다.

그 승객은 내 또래로 보였다.

그는 많은 자리를 놔두고 내 뒷좌석에 앉았다.

핸드폰을 하다 심심했는지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못 보던 얼굴이네요? 시작한지 얼마나 됐어요?]

평소라면 야간 운전에 집중하느라 짧게 대답 했을 것이다.

그러나 마침 지루했었고 졸음까지 쏟아지는 상황.

게다가 이 지역에서는 보기 드믄 또래였기에 그의 질문이 반갑기까지 했다.

[네, 일 시작한지 이제 한 달쯤 됐습니다.]

상대도 오랜만에 만난 또래가 반가운지 꽤 수다스러웠다.

이 지역에 왜 오게 되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이 지역 역사가 어떤지….

그 남자는 이 지역에 오래 살았는지 역사나 지리를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

어찌나 말이 재밌던지 라디오까지 꺼버리고 그의 얘기에 푹 빠져들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다음 정류장을 앞에 두고 신호대기를 하고 있었다.

[혹시 저 사람도 태울거에요?]

내 뒤에 남자는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멀리서 정류장을 바라보니, 특이한 옷을 입은 사람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승객이라면 당연히 태워야죠.]

조금 전까지 남자와 농담을 했었기에 이번에도 농담인줄 알았다.

[생각해봐요. 이 시간에 저 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는게 말이 돼요?]

그가 말한 저 곳은 공동 묘지로 쓰이는 공원 입구 쪽이었다.

대낮에도 찾아가는 사람이 드믄 곳이다.

막차 시간까지 머물고 있었다는 게 평범하진 않았다.

[아무리 봐도 이상하잖아요.]

남자의 목소리에서 두려움이 느껴졌다.

나는 서 있는 사람을 자세히 보았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스님이었다.

[보니까. 스님 같은 데 별일 있겠어요?]

[이 근처에는 절이 없어요.]

그의 대답에 내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남자는 계속해서 나를 설득했다.

신호가 바뀌고 버스는 정류장에 다다랐다.

찰나에 순간, 남자의 말처럼 그냥 지나갈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번 버스를 놓치면 저 스님은 외진 곳에서 곤란할 것이고,

설마 남자가 둘이나 있는데 무슨 일이 생길까 싶었다.

문이 열리고 스님이 올라탔다.

스님은 요금을 낸 뒤 내게 합장을 하고는 버스 중간 자리에 앉았다.

내 뒷자리에 남자는 스님을 경계하며 입을 꼭 다물었다.

그렇게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갑자기 스님이 염불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버스 안에 울려 퍼졌다.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 당황했다.

[스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돼요.]

그러나 스님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그 소리가 점점 커졌다.

남자의 말대로 태우지 말고 갔어야 했다.

기분이 찜찜했지만, 곧 종점에 도달하므로 운전에 집중하기로 했다.

약 10분 정도를 더 달리자 마침내 종점에 도착했다.

손님들이 내리는 것을 보기 위해 백미러로 확인했다.

그런데 내 바로 뒷자리에 앉았던 남자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내리려던 스님과 눈이 마주쳤다.

[큰일이 생기기 전에 만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스님은 합장을 한 뒤 버스에서 내렸고,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