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날처럼 괴담게시판 지박령답게 새로고침을 누르며 올라오는 글들을 하나씩 읽던 중이었다.

새로고침을 하자마자 2초전에 올라온 글이 바로 보였고 제목도 읽을 새도 없이 허겁지겁 눌러버렸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보니 괴담이 아닌 질문글이어서 김이 팍 새버렸지만, 리젠이 비교적 적은 괴담 게시판 특성상 이 글 이후에 또 언제 글이 올라올지 모르니 일단 좀 읽어보기로 했다.

글은 평범한 질문글이었는데 대충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몰라도 예전에 한번 읽은 괴담이 있는데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보이지 않는다, 어디서 읽은지 모르겠다, 아래에 기억나는 줄거리를 남길테니 알려주면 고맙겠다, 라는 단순한 내용.

뭐 얼마나 괜찮은 괴담이었길래 이렇게 다시 보고 싶다고 글까지 올리나 싶어 피식 웃었다가, 이런 글 올릴 정도면 진짜 명작 괴담 아닐까 싶어 어떤 괴담인지 작성자가 올린 내용까지 읽어보았다.

근데 정작 김이 팍 새버리게 괴담 내용은 별거 없는게 아닌가.



제목 : 이 글을 읽지 마시오

이러한 제목의 글이 어느날 주인공이 자주 이용하는 게시판에 올라온다.

호기심에 그 글을 누른 주인공이지만 정작 글에는 사진 한장만 올라와 있을뿐.

어떤 어두컴컴한 방을 비추는 시점의 사진엔 책상, 의자, 그리고 의자 옆에 서서 뒷모습을 보여주는 어떤 사람의 모습 뿐.

피식 웃고 넘기려던 찰나, 뭔가 이상함을 느낀 주인공이 다시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어두컴컴한 방이 뭔가 낯익다.

책상이 어디선가 많이 본듯하다.

의자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의자 뒤편에서 정체모를 인기척이 느껴진다.

그리고 -



라는게 그가 올린 괴담 내용의 끝이었다.

......이 정도면 별거 없는데다가 다 기억하고 있는거 아닌가?

이게 굳이 다시 찾아볼 정도의 괴담?

아무리 생각해도 영 아닌거 같았지만, 어쨌든 뭐 작성자 나름의 이유가 있는거겠지.

뭐 나름 신선했네, 하고 넘기며 다시 게시판으로 넘어가려다가 보니 작성자가 자기 글에 댓글을 하나 달아놓았다.

이 괴담을 찾아주시는 분께는 소정의 보답을 하겠습니다, 라고.

물론 보답이래봤자 이 사이트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캐쉬일 뿐이었지만 - 뭐, 커뮤망령에게는 그정도면 큰 보답이지 않겠는가.

결국 나름의 흥미가 돋아 한번 찾는 시늉이라도 해보기로 했다.

그럼 일단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나 잠깐 고민하면서, 무심코 괴담의 제목을 복사해서 한번 검색하보기로 했다.

일단 구x, 네이x 다 열고...

아, 괴담 게시판에도 한번 비슷한게 나오나 검색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먼저 괴담 제목을 입력해 검색을 눌렀다.

그랬더니 황당하게도 바로 글 하나가 검색됐다.

그것도 내가 복사해 입력한 그대로의 제목 "이 글을 읽지 마시오" 가 말이다.

아니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데 이걸 검색도 안하고 못찾겠다고 글 올렸네?

이건 뭐하는 사람이람, 하고 혀부터 쯧쯧 차다가 혹시 뭐 제목만 같고 다른 글일수도 있으니 확인을 해보기로 했......



아니, 잠깐, 뭔가 이상해.


정말 겨우 이걸 못찾았다고?


근데 사진이 뭔가 이야기한거랑 다른데?


사진도 좀 밝고 컴퓨터도 있고...


아니, 아니지, 작성자가 올린건 '게시판에서 사진이 올라온 글을 봤다는 내용의 괴담'이지, 그냥 '사진'을 봤다는게 아니잖아?


근데 왜 괴담 속 그 글이랑 비슷한 사진이...


어?


저거, 내 컴퓨터랑 똑같은거 같......


어? 어??




그리고 그 순간, 의자 뒤편에서 정체 모를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