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귀신은 없다 생각한 나는 형제 자매들에게

이끌려 용하다는 점집에 점사를 보러갔다.

무신론자인 나한테는 아무 쓸모없는데

왜이렇게 보채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심지어 복비도 엄청 비싸다던데....

쌀 한가마니라고 했는가?

쌀 한가마니면 몇 해를 먹을 수 있는거야?

내심 짜증이 난 나는 점집무당을 골탕먹이기로

마음 먹었다.

이윽고 점집 문 앞까지 당도한 나는 알수없는

차갑고도 따뜻한 형용할 수 없는 기운에 고개를

갸우뚱 했으나 기분탓일 거라며 애써 나를 달랬다.

대문을 넘어서자 몸이 사시나무 떨듯 발발 떨리기

시작했다.

필시 감기에 걸린 모양이로구나! 라고 나를 속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신방 앞에 선 나는 떨리는 내 두손을 꼭 잡으며

이건 다 미신일거야 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 잡은 채 문지방을 넘었다.

그 순간

세상이 붉어지고 양옆으로 앉아있는 무서운

신상들이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다시 손이 떨리기 시작하며 이번엔 온 몸까지 떨리기

시작했다.

두려움, 경외감 등등의 위압적인 기운이 나를 감싸

식은땀이흐르고 개새끼마냥 오줌을 지리고싶었다.

그때 우렁차고 냉기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신일인고??'

나를 등져 앉아있는 점쟁이를 노려보았다.

골탕먹이기로 마음 먹었으니 끝까지 놀릴 참이었다.

'점보러 와수다'

그러자 대답이 날아왔다.

'니가 무신점을 봐? 썩 안꺼지니? 나는 보호받고있는 몸이다 이놈아'

말 한마디한마디가 칼처럼 아렸지만 그의 무심한

태도에 화가난 나는 화를 내며 말했다.

'너무 심한거아니여요? 난 손님인디 왜 점도 안봐주구 내칠려고만 하오? 그리구 난 귀신을 안믿어'

그러자 점쟁이가 실소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더욱 화가난 나는 다시 되물었다.

'거 왜 웃는거요? 그리구 귀신은 다 반대로 행동한담서? 물구나무서서 다니고 박수도 거꾸로 친담서?'

라고 말한 뒤 피식 웃으며 거꾸로 박수를 보여주니

점쟁이가 숨넘어갈듯 깔깔웃으며 소리쳤다.

'니놈이 사람박수흉내를 내는구나!! 깔깔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