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음슴반말체 가겠읍니다.
바햐흐로 과거에 내가 격투기시합을 하루 앞둔 날이었음
다음 날을 위해 일찍 운동을 마치고 집가던 길이었는데,
전여친（A）이 알바끝나는 시간이어서 보고싶은 마음에
집에 바래다주겠다고 카톡을 했음.
A는 내일 시합이니 그냥 일찍 들어가 쉬라고 혼자 잘 들어가겠다고 했음.
A가 배려해줬다 생각하고, 나도 괜히 만났다가 더 오래있고 싶어할지도 모르니
알겠다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김.
그러다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대각선 방향에 A가있는 걸 봄.（같은 동네였고, A는 동네에서 알바했음）
우연이라도 봤다는 마음에 반가워서 건너편에서 인사라도 할 겸
톡을 보내려는데, 옆에 다른 남자가 서있었음...
그래서 그냥 알바끝나고 잘 들어가고있냐고 톡을 했는데
A는 폰을 들어 화면에 뜨는 알림창으로 내용만 보고 다시 가방에 집어 넣는 걸 봄.
그러더니 길 건너 롯X리아에 들어가서 둘이 같은 아이스크림 사들고 나와
먹는 모습.
평소에는 내가 사먹을까 해도 괜찮다고, 단거 안좋아한다고 늘 그랬는데.
괜스레 한번더 보고싶다고 톡을 보냈는데
이젠 아예 폰을 꺼내지도 않음
왜인지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고 그 둘을 건너편에서 뒤따라가봄.
（아ㅋㅋ 글 쓰는데 가슴이 쿵쾅거리네요ㅋㅋㅋㅋㅋㅋ）
점점 A집으로 가는데 두 사람의 발걸음이 멈추질 않고
A의 아파트 단지까지 들어가는데 거기서 더 뒤따라 갈 수 없었음.
아니, 못 따라가겠어.
눈물이 정말 왈칵 쏟아져 주륵주륵 내리더라.
절대 그럴일 없다고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그냥 내가 오해하는 거라고 아마 집 라인앞까지 바래다준거겠지
그런데 A는 분명 혼자 알아서 가겠다고 했는데?
내가 오늘 일찍끝난걸 갑작스레 말해서 다른 사람 보기로 한 약속이 있었던걸 말못했나? 그럼 그냥 다른 사람 보기로했다고 말했으면 됐잖아?
복잡한 생각과 감정에 주체를 못하고 정신이 무너질것같아서
생각하기를 멈추었음
그 뒤를 도저히 이어 볼수도 보고싶지도 않아서,
괜히 눈물 지우는 시늉이라도 했다가 사람들 눈에 띌세라
고개 푹 숙이고 집으로 감.
집에 와 내일 시합이니 일찍 자겠다하고 방문 잠그고
방안에서 한참 울었음
내일 시합이니 그만하고 자자 하면서도 잠을 이룰수가 없었음
어느새 새벽에 잠기고
마음이 불편해서 기대앉아 최대한 아무것도 아니라는 전개로 생각을 해보다
혼자 끙끙 앓아선 안되겠다, 사실대로 말하고 설명을 좀 해주라고 말해야겠다
하면서
카톡을 써보냄. 내가 보았던 모습들, 내가 들었는 생각, 느꼈던 감정.
써보내고 나니 곧 카톡을 읽은 1이 사라짐.
당황해하며 답장을 보내주는데 그런거 아니라고
놀랐겠다, 그냥 우연히 만났는데 아는 동생이다.
누나노릇하고싶어서 아이스크림 사준거다
내가 버스정류장까지 바래다주려했는데, 동생이 집까지 바래다주겠다해서
같이 간거다라고...
그런데 왜 내 톡을 씹었고 나중엔 확인도 안했지하고 느낀 실망감을 여전히 남아있었음.
알겠다하고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했음
내 감정은 지금 너무 난잡했기에.
난 잠을 이룰수가 없었음
결국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시합지역으로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체육관으로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모여 감
오전에 체중측정을하고 점심을 먹는데
A에게 파이팅이라는 톡이 옴.
뭐랄까...A가 상황설명을 해주었지만, 어제 내 눈으로 본 그 모습들이
자꾸 선명히 생각나고 의심을 하고있는 스스로를 마주하고 있다는 걸 느낌.
어쨌든 곧 당장 몇시간 뒤 시합이기에 집중해야하고, A와도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 나누기로 했으니 섭섭한 감정 최대한 꾹꾹 눌러
"응" 한마디 겨우 보냄.
이게 다른사람 눈에 퉁명스럽게 보일지 몰라도
적어도 내게는 이게 최대한 감정을 배척하고 내가 중요한 시기를 앞둔 와중에 보낼수있는 최대한의 답변이었음
난 지금 정신통일이 전혀 되고있지 않았지.
시합을 치룸.
TKO 패배
초반에 상대가 니킥을 자주날렸는데
중간에 상대의 발차기모션을 보고 니킥이라 생각했다가 하이킥을 턱에 맞아버림.
가드가 내려갔고
이어오는 내 명치를 향한 상대의 플라잉니킥을 허용.
그런데 단순히 명존쎄를 맞았으면 맞았지 어째선지 하루종일 아픔
저녁에 체육관식구들이랑 밥먹고 내일은 체육관쉬고 병원이나 갔다오래서
다음 날 병원에 갔더니 폐에 빵구가 터져있었음. 기흉.
하룻밤 집에서 자는동안 몸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공기로
장기들이 밀려압박을 받고있었음
곧바로 응급실에서 몸통부위에 마취를하고 메스로 옆구리를 2센치정도 갈라 호스를 넣고 배에 힘주라해서 힘줬더니 부글부글소리와 함께 뭐가 나오는 소리가 들림.
아무튼 연락했던 어머니께서 오셔서 수술절차 밟으시고 금식하루하고 다음날 수술받음.
수술이 끝나고 수면마취에서 깨어남.
천장을 보며
참 ㅈ같다 생각했음.
흔들리는 믿음과
상대에게 최선의 예의를 갖추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시합에서 진 것도 모자라 병실에 누워있는 모습이
그렇기 참 보잘것없고 한심하기 짝이 없을수가 없었어.
정말 창피하고 부끄러웠어.
A에게서 톡이 와있었음.
시합 잘 끝났냐고, 다치지않았는지, 다음주에 같이 여행가자고.
이전보다 더 밝은 느낌으로 말하는 모습에
내 기분에 맞춰주고 있구나, A도 나랑 잘 지내려 노력하고 있구나 느꼈지만
지금 내 꼴과는 상반되는 모습에 감정이 복잡했음.
일단 시합에서 지게되었는데, 부상을 입어서 입원하게되었다고
여행은 못갈것같다고 말함.
A가 병문안을 종종 와주었음
같이 있어주면서 서로 엊그제 이야기는 안하고 웃으며 시간보냈음.
퇴원하고 나서 이별하자고 통보받음.
난 다시 필드에 복귀하기 위해 운동을 재개하려 했는데
맙소사 몸통이 욱신거리고 힘이 잘 안들어가서 그런지
3키로 아령도 한번을 못 들어올림. 팔굽혀펴기도 윗몸일으키기도 한번을.
정말 나약하고 초라한 나를 마주했지...
정말 쓰레기같았어...
한달여정도는 운동에 엄두도 못내어 스포츠지도사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몇개월 조심스레 보내며 제대로 격투를 못하며 보내다가
태권도 사범 일 좀 하다 군대가게 됨.
씨1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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