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공게에 글을 쓰는 건 처음입니다.

공게에 올라온 괴담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문득 어렸을 적부터 종종 겪었던 기이한 일들이 생각나 적어 봅니다.
필력이 좋지도 않고 확실하게 "이거 끔찍하게 생긴 귀신이다, 무섭다!!" 싶은 상황들은 없었다 보니 재미 있을 진 잘 모르겠습니다.

아, 참고로! 얘기 내에서 나오는 대화 지문은 당시 기억을 되짚어 대략 이런 맥락이였다~ 느낌으로 적어둔 것입니다. 실제로 저런 식으로 말했는진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1.
초등학생 시절에 있던 일입니다.
당시 주택 1층에서 살고 있었는데, 안방의 침대가 창문을 향해 있었고 침대에 누워서 창가를 바라보면 옆 집과 겹쳐 잇는 높은 벽, 그리고 옆 집에서부터 자라난 2층 정도 높이의 큰 나무 한 그루가 보였습니다.

기이한 일이 있었던 그 날은 부모님이 절 안방에 재웠던 날이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그 당시 부모님이 안방에 없으셨던 걸 보니 아마도 외출을 하셨던 날이 아닐지 싶습니다.）

한창 잠을 자던 도중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많이 어렸던 나이라, 한밤 중 눈을 뜨는 일이 흔치 않았고 창문 바깥으로 옅은 달빛이 들어와 파란색 풍경을 자아내는 것이 신기하여 누워있던 상태 그대로 창 밖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풍경 중, 있어서는 안 될 것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나무 위에 누군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것은 머리가 길고, 하얀색 치마를 입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적의 저라도 그것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이것이 사람이 아니란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한 것이, 그 여자는 눈코입이 없었거든요.
다행히 제 쪽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고개 방향 상 2층 창문을 지켜보고 있는 듯 보였거든요. （확실치는 않지만, 절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대로 굳었습니다. 사람이 극심한 공포를 느끼면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던 것 같습니다.
눈조차 돌리지 못하고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와중,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사람이 날 바라보면 큰일이 난다!"

저는 곧바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눈을 감았습니다.
혹여나 눈을 뜨면 그것이 절 쳐다보고 있을까 봐, 정말 필사적으로 그것을 외면하고 잠을 청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아침이었습니다.
창 밖에 있던 그것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똑같은 것을 본 적은 없습니다만.. 아직도 나무 위에 앉아있는 그 모습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2.
대략 중학생 시절의 일이었습니다.
당시 전 2층 침대의 1층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머리맡 부근에 문이 있어 자는 도중 거실 쪽 빛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는 용도로 2층 칸막이（?）에 옷들을 주렁주렁 걸어 나름대로의 커튼 역할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 날 역시 자던 도중 새벽에 깨어났던 것 같습니다.
왜 눈이 뜨인 건진 모르겠습니다. 졸린 와중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 버려서 그냥 다시 자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방문이 열렸습니다.
옷으로 가려져 배 밑부터 다리까지만 보였지만.. 여자로 보였습니다. 그것은 문을 열고 아무런 말도 없이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당시엔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위층에서 내려온 언니였다면 바로 위로 올라갔을 테니, 엄마가 몰컴이라도 하나 감시하러 온 거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래서 마저 잠이나 자자, 하는 생각으로 눈을 감았습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렇게 그날 밤은 별 문제 없이 지나갔습니다.

다음 날, 저는 엄마한테 어제 밤에 왜 내 방에 들어왔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엄마, 어제 밤에 내 방 왜 들어왔어?"

"무슨 소리야?"

"아니, 어제 밤에 문 열고 서있다 돌아갔잖아?"

"뭔 소리야~ 엄마 그런 적 없어. 꿈 꿨어?"

"그럼 언니야??"

"아니? 나 밤에 일어난 적 없어."

소름이 돋아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전 이사를 갈 때까지 절대로 머리 맡에 걸어둔 옷들을 치우지 않았습니다.


3.
고3 시절, 입시 미술을 할 때의 일이었습니다.
당시 학원엔 디지털 작업을 위한 PC가 출입문 바로 옆 쪽, 벽면을 바라보는 방향에 놓여 있었고 그 옆엔 자료집이 꽂힌 책장이 있었습니다.
PC 뒷 편으론 창가와 학생용 책상들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교실 밖으로 나가기 위해선 반드시 PC 이용자의 시선이 닿는 방향으로 나가야 했었지요.

그 날은 유독 수강생이 얼마 없던 날이었습니다. 대략 9시 부근 시간대라 어린 학생들은 집에 갈 시간이었고, 비슷한 입시 수강생들 몇몇이 빠진 날이었거든요. 대략 절 포함해 2~3명 정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디지털 작업을 위해 PC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던 와중이었습니다.
책장 쪽으로 새하얀 손 하나가 책을 가져갈 듯 천천히 앞으로 뻗다, 이내 거두더군요.
손이 보였던 당시에는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자료집을 가져가는 학생인가.. 싶었거든요.

근데 이상합니다.
당시 날씨는 한겨울, 그리고 보였던 손은 팔까지 새하얗게 아무런 소매 하나 걸치지 않은 모양새..
아무리 미술 학원이라고 해도 그게 가능한가? 싶어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것이 사람의 손이었다면 분명 뒤 쪽으로 걸어가는 사람이 보여야 하는데, 그 누구도 없었습니다.
그 잠깐 사이에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사람의 속도로 불가능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발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엔 헛것을 봤나, 하고 넘기긴 했다만은..
지금 생각해 보면 입시를 하는 동안 화장실에 들어가 있는 동안 옆 칸으로 누가 들어가 문고리를 잠그는 소리가 들려 나와 봤더니 아무도 없었다던가 하는 기이한 일이 몇 번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참 요상하네요.. 맨정신으로 깨어있을 때 겪었던 일엔 정작 타격이 없었다는 게..


4.
마지막으로, 20대 초반에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에 게임을 하고 있던 터라 시간도 확실히 기억 나네요, 새벽 3시었습니다.
당시 게임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이어폰을 통해 노래를 듣고 있었습니다. （전영호씨의 버터플라이였습니다. 노래 참 좋아요 ㅋㅋ）

문제는 노래의 간주 부분에서 생겼습니다.
분명 여러번 들었던 노래라 중간 간주 부분에 별다른 독백이나 가사가 없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귀에다 대고 누군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까꿍!" 하는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깜짝 놀라 이어폰을 빼고 주변을 둘러 보았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가족들은 이미 다 자고 있었고요..
당시 노래를 유튜브로 듣고 있었기도 했고, 당연히 누가 노래에다 장난질을 해 둔 거라고 생각해서 노래를 다시 돌려 들어 보았습니다.

안 들렸습니다.. 그런 목소리..

지금도 그 여파로.. 새벽 시간대에 이어폰을 사용해 노래 듣는 걸 꺼리는 편입니다.
언제 또 그런 목소리가 들릴 지 몰라 찜찜해서..ㅋㅋ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여담으로 1번/2번/4번 이야기의 집은 전~ 부 다른 집입니다.
똑같은 집이었으면 저 무서워서 못 살아요 ㅋㅋ

4번 일을 마지막으로 이런 기이한 경험은 따로 못 겪어보았습니다. 여전히 겁은 많지만 ㅋㅋ 지금은 '겨우 퇴근해서 쉬고 있는데 어디서 감히 귀신 ㅅㄲ가 사람님 휴식을 방해하고 있어?' 하는 생각으로 살고 있거든요 ㅋㅋ

사실 그 당시 꿈을 꾼 것이거나 전체적으로 음산한 분위기 속이라 헛것을 보고 들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치만 이런 건 자세히 생각하면 원래 재미 없잖아요 ㅋㅋ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