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너무 미스테리해서 써본다.

회사가 4층짜리 건물인데
4층 여자화장실 첫번째 칸에
양변기 뚜껑이 닫혀있고
두루마리 휴지로 십자가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보통 막히거나해서 쓰지 말라고 하면
엑스 표시를 해야되는데
십자가 표시를 해놓았고

뚜껑을 열면
두루마리 휴지를 엄청 뭉쳐서
막아 놓았다.

미화 여사님이
휴지를 빼니까
엄청 길게 나오다가 끊어졌다고 한다.

이것은 일부러 한 것 아닌가?
용변보다가 그런게 아니다.

여자화장실 양변기에
생리대부터 각종 화장품까지
별의별 물품이 들어가 막히는 경우를 봤지만
두루마리 휴지를 뭉쳐서 막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일부러 그런것 같다.

미화 여사님은 새벽에 청소하다가
너무 무서워서 다리가 풀렸다고 한다.
휴지 십자가와 휴지를 뭉쳐서 일부러 변기를 막는다?
나 같아도 무서웠을 것 같다.

나는 일단 미화 여사님을 안심시켰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휴지 십자가를 만든 사람이
여사님한테 해코지 하는 일은 없을거라고 이야기를 했으나
미화 여사님은 아직도 무서워 하고 있다.

​왜냐면 이게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두번째다.
처음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별 생각 없었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이게 두번째라는 것은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
가능성은 3가지라고 본다.
1. 종교적으로 미친 사람
2. 여자를 겁주고 싶은 미친 남자
3. 여자화장실을 혼자 쓰고 싶은 미친 여자
​
1. 종교적으로 미친 사람
일단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휴지로 굳이 십자가를 그릴 이유가 없다.
게다가 두번 다 휴일이 길게 시작되기 바로 전 날에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뭔가 본인만의?
아니면 종교단체의?
의식을 하는 것이 아닐까??

2. 여자를 겁주고 싶은 미친 남자
종교보다는 가능성이 적어 보이지만
여자화장실에 했다고 해서 꼭 여자가 했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하는 것이 추리의 기본
​
우리 회사는 여자 직원보다 남자 직원이 훨씬 많다.
본인의 이상한 성적인 만족을 위해서
이딴짓을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
하지만 휴일이 길게 시작되기 전에
휴지십자가를 해놓는다면
물론 휴일에 출근하는 직원도 있겠지만
휴지 십자가를 보고 놀라고 무서워할 가능성이 적어진다.

​3. 여자화장실을 혼자 쓰고 싶은 미친 여자
4층 여자화장실은 최근에 공사를 새로하고 인테리어도 새로했다.
다른 층에 비해 깨끗하고
다른 층에서 일하는 여자 직원도 굳이 4층 화장실을 쓸 정도다.

화장실이 꽉 차 있으니까
뭔가 이상한 짓을 해서 4층 화장실을 못 쓰게 하려는 것은 아닐까?

이것도 굳이 휴일 전에 했을리 없다고 생각된다.
휴일에 출근하는 여직원이었다면
화장실에 여유가 많았을 것인데
굳이 이런짓을?
​

마지막으로..
일단 이 사실을 최대한 많은 직원에게 알리고 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범인은 잡히기 싫을 것이고
더이상 휴지 십자가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24년 3월 1일은 금요일이다.
주말까지 포함하면 3일을 쉬는데..
휴지십자가 범인은 또 범행을 저지를 확률이 있다.

그렇다면 24년 2월 29일에
미화 여사님이 퇴근하는 오후 3시 이후
나는 4층 여자화장실을 가봐야겠다.
과연 휴지 십자가를 발견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