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짓을 한 거야?”

간신히 진정하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내 품에 안긴 것은 목에서 피를 흘리며 차갑게 식어버린 어린 아들.

아내는 주저앉아서 그냥 서럽게 울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의사는 되도록 아내를 혼자 두지 말라고 했던건 기억하고 있다.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니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그래서 정말 몇 달간 딱 붙어서 예의 주시했다.

다만 최근들어 별다른 일이 없어 잠시 편의점을 다녀온 것뿐.

맹세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아내와 아들이 그저 얌전히 소파에 앉아 티브이를 보고 있는 걸 분명 봤는데

고작 10분 만에 어떻게 이 사달이 난 건지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우선 냉정해지기로 했다.

상황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

“자. 괜찮으니까 말해봐. 왜 그랬어?”

아내는 더듬거리더니만 말했다.

“딸꾹질...”

“뭐?”

“자꾸 일부러 딸꾹질하잖아. 나 약 올리려고.”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고작 그런 이유로 자기 아들을 죽여?”

아내는 도리어 화를 내며 소리쳤다.

“당신이 그걸 봤어야 해!

그 지랄 맞은 애새끼가 일부러 나 시끄러우라고 잠시도 안 쉬고 딸꾹거렸어.

당신도 알잖아! 그놈이 얼마나 날 못살게 구는지.

쩝쩝거리고 쿵쿵대고 콜록대면서 잠도 못 자게 했다고.

분명 일부러 그러는 거야. 날 우습게 보고 일부러 괴롭히는 거라고!

그래서 죽였어! 안 그랬으면 내가 죽었을 거야.”

또 다. 지난 얼마 동안 그랬던 것처럼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남 탓만 하고 있다.

자기 행위에 대한 정당성만 주장하고 있다.

이제는 반박할 마음조차 올라오지 않았다.

아주 작게 한숨을 쉬고는 차분하게 생각해보았다.

어차피 더 이야기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온전치 못한 아내에게 윽박질러봐야 상황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내가 어떻게 할 것이냐였다.

사실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냥 조용히 119를 부르면 될 뿐.

그저 그렇게 하면 그만이지만 몰려오는 괴로움에 이를 앙물어야 했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스탠드를 휘두르며 소리를 질러대는 아내를 보필하느라

잘나가던 직장도 관두고 그전 연봉의 반도 안 되는 수준의 재택근무만 하고 있었다.

생활은 쪼들리는데 병원비에 약값에.

잠도 설치고 화장실도 맘 편히 못가면서 매 순간순간을 살얼음판 걷듯 해야 했다.

그럼에도 아내는 모든 것을 내 탓. 아들탓. 그리고 주변 모든 것의 탓으로 돌리며

심지어는 자신의 짓이 아니라며 모든 잘못을 내게 떠넘기려 했다.

그 억지와 짜증을 전부 받아내며,

오로지 우리 가족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그렇게 죽기 살기로 버텼건만

결국엔 이런 최악의 결과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갑자기 아내가 너무도 미워졌다.

난 참았던 분노가 끓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아내에게 외쳤다.

“사과해. 죽은 우리 아들한테 사과하고. 또 나한테 사과해.

당신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란 말이야.”

그래봐야 의미는 없겠지만 지금으로선 제대로 듣고 싶었다.

아내가 사과만 한다면 이 감정을 억누르고 다시 시작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이게 다 당신 때문이야!

당신 닮아서 저 애가 그렇게 멍청하고 추잡하고 지랄 맞았던 거고.

당신이 날 자꾸 구속하고 숨통을 조여와서 살 수가 없었어.

그러니까 다 당신 때문이야! 난 아무 잘못도 없어!”

또. 또 저 소리.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지금은 아내가 정상이 아니라는건 잘 안다.

하지만 계속된 남탓과 독설은 내 마음을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발기고 있었다.

“당신! 그래. 당신이 죽인 거야!

당신이 매일 날 괴롭히고 때리더니, 결국 착한 우리 아들까지 죽인 거야.

당신은 살인자야! 악마 같은 살인자!!”

오열하며 발악적으로 외치는 아내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책임 전가를 넘어서 다시금 자신이 저지른 짓을 부정하고 있다.

머리가 아파왔다. 진정하자. 진정하고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자.

이대로라면 정말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

아무런 대답없이 조용히 뒤돌아 전화기를 꺼내어 경찰에 신고했다.

“사고가.... 있었습니다. 빨리 와주세요. 네 부탁드립니다.”

착잡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제 곧 경찰이 들이닥칠 거고 아내는 구속되겠지.

아마 평생 교도소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살게 될 것이다.

그럼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며 돌아보니 아내가 칼을 집어 들고 자기 목을 겨누고 있었다.

“잠깐 뭐 하는...”

“당신이 죽인 거야. 나도 당신이 죽인 거라고!”

그리곤 내가 말릴 새도 없이 자신의 목에 칼을 쑤셔 넣었다.

“안돼!!”

다급히 아내에게 달려들어 칼을 빼앗았지만 이미 늦었다.

아내는 목에서 피를 울컥울컥 토해내며 눈을 감았다.

아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그 순간 집으로 경찰이 들이닥쳤다.









“그렇게 된 겁니다. 전부 오해예요.

전 아내와 아들을 죽이지 않았어요.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아내가 아들을 죽이고 자살한 겁니다.”

내 말에도 형사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난 다급히 덧붙였다.

“오해할만한 상황이란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조사해 보면 금방 아실 수 있을거예요.

제가 한게 아닙니다.”

여전히 형사는 그다지 귀담아듣지 않는다.

“네. 다 알겠고, 어차피 판단은 판사님이 하시는 거고요.

괜히 시간 끌면서 말 빙빙 돌리지 말고 진술서나 제대로 쓰세요.”

“아니 지금까지 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내가 한 짓이라니까요!”

형사는 역시나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왜! 내 말을 듣지 않는 겁니까? 애초에 신고한 것도 저이지 않습니까?

모든 증거가 명백하게 있는데 어떻게 상황만 보고 어림짐작해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거냐고요!

왜 진실을 외면하고 겉으로 보이는 가짜만 믿는 겁니까?”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 경찰 일을 대충 처리할 생각이다.

괜히 일이 복잡해지니까 나한테 전부 뒤집어씌우고 대충 끝낼 생각이다.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자, 그만. 그만하시고 진술서 쓰세요. 시간 충분히 드릴 테니까 최대한 상세하게.”

형사는 짜증난다는 듯이 내게 쏘아붙이며 종이를 내밀었다.

답답함에 고개를 숙이던 그때.

“히끅”

목덜미가 쭈뼛 설 정도로 짜증 나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딸꾹질.

이 미친 돼지 새끼가 날 못 믿는 것도 모자라

열받게 하려고 일부러 딸꾹질 소리를 내고 있다.

터져 나오는 분노에 손에 쥔 펜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By. neptun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