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매 사진을 구하기 힘들고 구한다해도
너무 잔혹한 모습이라 태자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
토시오로 대체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미리 이야기했던대로 중국 전승을 가지고 왔어요.
정확히는 중국과 한국의 전승이죠. 그런데 사실은 중국보단
한국에 전승이 많이 남아 있는 케이스라서 좀 애매하긴 하네요.
그 아시다시피 중국의 문화나 전승이 기록된 서적들은
문화 대혁명 당시에 대부분... 전승을 좋아하는 제 입장에서는
아쉬운 일입니다.
아무튼 이번 주제는 염매와 태자귀입니다.
염매란 너무나도 사특한 저주술이라 중국 수나라 당시
묘귀,고독,야매와 함께 국가적으로 금지시킨 저주술입니다.
그만큼 잔혹한 방식으로 제작되는 저주술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염매를 제작하면서 태자귀를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태자귀란 어린 나이에 죽은 아이 귀신을 의미하는 명칭입니다.
참고로 태자귀는 귀신의 전승이 드문 한국에서는
처녀귀신 다음으로 강한 힘을 부릴 수 있다고 여겨지는 존재입니다.
물론 개체마다, 전승마다 힘의 차이는 존재합니다.
어느 정도냐면 치유 능력을 가진 전승도 있습니다.
원혼령이 힐링 스킬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심지어 죽은 사람을 살려냈다는 전승도 있습니다.
예수님도 아닌데 죽은 이를 살려내다니 참 대단하죠?
뭐... 간단히 말하면 무당들이 모시는 이른바 동자신이란
존재들도 태자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날엔 필요에 따라
제작하기도 한 모양인데 아동학대 및 살인이므로
현대에 들어서는 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어디 중국 시골 같은데서 제작 중일지도 모르니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네요....
☆ 태자귀 제작 방법
일단 어린아이를 납치합니다. 이누가미 편에서 이야기한대로요.
이제 아이를 넣을 통을 준비합니다. 아이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크기가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 굶기는데요. 그냥 굶기는 게 아니라
미량의 음식과 물을 간헐적으로 주면서 굶깁니다.
가능하면 아주 맛있는 별미를 극히 미량만 주는게 가장 좋습니다.
이누가미와의 차이점이 여기죠.
이누가미는 아사 직전까지 곧바로 몰아가는데
염매는 아사 직전까지 몰아 가는데 시간을 꽤 소비합니다.
겨우 목숨이 붙어 있을 정도로만 먹이면서 연명시키는 거죠.
벌써 잔혹하네요.
이제 아사 직전까지 몰린 아이에게 음식이 담긴 그릇을 보여줍니다.
아주 맛있고 향기가 진한 음식일수록 좋죠. 아이는 살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손을 그릇을 향하여 뻗게 되는데 이 순간 아이의 손목이나
손가락을 절단하면 무당들이 태자귀를 만드는 방법이 됩니다.
이 잘린 손가락이나 손목에 아이의 살고자하는 넋이 몰린다고 여겼기 때문에 이 부분을 노려서 절단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겁니다.
나머지 사체는 최대한 잘게 썰어서 내다 버리는데 태자귀가 혹시라도 나머지 사체쪽으로 돌아갈까 싶어서 그러는 모양입니다.
이 잘라낸 손가락이나 손목을 함에 담아 모시면 그게 동자신입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아이의 머리를 잘라 대나무 함에 보관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 경우 아이 머리가 든 죽함을 흔들며 점사를 보는데,
당연히 현대 사회에서는 찾아 볼 수도 없고 보여서도 안되는 것이죠.
이 경우에도 나머지 사체는 잘게 잘라 내다 버립니다.
아이의 살고자 하는 의지와 자신을 학대하는 자들에 대한
원망이 깊을수록 강한 힘을 가진다고 전해져 오는 전승도 있어요.
최대한 연명시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죠.
반대로 태자귀가 원해서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자가 필요하시지 않냐, 하인이 필요하지 않냐는 식으로 유혹합니다.
주로 여성을 선호하는 모양입니다. 태자귀의 말에 동의하면 태자귀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 좀 편한데 있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고 거절하든 수락하든 그 사람을 해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부작용으로 무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 정도가 있겠네요.
거절하면 몇 차례 더 방문했다가 계속 거절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면 다른 곳으로 갑니다. 앙갚음은 하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생각보다 착한 개체가 대부분입니다.
☆태자귀-동자 신의 문제점
명칭은 태자귀로 통일하겠습니다.
혹시 읽으시는 분들 중 지인이 동자 신을 섬기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니 동자신이란 명칭은 제외하기로 해요.
일단 태자귀의 장점은 영험하다는 겁니다.
주로 휘파람 소리로 무당과 교감을 합니다.
무당은 이 휘파람 소리를 들을 수 있고 해석도 가능하다고 해요.
전승에 따라 다른데, 신점을 보러 온 사람의 몸에 잠시 깃들어서
점사를 봐주는 전승이 존재하는 반면,
수고스럽게도 신점을 보러 온 당사자의 집을 방문해서
무당에게 휘파람으로 알려주는 전승도 있습니다.
태자귀 입장에서는 조금 덜 수고스럽겠네요.
현대 사회는 교통 인프라도 잘 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귀신이니 무임승차도 가능하고 뭐...
대체적으로 태자귀들은 자신을 살해한 자가 누군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인지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만일, 태자귀가 자신을 살해한 자가 누구인지
인지했다면 그 사람은 이제 죽을 일만 남았습니다.
왜냐하면 태자귀는 우리 나라에서는 원혼령 no 2 정도의
강력한 힘을 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단점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일단 아이 귀신이기 때문에 선악을 구분하지 못하고,
잔투정이 많습니다. 어르고 달래줘야 해서 주기적으로
군것질거리와 새 옷 등을 바치며 달래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삐져서 말을 안 듣기 때문입니다.
이 단점은 약과입니다.
선악을 구분하지 못하기에 짖꿎은 장난을 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거짓 점사를 이야기 해주는 거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지면
무당은 선무당 소리를 들으며 거리에 나앉게 됩니다.
그러므로 무당이나 점사를 보러 가는 사람들은 태자귀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합니다.
태자귀를 모시는 당집에 점사를 보러 가실 때는
"태자귀를 위한" 선물을 들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무당의 몫은 챙기시면 안 됩니다.
태자귀가 볼 때 자기가 받은 것보다
무당이 받은 것이 더 좋다고 생각되면 질투심을 느껴서
거짓 점사를 이야기하거나 그런 방향으로 앙갚음을 해요.
최악의 경우는 살 길을 알려줘야 하는 사람에게
죽을 길을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태자귀는 이게 얼마나
그릇된 행동인지 인지하지 못 하는 귀신입니다.
그리고 아이 귀신이기 때문에 변덕이 심합니다.
점사를 술술술 잘 이야기하다가도 갑자기 돌연 입을 닫고
칭얼거리는 등 이것 저것 잘 챙겨줘야 좋은 점사를 들을 수 있어요.
추가 비용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무당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 아닙니다. 태자귀가 받은 것을
무당이 간직하는 거까진 별 탈이 없는데 사용하면
엄청나게 히스테리를 부리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이용해서 태자귀 탓인 척 칭얼거리는 선무당들도 있습니다.
태자귀가 대체로 돈을 요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 복채를 더 뜯어내려는 모습을 보이면 십중팔구 무당의 속임수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태자귀는 영험한 령인 동시에
무턱대고 신뢰하지는 말아야 할 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염매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염매는 이익이란 분이 집필하신 성호사설이라는
서적에도 전승이 남아 있습니다. 성호사설은 왜란 이후
올바른 사회체계를 잡기 위해 쓰여진 서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섯 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성호사설에 염매가 실려 있다는 것은 한 마디로
그 당시에도 염매를 제작하는 이 들이 존재했었다는 이야기죠.
아무개의 아들이 납치되고 겨우 구출했는데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2년 정도를 더 살다가 목숨을 다했다고 하는 식으로 나옵니다.
☆염매 제작 방법
아이를 통에 넣고 굶기며 간헐적으로 음식을
미량씩 주며 연명시키는 부분까지는 동일합니다.
대신 앙상하게 말라붙은 아이가 겨우 비집고 들어갈 만 한
죽통에다가 맛있는 음식을 넣은 뒤 아이 앞에 둡니다.
그리고 이제 아이를 풀어주면
아이가 어떻게든 음식을 먹기 위해 통안을 비집고 들어가게 됩니다.
겨우겨우 비집고 들어가면 죽통에 딱 맞게 아이가 자리를
잡게 되겠죠. 이때 일격으로 아이의 숨통을 끊습니다.
가능한 아이가 음식을 미처 먹지도 못할 만큼 서둘러 작업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나무 통의 뚜껑을 닫아 봉합니다.
이제 염매가 완성되었습니다.
☆ 염매의 활용법
일단 아이의 사체가 든 죽통을 들쳐매고 돈이 많은 집안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뻔뻔하게 이야기하는 겁니다. 돈을 내놓으라고.
줄까요? 보통은 안 줄 겁니다.
여기서 전승이 크게 2가지 형태로 갈립니다.
간단한 것부터 이야기하면
상대방이 돈을 내놓지 않으면 죽통을 열어 내용물을 보여줍니다.
그러면 상대는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고 염매에 사용된 아이의 혼에
시달리게 됩니다.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기에,
얼마간 있다가 가서 또 돈을 요구 합니다.
한 문장만 더 붙이면 됩니다. 니들을 괴롭히는 귀신에게서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줄까요? 보통은 줬던 모양입니다.
이제 좀 수고스러운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역시 부자집을 표적으로 삼습니다.
당장 문 열고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대신에 염매통을 들쳐맨 채
그 집을 빙빙 돕니다. 발각되지 않아야 하니 짧게 짧게 자주 돕니다.
길게는 보름 정도까지도 도는 모양입니다.
이러면 이 시점부터 그 집안 사람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합니다.
이제 방문해서 돈을 내놓으라고 하고, 응하지 않을시 염매를 오픈합니다.
그러면 이 사람들은 거의 미치기 일보 직전이 됩니다.
이제 한 문장만 더 말하면 됩니다.
더 험한 꼴 보기 전에 돈 내놓으라고.
줄까요? 보통은 줬던 모양입니다.
이 방법들은 과학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는 게 재미있는 점입니다. 두 전승 다 하나의 접근으로 해석이 가능하니 후자의 케이스를 과학적인 측면에서 이야기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집 주위를 주기적으로 돌면서 압박을 가하는 부분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시체가 되죠. 시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패합니다.
염매의 주인들은 이 냄새에 익숙해졌으니 크게 대미지를 입지 않지만,
평범한 사람의 집 주변에서 어딘지도 모르는 데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가 계속 발생하는 겁니다. 그것도 시체가 부패하는 냄새가 말이죠.
그런 냄새가 자주 난다면, 하필 식사 중인데, 자려고 하는데 난다면
노이로제에 걸리겠죠? 요새는 신경쇠약이란 표현을 쓰는 모양이긴 하던데요.
미신을 믿던 시대이니 귀신의 짓이라 여길만 했을 겁니다.
이제 염매를 보면 미치는 이유를 살펴보죠.
여러분들은 연출된 것이긴 하지만 시체를 다소 보셨을 겁니다.
미디어나 콘텐츠 등을 통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앙상하게 말라 붙어서
기이한 모습으로 통에 담긴 무언가의 사체를 보신 적이 있나요?
드물게 보신 분도 있을겁니다.
보통은 본 적이 없죠. 보셨다고 하더라도 처음 그런 걸 보셨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셨나요. 매우 불쾌하고 역겨우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너무나 충격적이라 악몽을 꾸시진 않으셨나요?
현대 사회에 비해 시각적인 자극이 적었던 그 시대에,
원인 모를 악취 때문에 미치겠는데 이젠 꿈에 괴이한 귀신이 등장해서
자신을 쫓아 다니거나 비웃거나 어떠한 행동을 한다면
그 당시 사람들은 보통 귀신의 소행이라 여겼을 겁니다.
꿈으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고 믿던 시대니까요. 요즘에도
예지몽을 믿는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그 당시 사람들은
꿈에 더욱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왔을 겁니다.
그러니 돈을 내줬을 확률이 큽니다.
돈을 주면 염매꾼이 떠나므로 일단 악취가 사라집니다.
"역시 귀신의 짓이었어!!" 라고
생각할 법도 하죠. 종종 악몽은 꾸겠지만 일단 깨어나면 제대로 된
일상을 누릴 수 있으니 점점 꿈을 꾸는 빈도수가 낮아지고
좀 시간이 지난 뒤에는 악몽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을 겁니다.
전승 중에는 염매통으로 보이는 통을 지고 다니는 사람을 보고
미리 거래를 해서 자신의 집에는 오지 않기로 합의를 본 경우도 존재합니다.
또 염매꾼이 염매통을 내려놓자마자 얼마를 원하냐고 곧장 합의를
본 경우도 존재합니다. 그 만큼 염매의 위력은 대단했고
종종 염매꾼들로 보이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겠죠.
현대에는 과학적인 해석도 가능하고 여러 서브컬쳐에서
잔혹한 장면을 접할 수 있는데다가 미신의 영향도 약해졌으니
뭐 저런거에 당하나 싶겠지만 말입니다.
노파심에 하는 말입니다만 현대에는 염매나 태자귀를
만드는 사람이 적어도 한국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므로
동자신을 모시는 무당을 비판하실 생각은 안하는 게 좋습니다.
요새는 평범하게（?） 신내림을 통해 받아 모시거든요.
다만 비교적 최근인 1958년에 태자귀를 만들기 위해 아동을 납치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었습니다. 다행히 미수에 그쳤지만요.
드라마 "악귀"에 이 기사가 인용되기도 했죠.
비교적 최근이라곤 해도 60년이나 전의 이야기에요.
그 당시엔 많은 사람들이 무속신앙이나 미신을
종교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던 시대입니다.
요새는 그런 후안무치한 일 없으니
안심하고 점사를 보러 당집을 방문하셔도 됩니다.
다음은.... 제가 고양이를 좋아하니
일본으로 함께 가보도록 해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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