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쬐는 햇살 아래 사람들이 행복하게 여유를 즐기고 있다.

오늘이 토요일인가? 일요일인가? 뭐 그딴 건 상관없다. 어차피 다들 갈꺼니까.

어디로? 다 같이 하늘나라로.




내 인생은 빌어먹게 '잘 풀렸다.'

화목한 가정, 넓은 인간관계, 대기업, 차 등

모든 걸 다 가졌다.

근데?

행복하지가 않다. 그래서 의문을 품었다.

다 가졌는데 행복하지가 않아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내 인생이 전부 '거짓'이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화목한 가정? 남들이 볼 땐 그렇지, 난 해외에 있을 때 조차도 가족이 보고 싶었던 적이 없다.

넓은 인간관계? 내가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있을 때 조차도 알아챈 사람이 없고 만날 사람도 없었다.

대기업? 매일매일 사무실에서 죽고 싶단 생각만 한다.

차? 타고 갈 데도 없다.

아, 모조리 거짓이었구나. 그래서 나는 내 삶을 진실되게 살기로 했다.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진실이란 무엇이냐? 죽음이다. 가난하든 부유하든 둔재이든 천재이든, 모두 공평하게 주어지는 '죽음'이 유일한 진실이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진실해진다. 이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그러면 혹자는 물을 수도 있다. 그러면 혼자 죽지, 왜 이 거리에서 지랄을 하려는 것이냐?

당당히 답변해줄 수 있다. 나를 죽음 앞으로 데려다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자살은 죽음이 아니라, 일종의 자위의 끝판왕인 느낌이었다. 내가 밧줄에 목을 메었을 때 느낀 감정은 공포도, 슬픔도 아니었다.

공허함이었다.

'뭐야, 이렇게 끝나는 게 죽음이야? 어이가 없군.'

이건 죽음이 아니다. 단순한 행위이며 자위이다. 죽음 앞에서는 공포를 느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죽음이다.

그래서 내가 이 거리에서 총기를 꺼내들려고 한다! 공권력이든 용감한 시민이든 나를 죽음 앞으로 내몰수있는 사람이 필요해서!




그 독특한 밀수 방식은 꽤나 재밌었다. 미국 총기 사이트에 자동차 부품이나 완구로 등록된, 장난감 프레임처럼 보이는 장치들이 있다.

그리고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일종의 표시가 있는데 그 표시가 있다면 그건 총기부품이다. 모조리 밀반입했고, 경찰놈들은 잡지도 못했다.

부품을 가져다가 일명 밀리털리 덕후동호회에 가져가면 음지의 전문가가 있다.

짠! 나의 소중한 장난감 총이 그렇게 완성되었다. 장난감치고는 위력이 1cm 목판 7장을 꿰뚫는 정도라 위험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날씨 좋은 날, 나는 거사를 치르려고 한다.

남녀노소 아무나 상관없다. 나에게 죽음의 공포를, 삶의 진실을 보여주길 바란다!

짠!

총이 내 손에 착 감기고 빛나는 햇살 아래 치켜드는 순간,

내 주변의 사람들이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진실이다! 이것이 진실이다! 사람들은 혼비백산하면서 달아나기 시작했고, 나는 난생 처음으로 진실을 토해냈다.

누군가가 쓰러졌나? 나한테 고마워해야할 것이다! 어차피 거짓뿐인 이 세상에서 살 가치는 단 1도 없으니 말이다!

나도 덩달아 비명을 질러대며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점점 거리가 진실의 빛을 띠며 붉은 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축제다. 이것은 축제다. 그 때 경찰차가 축제 분위기를 더욱 띄워주기 위해 특유의 윙윙거리는 음악으로 등장했고

나는 그들에게도 즐거움과 진실을 발포했다. 경찰들은 망설임없이 나를 조준했다.

아! 드디어 이 순간이다! 죽음, 진실이다! 공포는 어딨지? 나는 나에게 되묻기 시작했다.

'공포가 느껴지나?'

'아니.'

경찰들은 발포했





똑똑

"다혜야, 뭐하니? 이 시간까지."

엄마가 빌어먹게 삐그덕거리는 방문을 열려고 한다. 나는 온갖 짜증과 분노를 담아 건너편 여인에게 소리친다.

"아! 됐어! 이력서 쓰고 있어!"

물론 내 앞에선 이력서 문서양식이 아닌 GTA라는 오픈월드 게임이 켜져있다. 물론 방금 출동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내 캐릭터가 죽고 말았지만.
이 세상에선 내가 마음대로 한다. 나를 무시해버리는 저 커다란 빌딩도, 돈 많은 사장놈들도 이 진실의 데저트 이글 앞에선 똑같아진다! 벌벌 떨면서 도망친다!

'니들이 나랑 다를게 뭔데! 빌어먹을 세상. 차라리 진짜 교도소로 들어가?'

나는 좁디좁은 인터넷 세상으로 총기 밀수를 검색하기 시작한다.

그래. 이것이 나의 사회생활의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