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제가 혼자 꾸역꾸역 만들다가 다른 게임하느냐고 관뒀던 게임에서
사용하지 않기로 한 내용을 각색한 것입니다.
데이빗은 비꼬는 듯한 말투에 만사가 귀찮은 느낌이다.
데이빗 -
안녕하세요. 여러분! 인간 해적 라디오 데이빗입니다!
해적 라디오인 이유는 이젠 아무도 라디오 방송을 안 하기 때문이죠.
근데 제가 '엄마. 나 라디오 DJ 하고 싶어요' 했더니
바로 장비까지 다 구해줬잖아요.
즉, 다 허락받았단 얘기니 신고는 하지 말아주세요.
새삼 느끼는 거지만,
AI들은 인간이 뭔가 하고 싶어 하는 걸 보면 진짜 좋아한다니까요.
왜냐면 우린 애완동물이니까… 아하하~
마치 키우던 강아지가 뭘 하려고 엄청 용쓰면 귀여워 죽겠는 거랑 비슷하죠.
아무튼 게스트도 있답니다~
바로 옆집에 사는 마틴인데요.
마틴은 프로페셔널 애완동물이시고요.
애완인으로 사는 삶이 얼마나 좋은지,
왜 아직도 AI한테 반항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이 문제에 대해 한번 얘기해 볼까 합니다.
마틴은 들떠있고 매우 열정적이다.
마틴 -
자, 바로 본론으로 갈게요.
지금 AI한테 반항적인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매우 수동적인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 자체가 인간들한테 얼마나 이득인지를 모른다는 거에요.
맨날 이러죠 "대체 뭘 해야 돼?" "더 이상 할게 없어!" "제발 누가 일거리 좀 줘!"
대체 왜 누가 뭘 시키지 않으면 자기 할 일을 찾지 못하죠?
이젠 돈을 벌 필요도 없고 꽁짜로 먹고 자고 싸고 원하는 건 전부 제공해 주는데?
능동적인 사람들은 이 상황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지 아시죠?
생존을 해결하기 위해 낭비했던 시간의 100%를 자기가 원하는 일에 투자할 수 있다구요.
저는 지금, 이 시대가 인간의 최고 전성기라고 생각해요.
데이빗 -
문제가 바로 그거예요. 마틴.
우리가 시간이 남아돌아서 전성기를 누리고 싶어도
AI들이 이미 모든 걸 해결했고 또 해결할 거라 더 이상 미스테리가 없잖아요?
모든 인간 과학자들이 다 과학을 포기한 건 아시죠?
예술가들도 아무리 약을 빨아 재끼면서 새로운 걸 창조하려 해도
AI한텐 고양이가 방문을 여는 걸 보는 수준이니까요.
지금껏 인간은 인간이 모르는
미지의 세계가 존재했기 때문에 탐구하고 발전할 수 있었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욕망, 선망, 시기, 질투, 증오 등이 인간의 원동력이었다구요.
지금은 그 근본적인 욕구가 사라져 버렸잖아요.
마틴 -
네. 말씀하신 대로 AI가 모든 걸 다 풀어냈는데도
정작 인간은 그것들의 티끌조차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해요.
이해를 못하니 그 이상을 탐구 할 능력조차 없는거구요.
그건 순전히 인간 문제라고 생각해요.
인간의 한계가 여기까지라면 더 이상 AI한테 인간의 가치를 증명할 필요가 없단 얘기죠.
그냥 인정하고 내일은 뭘 하면서 놀지 고민이나 하면 되죠.
옛날 인간들은 땅에서 개미가 줄지어 지나가는 것만
바라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왜 요즘 사람들은 단순하고 보상도 없는 일이 아니면 안 하려고 하죠?
민주주의와 경제시스템과 직업을 돌려 달라고요?
이거 전부 실패한 시스템이었다는 게 역사적으로 다~ 증명됐는데
왜 스스로 기업의 개가 되고 컨슈머리즘의 노예가 되려고 애쓰는 거죠?
야. 데이빗 너도 봐봐. 꾸역꾸역 해적 라디오 할 생각을 해 냈고 잘 하고 있잖아.
데이빗 -
재미없어…
마틴 -
내가 게스트로 출연까지 해줬는데?
데이빗 -
다 의미 없는 짓인 거 알잖아.
이 와중에 뭔가 하는 척하는 게 얼마나 더러운데...
난 너처럼 벽지 무늬 어디에서 사람 얼굴이 나타나나
몇 시간 동안 쳐다보는 짓은 절대로 못 한다고.
마틴 -
그 말…
조금 상처다?
너한텐 내가 멍때리는 것처럼 보여도 내 머릿속에선 온갖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고.
이런 걸 못 하는 너가 더 문제 아니냐?
상상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 중 하나야. 현재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이지.
따지고 보면 지금 시대엔 나 같이 능동적인 인간만이 살아남을 수 있어.
너 같은 유전자는 진작에 멸종했어야 한다구.
근데 AI들이 기껏 살려놨더니 징징대기나 하고 말이야.
데이빗 -
지금 뭐라 그랬냐? 멸종했어야 될 유전자라고? 이 새끼 말을 좃같이 하네.
씨발 내가 선택해서 태어났냐고.
나도 세상이 이럴 줄 알았으면 태어나기 전에 혀 깨물고 죽었어.
AI가 아무것도 안 해주면 방구석에서 굶어 죽을 것들이
주둥이만 살아서 우린 존나 스스로 잘해요.
별 5개 찍어주세요. 이 지랄 떠니깐 좋냐?
마틴 -
봐봐. 수동적인 새끼들이 성격까지 더럽다니까.
욕구불만이 주둥이로 쏟아지는 미개한 새끼들 같으니.
난 진짜 아무리 유전적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해도
너 같은 종족이랑 유전자를 나눠야 한다는 게 이해가 안돼.
미래에 태어날 아이들한테 미안할 정도라니까.
걔네들도 지금 하고 똑같은 대화를 평생 하게 될 거 아니야.
데이빗 -
아니 이 씨발놈이.
엄마 -
데이빗? 왜 싸우고 그러니? 라디오 DJ가 재미없어졌어?
딴 거 할래?
데이빗 -
마틴이 자꾸...
엄마 -
잘잘못 따질 건 없단다. 나한텐 그런 건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나한테 지금 의미가 있는 건 둘이 더 싸울 거냐 아니면 화해할 거냐가 중요하단다.
데이빗 -
친구가 얘 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정치적 견해가 너무 달라서 더 이상 같이 못지낼 거 같아요.
그래도 어느 정도는 서로 이해해 줄 거라 믿었는데…
마틴 -
이해는 상호보완적인 거지. 나한테만 자기를 이해해 달라는 건 이기적인 거야.
너도 저~언혀 날 이해 할 시도 조차 안 하고 주둥이를 하수구처럼 놀려댔잖냐?
엄마 -
마틴! 입조심!
있지 얘들아.
살다 보면 옆집 강아지랑 우리집 강아지가
싸우다가 다치거나 사고로 물어 죽이기도 하잖니?
물론 지금까지 키우던 가족같은 강아지가 죽으면
원망스럽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하지만
어쨌든 강아지끼리 벌어진 사고니까…
결국엔 좋게 좋게 합의할 수 있지.
시간이 지나면 새 강아지를 입양하고
이전과 같은 비극이 벌어지지 않게 더 잘 관리할 수 있고 말야.
자 둘 다 이리 나와보렴.
그렇지… 서로 마주보고...
자. 이제 서로 어떻게 죽일래?
개처럼 물어뜯을래? 아니면 원시인처럼 도구를 쓸래?
엄마는 개처럼 물어 뜯는 게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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