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돌


돌하나를 주웠다.
이상하게 생긴 돌이다.
돌을 꽃을만한 움푹 파인 홈이 다섯개 파여있고 그중 한곳에는 조그마한 돌 하나가 꽃혀있다.
기묘하다. 이게 뭘까?
번쩍 지나가는 생각으로 아무래도 홈모양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돌을 어디선가 본거같다.


돌을 찾아 봐야겠다.
신돌을 들고 그대로 집으로 향한다.



집 가는길
아파트 엘레베이터를 탔는데
분명 혼자있는데 만원표시등이 깜빡이며 닫히질 않다가 뒤늦게 닫힌다.
별일이네...



얼마안가
예전에 본 돌을 기억해내어 두번째 돌을 주웠다.
집근처 수풀속에서 볼수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번째 돌과 합쳐보니
두번째 홈에 꼭 들어맞으며 자성에 끌리듯 착 달라 붙는다.
쾌감이 밀려온다.
오며가며 본 이상한 돌모양을 기억해낸 자신을 속으로 칭찬하며 놀란 마음을 추스린다.


내 예상이 맞았어! 대박...
대체 이게 뭐지?
다 모으면 드래곤이라도 나타서 소원을 들어주나?
답을 알수있는법은 하나다.


돌을 다 모아본다.
돌을 찾아야 한다.


들뜬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엘레베이터에 타니 버튼이 눌리질 않는다.
요즘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나 아침에 경비실에 전화해야지 생각하며 버튼을 광클하니 버튼은 눌리고 엘리베이터는 출발했다.



돌을 찾아야 한다.
돌을 찾아야해.


나는 점점 돌을 찾기에 최선을 다한다.
여기저기 수소문도 하고
길거리를 방황하기도 하고
인터넷에 돌을 찾는 글도 올렸다.


세번째 돌을 주웠다. 며칠안되어 우연히 내 글을 본 누군가가 인터넷에 답글을 올렸고 그사람에게서 돌을 살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멍청한사람! 이게 뭔지는 알고 파나?
거래를 마치고 집가는길
설레는 마음으로 돌을 맞춰본다.
이번에도 역시 착 소리가나며 완벽하게 달라붙는다.
난 운도 좋다. 이런걸 우연히 발견하다니. 이걸로 3개째
돌 2개만 더 찾으면 된다.
오늘도 신나는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



엘리베이터에 갇혔다.
이게 무슨말이냐
말그대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수가 없다는 말이다.
이 곳을 벗어날 수 없다.

전혀 어려울것 없는
특별하지 않은
항상 반복되던 일상이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층수를 누르고
도착하면
내리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그게
되지를
않는다.


분명 엘리베이터는 사람들이 계속 타고 내리며 정상운영을 하고있다.
하지만 내 몸은 엘리베이터 나가기를 거부하는 듯
나가려는 시도를 하면 보이지않는 벽에 부딪히거나
몸이 엘리베이터 바닥으로 쁠려들어가는듯한 느낌이 들거나
갑자기 세상이 캄캄해지며 정신을 차리면 다시 엘리베이터 안이다.


1분...


10분..


내 핸드폰은 작동하지 않는다.
비상벨을 누르니 금방 경비아저씨가 도착했다.

"살려주세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수가 없어요. !"

"그게 무슨 말이에요 뭐가 고장났나요?"

"아뇨, 제가 엘리베이터를 나갈수 없다구요..도와주세요!!"

"장난치는거에요? 그냥 걸어 나오세요."

"그게 안된다고요..살려주세요...제발..."

"젊은 사람이 정신이 나갔나 왜이러시나? 저는 바빠서 갑니다.계속 그러고 계시면 사람들이 불편해합니다. 나오세요. "


경비는 나를 쓱 흘겨보곤 쯧쯧 혀를 내두르다 사라져버렸다.




타고내리는 사람들은
버튼을 눌러대며 계속 내리지는 않고 안절부절 못하는 수상한 사람을 이상한 눈초리로 째려보고
자기 갈길을 가버린다.


1시간...


10시간..



얼마나 지났을까...




돌때문이다.
이건 돌때문이다.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며 사리분별이 되질 않는다.




가방에서 돌을 꺼내 엘레베이터 밖으로 던져도 보고
거울에 던져 부셔도 보기를 수십번
하지만 정신 차려보면 돌은 다시 내 오른손 위로 올라와있다.

머리다 아프다.
어지럽다.
의식이 점점 흐려진다.


문득


내 손이 문제다.
손을 잘라야해.
손을 잘라야해.
손을 잘라야해.


정신차리고 난 뒤엔
이미 내가 내 손으로 오른손을 돌로 내려 찍은 상태였고,
내 오른손은 내몸을 떠나 엘레베이터 구석으로 굴러갔다.

그 오른손엔
방금까지 내 왼손에 쥐여있던 피뭍은 신돌이 들려있다.


...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는 마침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피를 흘리며 꺼져가는 정신을 붙잡고 병원을 향하던 중



느낌이 쎄하다.



핸드폰이 작동한다.
확인해보니
엄마에게 전화와 문자가 와있다.

부재중 전화 4건.


문자


발신자 : 엄마
내새끼 자니?
그 이상한 돌맹이들 말이야 엄청 소중한 것인양 찾아달라고 난리를 그렇게 피우더니
아니 길바닥에 떨어져있더라구, 너가 떨어 트린거지?
잘좀 챙기지! 내가 다시 주웠어.
뭔 뻘건게 지저분하게 뭍어있네, 집에 가서 닦아야겠다.
집으로 갈게! 이따 봐 내새끼!


발신자 : 엄마
아직 자니? 집가는길인데 비슷하게 생긴돌맹이 두개 더 주웠어.
너가 왜 그리 집착하는지 조금은 알겠다.
신기하게 생기긴 했어. 이게 어떻게 이게 맞춘듯 딱 들어맞을까?
이제 다섯개 다 모은거지?
고마운줄 알아라. 내가 얼른 집으로 가져갈게 .
...


엄마..? 잠깐...!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따르릉 따르릉


엄마...
제발...


"응 내새끼, 왜 이제야 전화해?
나 다 왔어. 이제 엘레베이터 앞이야. 들어가. 끊어~"



엄마...
잠깐...타지마... 제발


뚜
뚜
뚜


전화는 이미 끊어졌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