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자 나는 평소에 가위를 많이 눌리는 사람임을 밝힌다.

기가 많이 허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살던 나는 가위에 자주 눌리기도 하고, 환청, 환통, 귀접과 같은 증상도 많이 겪었기에 귀신에 대해서는 반쯤 긴가민가한 느낌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지평좌표계 설이나 티라노 사우르스 귀신 드립을 들으면 낄낄대며 수긍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던 오늘 새벽에 잠을 설쳐 깨려던 와중, 의식이 조금 선명해질때 쯤.

귀에서 삐이-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쿵,쿵, 쿵, 쿵 소리가 반대편 거실에서부터 들려왔다. 그건 단연코 지면이 아닌 천장을 강하게 두드리거나 밟을때 울리는 소리였다.

윗집에서 나는 층간소음 소리라고 보기에는 이상했다.

쿵, 쿵, 쿵, 쿵, 쿵 하며 불규칙적인 소리가 나에게 가까워지면서 멈췄으며.

분명히 다리를 움직이면서까지 잘 설쳐지던 몸이 급격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당연히 나는 이걸 수면장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위에 제대로 눌렸던 사람들이라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걸 아직 가위에 눌리기 전 상태라고 판단하여 손가락, 발가락을 차례대로 움직이며 열심히 반항했다. 또한 강제로 잠에 들려는 의식도 최대한 붙잡으며 몸에 힘을 주었다.

동시에 욕을 내뱉으며 속으로 지평좌표계! 씨발 지평좌표계!하며 간절히 되뇌였다.

그런 내 기도가 통했던 것일까. 이윽고 몸을 제대로 움직이자 가위에 눌릴 것 같은 감각은 풀렸으나, 등골도 아닌 육신 전체가 서늘한 감각과 함께 소름이 계속 돋고 있었다.

그때 내가 느낀 것은 분명히 미지의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 그게 설령 귀신이 아닐지라도 잠결에 내 정신이 조금 돌아오려는 찰나를 포착할 수 있는 놈이 우리집에 있었다.

또, 그놈은 내 생각을 읽을 수 있을거라는 기이한 직감마저 들었다.

이 현상은 도대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