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만약 귀하께서 선한 사람이 아니거나 스스로 떳떳치 않다면 지장전에는 절대로 가지 마시길 바랍니다.
재차 말씀드리지만 여기는 현실이 아닙니다. 그리고 지장전은 저승을 관장하는 시왕님들의 영역이라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를 가벼이 여기고 지장전에 가신다면 사후재판을 미리 체험하시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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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전을 가지 않으셨다면 이제 남은 곳은 대웅전, 조사전, 약사전, 산신각입니다.
지장전은 극락사에서 가장 간결하게 빠르게 현실로 가는 방법이지만 각박한 지구의 삶을 살아가는 귀하에겐 조금 버거울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추천하는 곳은 산신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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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각은 극락사가 위치한 경계산의 지주이시자 큰 어른이신 산신 할아버지를 봉헌한 곳입니다.
지장전의 반대편에 위치한 이 곳에서는 크게 신중을 기하셔야 합니다.

우선 할아버지께서는 성정이 그리 좋으신 분이 아닙니다. 다른 산의 산신 할아버지와 다르게 성정이 거칠고 급하고 인색하십니다. 하지만 그 분의 마음에 들었다면 확실하게 귀하를 현실로 돌려 보내주실 것입니다.

일단 산신각에 들어가기 전, 산신각 앞에 위치한 약수터에서 쉬고 있는 신도들을 찾아가 정중히 예를 표한 다음 이렇게 말씀하시길 바랍니다.

"고생하십니다. 보살님, 제가 산신각은 처음이라 미처 봉양할 걸 챙기지 못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봉양물을 조금 나눠받으실 수 있겠습니까?"

이 곳에 있는 신도들은 인간이 아닐 확률이 크나 귀하에게 동정적이며 호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봉양물을 나눠받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단 주의하실 사항들이 몇 개 있습니다.

첫 번째, 이들의 외형을 보며 절대로 놀라시면 안됩니다. 인간과 다르게 생겼다고 할지라도 이들은 불자입니다. 그런 시선을 보내시게 되면 공분을 사게 될 것이며 추후 이 곳에 도달하시는 다른 분들이 그 피해를 입으실 수 있습니다. 이들 중 몇몇은 인간들보다 더욱 높은 지능을 가진 개체들도 존재합니다. 반드시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 산신각에 올릴 수 있는 건, 떡과 육류 그리고 사탕류의 간식과 미역 뿐입니다. 그 이외의 것들을 받으면 거부하지는 말되 절대로 버리거나 해서는 아니됩니다. 만일 이들의 시선을 피해 버린다할지라도 몇몇은 이를 바로 알 것입니다. 이들의 감각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입니다.

세 번째, 귀하의 인지를 벗어난 무언가를 받게 된다면 절대로 당황하거나 표정을 구기시면 안됩니다. 웃으셔야 합니다. 만약 이를 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이들은 선의가 짓밟혔다고 생각해 억제하고 있던 본능을 가감없이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인지하신다면 귀하께서는 극락사가 아닌 다른 곳에 계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곳은 저희 APPC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입니다. 부디 그 곳에서만큼은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만약 해당하는 봉양물을 받지 못했을 때에는 신체의 한 부분을 봉양물로 바쳐야 합니다. 신체의 한 부분조차 바치기 싫으시다면 다른 곳을 알아보시는게 좋을 것입니다.

각오가 되었다면 산신각에 들어가 산신할아버지의 화상 앞에 정중하게 목례를 하며 예를 표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어떠한 소리도 내시면 안됩니다. 약간의 숨소리와 걸음소리를 제외하곤 절대로 소리를 내셔서 아니되십니다.

예를 표했다면 아까 받은 봉양물을 연단 앞에 올리시면 됩니다. 만약 이에 해당하는 봉양물을 받지 못했다면 작은 소리로 말씀하십시오.

"산신할아버지, 제가 이 곳이 초행이라 차마 공양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제 자신 뿐입니다. 부디 마음에 드는 것을 가져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고 말씀하셔야 합니다. 이 때 절대로 큰 소리를 내선 안됩니다. 또한 어떤 부위를 가져가더라도 놀라서 소리를 지르시면 안됩니다. 산신각에서 소리를 지른다는 건 산신할아버지를 수호하는 호랑이에게 귀하를 바치는 행위와 동일시 됩니다. 소리를 지른다면 화상에서 하얀색 호랑이가 뛰쳐나올 것입니다. 이 때 빠르게 혀를 깨무는 걸 추천드리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귀하께서는 산채로 잡아먹히는 고통을 맛보시게 될 것입니다.

보통은 팔이나 다리 또는 안구를 가져갈 것입니다. 만약 그 날 운이 좋다면 손톱이나 손가락 아니면 눈썹 같이 사소한 부위를 가져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어느 부위도 안가져가고 노인의 웃음소리만 들린다면 축하합니다. 귀하께서는 정말 만인에 본이 되는 훌륭한 삶을 살아오신겁니다. 귀하의 참된 삶이 괴팍한 산신마저 감탄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해당하는 봉양물을 올렸다면 귀하의 앞에 한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종이 있을 겁니다. 그건 산신께서 귀하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 가져가십시오.

아, 그리고 해당하는 봉양을 올렸다하더라도 귀하의 부위를 임의적으로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이건 귀하께서 정말 지탄받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삶을 되새겨보며 반성해주시길 바랍니다.

봉양물을 올렸다면 오른편 책장에 비치된 산신경을 꺼내 5번 읽으시면 됩니다. 물론 소리를 내시면 안됩니다.

산신경을 읽었다면 조용히 일어나서 3번 절하시면 귀하의 앞에 참나무로 만든 빗이 있을 겁니다. 이를 받아들곤 입에 무시면 됩니다.
입에 빗을 문 상태로 극락사를 빠져나가 숲길을 벗어나 숲으로 향하시면 됩니다. 빗을 물고 있는 동안에는 숲에 있는 그것들이 귀하를 절대로 건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숲을 벗어나면 귀하가 있던 곳에서 다시 의식을 차리실 겁니다.

만약 종을 받으신 분은 극락사를 벗어나면 종이 사라지고 없을 겁니다. 현실에 돌아가게 되면 자택 근처에 위치한 로또방에 가서 로또를 구매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귀하가 살아온 삶을 자랑스레 여기며 그 마음가짐이 평생을 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