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그 속도로 여행 가능하다는 것은 과학자들에게는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우리가 생성 가능한 워프 버블이 나노미터 수준일 때에는 우리에게도 이 워프를 통한 이동기술이 머나먼 꿈의 기술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그 크기가 작은 쌀알만 해지는 데까지 10년이 걸렸지만, 구슬만한 크기가 되는데는 1년이 걸리지 않았고,
불과 몇 개월 뒤에 우리는 작은 자동차 만한 크기의 버블을 만들어내고 전율했다.
마침내 인류는 성간 우주 여행이 가능한 문명이 되었다고 자축한 그 날의 파티는 세상의 모든 문제를 과학이 해결해 낸 것만 같은 기쁨으로 가득차 있었다.

워프 버블을 만들기 위한 에너지는 막대했지만 그게 무슨 대수냐고 생각했다.
어차피 우리는 우주로 나갈 거니까.
다른 행성에만 갈 수 있으면 거기에 기차를 놓든 배를 뛰우든 하면 될 거 아닌가.
우주여행에서 단축할 시간을 생각하면, 그 뒤 개발이 조금 늦더라도 상관이 없을 터였다.

지구 내 전송 실험은 상공적으로 마쳤고, 개 한마리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실시간으로 “걸어서” 건너갔다 돌아오자, 우리의 기쁨은 확신이 되었다.
심지어 우리는 건너편의 과학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일수도 있었다.
이제, 우리는 본격적으로 우주를 개척하는 문명이 되었다.
아니, 되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달에 다녀올 때 시작되었다.
마치 먼 거리에 있는 사람과 통화하듯, 딜레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시간은 약 2.5초, 정확히는 2.5968초 정도였다.
더 먼 거리에 도약하는 실험을 한 결과, 우리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워프로 아무리 먼 거리를 한순간에 도약해도, 진입한 뒤 빠져나오는 데에는 해당 거리를 빛의 속도로, 아니 아주 미세하지만 조금 더 느린 속도로이동한 시간에 해당하는 딜레이가 걸렸다.
시발. 빌어먹을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이 또다시 이겼다.
“ 그 무엇도 ” 빛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는 없다.
우리는 그래도 빛의 속도에 근접한 속도로, 가속과 감속도 필요없는 이동이 얼마나 놀라운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서로 위로했다.

32년 후, 우리는 15광년 이내에 있는 모든 골디락스 행성들에탐사선을 보내 생명체가 거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제 다음 후보 행성의 결과를 알아보기까지, 80년이 남았다. 제발 거기는 개척이 가능한 곳이기를, 그 다음 후보지는 4000광년 거리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