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마일스의 일기가 놓여 있다. 나는 무심코 녀석의 일기를 읽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선생님이 좋았다. 나에겐 부모님도 없고, 제임스 삼촌은 자신밖에 모르는 인간이었기에 따뜻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아주는 선생님이 참 좋았다. 선생님의 취미는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것이다. 때문에 그녀의 책장은 에드가 앨런 포우, 스티븐 킹, 러브 크래프트와 같은 작가들의 공포소설책들로 즐비했다.
아직 어린 나는 어른들의 사랑이 필요하였기에 선생님의 애정을 얻기 위하여, 또 잘 보이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노력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점점 이상해져만 갔다. 내가 삼촌에게 전화를 걸어 무언가를 요구할까 봐 필요 이상의 걱정을 하더니, 어느새 전임선생님인 플로라 선생님이 사라진 것에는 우리가 모르는 음모가 있다며 알고 있는 사실이 있으면 모두 말하라고 다그쳤다. 또 어느 날은 자신이 포우라는 고양이를 닮은 괴물에게서 나를 지켜냈다며 부둥켜안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른들이 말없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내가 생각하기엔 그녀는 삼촌을 사랑했었던 것 같다. 삼촌은 잘생기고 능력이 있고, 돈도 많으니까. 그래서 그에게서 인정받기 위해 내가 삼촌에게 연락을 하는 것도 싫어했던 것 같다. 삼촌을 귀찮게 하지 않는 것. 삼촌의 고용조건은 항상 이것 하나이니까.
하지만 제임스 삼촌은 가족인 나에게도 별로 관심이 없는 인간이다. 그는 오로지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다. 삼촌이 선생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자, 사랑은 어느새 증오로 바뀌어 있었다. 마침내 그녀는 삼촌이 자신을 이 저택으로 보낸 것이 자신을 죽이기 위한 음모라고 여겼다. 나도 이제는 선생님의 망상을 막기 힘들다. 그녀는 미쳤고, 결국 저택을 떠났다.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일기를 내려놓고는 녀석이 괘씸하다고 생각했다. 삼촌한테 인간이라니 이 녀석. 흠. 내가 녀석에게 너무 무관심했나? 앞으로 녀석에게 약간의 관심을 더 주어야겠다. 하지만 내가 녀석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저택에는 녀석이 모르는 동거인이 한 명 더 있다. 물론 언젠가는 녀석에게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정교사의 주장이 맞다. 뭐 처음이긴 했다. 포우를 벗어난 건. 내가 포우를 어떻게 잡았는지부터 말해주어야 하나? 아주 오래전, 악마학에 깊은 조예가 있던 나는 오래된 술집 앞을 서성이는 포우를 우연히 발견하고는 포도주로 그를 유혹했다. 그가 포도주에 사족을 못 쓴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거든. 무엇 때문에 이처럼 무서운 악마를 잡았느냐고? 그는 자신을 잡은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 줄 수밖에 없는 저주받은 능력을 타고난 악마거든.
취한 그를 벽에 매장하고 시멘트로 그대로 발라버렸지. 벽 속에서 애원하더군. 도망가지 않을 테니 자신과 계약을 하자고. 나도 그편이 좋았지. 악마와 이야기를 하면 수명이 늘어나니까. 가끔가다 그와 대화를 나누기만 하면, 나는 영생을 꿈꿀 수도 있지. 또 악마들은 인간과 한 계약을 지키지 않을 시 소멸한다는 것도 아주 잘 알고 있었거든.
그는 포도주와 장난감을 요구했어. 장난감이란 자신에게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해줄 인간이었지.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와의 약속을 충실히 지켰어. 포우는 장난감으로 선정된 가정교사들에게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잡아먹어버렸지. 정말 놀라운 것은 포우를 만족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란 거야. 포우는 정말로 그녀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았기 때문에 그녀를 풀어준 거라고. 인간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는 소멸하게 되어 있으니까. 무슨 이야기를 해주었을까?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군.
그녀가 포우의 존재를 떠들고 다닐까 꽤 걱정했는데, 괜한 기우였군. 누가 그녀의 말을 믿어주겠어? 그녀는 이미 미쳤다고. 나에 대한 복수심과 포우에 대한 공포심을 겪었기 때문에, 사리분별력이 없어졌어. 안타깝지만, 나로서는 다행이지….
이 모든 것들을 언젠가는 녀석에게 말해주어야겠지. 녀석이 감당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