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스터리를 사랑한다. 때문에 나의 책장은 에드가 앨런 포우, 스티븐 킹, 러브 크래프트와 같은 작가들의 미스터리 소설책들로 가득하다. 요새는 도시괴담에 빠져 퇴근 후 기담이란 이름의 미스터리 사이트에 접속하여 기묘한 이야기들을 읽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아까 내가 취미라고 하였는가? 정정하겠다.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읽는 것은 나의 취미가 아닌 나의 삶이다. 그것 말고는 삶의 의미도, 목표도, 낙도 없으니.
어느 날 나는 기담에서 인간의 기원이라는 도시괴담을 읽게 되었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고도의 안드로이드 사회. 인간들은 극대화된 복지로 인하여 일을 하지 않아도 많은 재화를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었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국가에서 풍족하게 지급되었기에, 모든 인간들은 천문학적인 재산을 보유할 수 있었다. 모두가 풍족하였기에 부의 집중과 계급은 이젠 의미가 없는 옛말이 되어버렸다. 인간들에게 신분 상승의 욕구는 더 이상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고 가정의 의미조차 희미해졌다. 인간들은 결혼을 하지 않았다.
결혼을 한 아주 소수의 인간들마저 자식들을 낳지 않았다. 가족의 빈자리는 귀여운 개들과, 집안의 모든 것들을 관리해주는 안드로이드가 대신했다. 인간들은 개를 자식처럼 생각했기에 자신들은 번식을 하지 않았어도, 개들의 번식을 바라보며 마치 자식을 낳은 것과 같은 기쁨을 느꼈다.
인간들은 자신의 죽음 이후에 살아갈 개들을 염려했다. 인간의 수명은 유한했지만 안드로이드의 수명은 무한했기에, 인간들은 반려견과 그 자손들을 안드로이드에게 맡기고 눈을 감았다. 안드로이드들은 인간들의 수많은 재산을 상속하여 오로지 개의 번식을 위하여 살아갔다. 안드로이드들에 의하여 관리된 개들은 인간들이 멸종한 고통이 없는 안전한 세상에서 천수를 누리고 죽었다.
오래 산 노견들에게는 지혜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났고, 자신의 자손들에게 이를 전해주고 죽었다. 이러한 전승이 몇 백 세대 반복되자 결국 개들은 거의 인간에 가까운 지능을 가지게 되었다. 어느새 개들은 자신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안드로이드들에게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 개들은 안드로이드들을 공격하였고, 개를 공격할 수 없도록 프로그래밍된 대부분의 안드로이드들은 개들에 의하여 파괴되었다.
개들은 위대한 지도자인 붉은 이빨에 의하여 하나로 통합되었고, 그들은 국가와 유사한 공동체를 만들게 되었다. 붉은 이빨은 인간의 학습을 위하여 개발된 안드로이드 A-287을 찾아내어 그에게서 인간들의 역사와 문화를 배웠고, 글자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붉은 이빨은 자신이 속한 종족의 역사가 몹시도 수치스러웠다. 자신이 지능을 가지게 된 계기가 고작 인간들에 의한 길들여짐에 의하여 발생되었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었다. 그에게 자신의 종족은, 자연스러운 진화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지구를 지배한 것이어야만 했다. 붉은 이빨은 자신이 느꼈던 모멸감을 후손들에게 안겨줄 수 없었기에 인간들의 역사와 문화를 모조리 훔치기로 마음먹었다.
붉은 이빨과 그의 추종자들은 자신들을 인간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였으며, 개들은 인간 행세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지금 인간이라고 부르는 종족의 두 번째 시작이다. 때문에 현대의 인간들은 사실은 개이며, 지금의 인간들이 개라고 부르는 동물은 안드로이드에게 속박되지 않아 자유롭게 살았던 진화가 덜 된 개들이라는 것이다.

에이 말도 안 돼. 여태까지 내가 읽은 괴담 중에 가장 터무니없군. 나는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42개의 이빨을 닦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