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군대에서 겪은 이야기입니다.

제 친구는 2009년 군번으로 5사단 GOP에서 근무하던 친구였습니다.

때는 친구가 전입한지 얼마 안되어 이등병때 이야기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최전방 특성상 2인1조로 초소근무를 나갔는데요.

새벽에 선임과 근무를 마치고 막사로 복귀하는 길이었다고 합니다.

초소에서 내려오다보면 막사가는 길 중간에 병사식당（취사장）이 있었는데요.

아직 이른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취사장 안쪽 조리실에 불이 켜져있는게 보였습니다.

그걸 본 선임이 "벌써 식사 준비할 시간이 아닌데 취사병들이 실수로 불을 안끄고 간건가" 라며

제 친구에게 가서 안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고 불을 끄고 오라고 하더랍니다.

이등병이었던 친구는 알겠다고 대답 후에 취사장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취사장 앞에 가니 낡고 무거운 취사장문이 반쯤 열려있더랍니다.

그래서 끼이익 소리나는 문을 조금 더 열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안에 들어와보니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데 저 안쪽 조리실에만 불이 켜져있는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후레쉬를 비추면서 조리실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항상 시끌시끌할때만 오던 취사장이 고요다하보니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음산하더랍니다.

얼른 불만 끄고 나가야겠다 싶어서 조리실 쪽으로 걸어가보니 조리실에도 불만 켜진 채로 조용했습니다.

혹시나 누군가 있는건가 싶어 혹시 누구 계십니까? 하고 소리를 쳤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안계시면 불 끄겠습니다! 하고는 조리실 입구에 있던 전등 스위치를 끄고는 뒤돌아서 빠르게 나오고 있었습니다.

근데 취사장의 반쯤 나왔을 때 갑자기 뒤에서 탁! 소리와 함께 조리실 불이 다시 켜진겁니다.

순간 흠칫 놀라서 뒤를 돌아봤으나 조리실은 여전히 고요했습니다.

너무 무서웠지만 속으로 혹시 이등병 놀리기나 군기잡기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시 조리실 쪽으로 가서는 혹시 누구 계십니까? 하고 조리실을 한바퀴 둘러봤다고 합니다.

여전히 조리실은 고요했고 한층 더 무서워진 친구는 불끄겠습니다! 하고는 불을 끄자마자 뛰어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불을 끄고 뒤를 돌아 막 뛰려는 순간 뒤에서 바로 탁! 하고 불이 다시 켜진거죠.

이때부터는 아 이게 진짜 뭐가 있구나 싶더랩니다. 불을 끄자마자 뒤로 돌았는데 뒤에서 바로 스위치를 누른다는게 이해가 안되는거죠.

순간적으로 그냥 도망갈까 싶었지만 이등병 입장에서 뒤에 있는 뭔지 모를 존재보다 밖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선임이 더 무서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눈을 질끈 감은채로 뒤로 돌자마자 스위치를 냅다 후려쳐서 끄고 취사장을 뛰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다행이 뒤에서 불이 켜지진 않았으나 무언가 자기 뒤를 따라 쫓아온다는 느낌이 들더랍니다.

그래서 그 어두운 취사장을 미친듯이 달려서 겨우 아까 살짝 열어뒀던 취사장 문을 나와 끼익 소리를 내면서 닫고 바로 선임에게로 뛰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쾅! 소리와 함께 취사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랍니다.

뛰던 와중에도 그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방금 닫고 온 취사장문이 활짝 열려있었습니다.

선임은 저 앞에서 기다리면서 보고있고 문은 열려있는 상황에서 저 문을 다시 가서 닫아야하나 하고 몸이 굳어있는데 선임이 소리를 치더랍니다.

"야!! 그냥 빨리와!!"

그제서야 친구는 다시 앞을 보고 달려갔고 선임은 친구를 보더니 "야 계속 뛰어!!" 라고 하더니 그대로 같이 달려서 막사로 내려갔습니다.

이후 당직대에서 근무복귀 후 신고를 하는데 선임은 특이사항이 있냐는 간부의 질문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대답하더랍니다.

분명 취사장문이 열리는걸 같이 보기도 했고 그대로 두면 야생동물이 침입할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죠.

일단 선임의 말에 토를 달 수 없었던 친구는 가만히 있는데 선임이 당직사령에게 당직병과 담배를 한 대 펴도 되냐고 물어봤고 같이 담배를 피우러 갔답니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흡연장에 간 선임, 친구, 당직병이 한 자리에서 담배를 피는데 선임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아무말 없이 담배를 한 대 피더니 한 대 더 꺼내 물고는 친구에게 묻더랍니다.

"야 너 안에서 무슨 일 있었냐?"

친구는 그 말에 안에서 있었던 일을 선임에게 설명해줬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선임이 아무말 없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담배 한 대를 다 피우고는 자기가 본걸 얘기하더랍니다.

선임은 친구를 기다리며 담배를 한 대 물고 피고있는데 친구가 행동했던 것처럼 조리실 쪽 불이 켜졌다 꺼졌다하는걸 봤다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 불이 다시 켜질때는 누가 있나 했다가 계속 깜빡거리니 나오지는 않고 장난을 치나했답니다.

그런데 불이 다시 꺼지더니 후레쉬가 마구 흔들리면서 입구 쪽으로 달려 나오는게 보였다는 거죠.

뭔가 이상하다 싶던 순간 친구가 밖으로 나와 철문을 쾅 닫고 뛰어오는데 다시 문이 쾅하고 열렸고 그 어둠 속에서 새하얗고 깡마른 팔 두 개가 문을 민 것처럼 밖으로 뻗어져 나와있는걸 봤답니다.

보자마자 아 이건 뭔가 잘못됐다라는걸 느끼고 친구에게 당장 오라고 했다는거죠.

이후에 그 선임은 당직병에게 당직사관에게 얘기하면 다시 가서 문을 확인하라고 얘기할까봐 보고하지 못했다며 다음 번 복귀조한테 얘기해서 혹시라도 문이 열려있는지 확인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듣기론 다음번 복귀조가 취사장을 확인했을 때는 불도 켜져있지 않았고 철문도 정상적으로 닫겨서 잠겨있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다행이 그 후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군 생활 중 가장 무서웠던 경험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