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도 군생활을 할 당시 이야기이다
먼저 부대 소개를 하자면
우리 부대는 본부,1,2,3중대가 모두 따로 떨어져있고 규모가 작은 부대로 전방에서도 시설이 굉장히 좋지 않은 부대였다
1자로 쭉뻗은 전형적인 구식 내무반에 부대내 아스팔트 도로는 물론 보도블럭 조차도 없었다
여느 군인들 처럼 가지도 않는 시간을 애써 당겨가며 상병짬을 먹고 있을 때였다
다른 분대에 김 이병이라는 신병이 하나 들어왔는데 상태가 좋지 못했는지 전입날부터 이상한 소문이 돌았었다
소문의 내용은 간단했다 귀신을 본다는 신병.
비리비리한 체형에 얼빠진 표정, 알고보니 할머니 때부터 어머니까지 무당집안 자식이랬다
우리 분대 후임도 아니고 내가 신경 쓸 일도 아니기에 별 관심을 갖지도 않았다
시간이 지나 김 이병이 첫 야간 위병소 근무를 나서게 되던날
김 이병의 사수로 그날 근무자 중 가장 고참인 내가 배치되었다
위병소는 행정반에서 연병장을 가로 질러 3분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위치에 있었다
FM대로 라면 당직병 인솔하에 위병소까지 가는것이 원칙이지만 병장짬 먹은 당직병들은 당직사관이 졸고있으면 인솔 없이 근무자들만 투입시켰다
그 날도 새벽 3~4시 근무를 마치고 다음 근무자를 기다리고 있는데 당직병 없이 근무자들만 온걸 보니 또 귀찮다고 안 온 모양이다
불만이었던건 야간근무 인솔시에는 당직병이 큰 후레쉬 하나 가지고 다니면서 길을 밝혀주는데 그게 없다는 거다
복귀시 연병장을 가로질러 와야하는데 야간에 텅빈 연병장에 조명을 켜놓을리도 없고 칠흑같은 어둠에서 행정반 빛만 쫒아 걷는건 꽤나 소름돋는 일이었다
사건은 이때 일어났다
깜깜한 연병장을 가로지르는 중 갑자기 김 이병이 몸을 덜덜 떨며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상태를 보니 자꾸 옆을 흘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곳은 오래된 폐창고가 있는 곳 이었다
부대 한편에 모여있는 다른 창고들과 달리 생뚱맞게 연병장 구석에 작은 창고가 하나 있었는데 간부들 말로는 부대가 생길 당시부터 있던 창고라고 했다
위치도 위치지만 너무 낡아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창고였다
위병소 근무자들도 야간근무 철수 시 항상 보이는 으스스한 창고였기에 괜시리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을 퍼트리고 있었다
아무튼 덜덜 떠는 김 이병을 보자 이 친구가 귀신을 본다는 소문이 떠올랐고 장난식으로 물어봤다
“너 귀신 본다며?”
그 순간 김 이병은 “으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깜짝 놀란 나는 다급하게 김 이병을 세차게 흔들었지만 기절한 김 이병은 반응이 없었다
아무리 비실비실한 김 이병이었지만 축 늘어진 장정을 업을 수가 없어 연병장 한가운데 기절한 김 이병을 두고 행정반으로 달려갔다
“김 이병이 기절했습니다!!”
다급한 외침에 졸고있던 당직사관과 당직병이 화들짝 깨고
3명은 함께 연병장으로 달려갔다
저 멀리 연병장 한가운데 어둠속에 쓰러져있는 김 이병이 보였다
약 10m 지점에 다다랐을때 김 이병이 꿈틀거리더니 비틀비틀 일어섰다
그리고 김 이병은 우릴보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이 상병님 저 두고 도망가시면 어떡합니까아~”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저게 무서워서 덜덜 떨다 기절한 사람이 보일 수 있는 행동인가??
음침하고 소심한 성격의 김 이병이 넉살스래 웃으며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뭔가 심하게 이상하다는 이질감에 사로잡힌 나는 나도 모르게 입에서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너 김 이병 아니지”
웃고 있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3초 간의 정적 뒤에 김 이병은 한쪽 입고리가 귀까지 걸리게 웃더니
“키득” 콧방귀를 뀌고는 다시 쓰러졌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3명은 아무 소리도 못하고 김 이병을 들쳐업고 행정반으로 뛰어들어왔다
잠시 후 김 이병이 깨어났고 우리는 맨 처음 기절한 이유를 물었다
“사실 폐창고 앞에서 손가락으로 사열대를 가리키고 있은 귀신이 보였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떨고 있었는데 이 상병님이 저에게 너 귀신본다며? 라고 묻는 순간 그 귀신이 저를 가리키며 웃었습니다.. 그러고는 기억이 없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우리 4명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마자 당직사관은 대대장에게 이 소식을 보고했고 며칠 뒤 김 이병은 조용히 부대 이동을 하게 되었다
나와 당직병은 대대장이 따로 불러 이상한 소문이 돌지 않게 입단속을 시켰고 대대장도 찜찜했는지 얼마 뒤 폐창고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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