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였던가요? 그녀를 처음 봤던 게.

왜 그런 말 있잖아요? 운명의 상대를 처음 본 순간 종이 울린다는...


사랑의 콩깍지에 사람들이 으레 하는 그저 그런 소리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진짜더군요.

길을 걷다 우연히 그녀와 마주친 순간 머리에 무언가 팍 꽂히는 느낌이 났어요.

물론 말 그대로 종이 울리진 않았지만, 강렬한 전율이 전신을 타고 흘렀죠.


그런 첫 만남 이후, 저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갔고.

처음엔 부담스러워하던 그녀도 저의 저돌적인 대시에 결국 마음을 열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우린 작지만 소중하고 특별한 사랑을 했어요.

사랑의 설렘과 짜릿함에 왜 더 빨리 만나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까지 들더군요 하하

하지만 뭐... 영원한 사랑은 없다는 말처럼, 사랑하던 연인들이 흔히 그러듯


그런 설렘과 짜릿함도 결국 순간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고.

잦아지는 그녀의 눈물과 커져 가는 저의 서운한 마음 사이에서

그녀를 그만 놓아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그녀를 떠나보내 주었고, 그녀는 제 곁을 떠나갔었던 거죠...

모든 헤어짐이 그러듯 아쉬움이 남지만, 후회는 없어요.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정말로 사랑했으니까요..."





한 남자의 긴 이야기가 끝나고, 이를 묵묵히 듣고 있던 무표정의 남자가 말했다.





"음... 이제 그만 가지,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그러자 이 말을 들은 남자는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요! 그녀를 만나러 가야겠어요.

저를 기다릴 그녀를 만나러 가는 거에요...!"




이후 방에서 나와 긴 복도를 걸으며 다시 한번 말했다.



"막상 가려니 설렘 때문인지 조금은 떨리네요... ㅎ"




곧 복도의 끝에 이르렀고, 그곳에 있는 방으로 두 남자가 들어갔다.

그리 크지 않은 방에는 앞쪽에 조그한 무대와 커튼이 있었고

10명 남짓의 사람들이 무대 앞에 앉아 있었다.



남자는 무대 가운데에 섰고 다른 제복을 입은 남자가 기계장치 옆에 섰다.

같이 왔던 무표정의 남자는 검은 복면을 무대 위 남자에게 씌우고

그의 귀에 속삭였다.



"이봐 아마 그녀는 만날 수 없을거야... 왜냐면...

너 같은 쓰레기들은 불구덩이에 떨어질 때니까"



무표정의 남자는 그 말을 하고 제복을 입은 남자에게 손 짓을 하며 말했다.


"시작해"


복면을 쓴 무대의 위의 남자의 숨소리가 더욱 거칠어져 갔다.

"후욱 후으욱 후~욱"


제복을 입은 남자는 레버를 잡으며 말했다.


"죄수번호 xxx 아동 강간 및 살해, 사체 훼손 및 유기, 사형 집행하겠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자가 외친다.

"이...이 씨발!! 살려줘!!!!! 내가 뭘 잘 못했는데!!!!

죽기 싫어 씨발!! 우린 그냥 사랑했을ㅃ..."


덜컹 소리와 함께 남자는

줄에 매달려 춤을 추다

이내 움직임을 멈췄다.



이를 보고 있던 무표정의 남자는 혼자 나지막 중얼거렸다.

"바람에 흩날리는 열매 같구만... 꽃봉오리를 떨어뜨린 썩은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