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어디서 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몇 글자 끄적여 보겠습니다

그때 나이 7살? 8살?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을 때 입니다

한참 뛰어놀기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던 나이죠

저희 집은 가정 형편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도박 빚에 시달려 도망 다니던 아버지와 묵묵히 견디던 어머니

손을 항상 붙잡았던 형이 있었죠

이러한 상황 덕분에 저희는 매번 이사를 다녔었죠

4번째 이사를 하고 형과 저는 놀거리를 찾던 도중 집 옆에 큰 우물을 발견했었죠

갈라져 버린 시멘트 바닥 위에 허름한 나무 뚜껑으로 이루어진 꽤나 큰 우물이 었어요

우물 주변은 풀로 무성했고 담벼락 넘어 지붕위로 뻗어있는 나무도 한그루 있었죠

저희 어머니는 이사를 할때 저희에게 신신당부 했어요

어머니 : 길동아~ 동동아~（가명입니다 ^^） 얼른 이리와봐
어머니 : 저기 우물 주변은 뱀이랑 벌레가 많으니 절대 가지마 알았제 ?

뱀이나 벌레가 나온다며 어머니는 우물주변을 가지말라고 매번 말씀하셨어요

그렇게 이사온지 일주일이 되던쯤

형과 저는 문앞 계단에 앉아 돌과 모래를 가지고 놀며 어머니를 기다렸어요

그렇게 놀다보면 어머니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셨었거든요

어머니를 기다리며 놀던 그때

누가 계속 벽을 긁는듯한 소리가 계속나는거에요

까득.. 까드득... 까득,,.. 까드륵....

바람이 불어 나는 소리라며 애써 외면 했지만 우물주변에서 나는소리라는걸 부정할수 없었죠...

형에게 말했습니다

동생 : 형 우물에서 무슨 소리 안나나 ?
형 : 뭔 소리? 아무소리 안나는데 ?
동생 : 잠깐 이리와봐 저기 진짜 무슨 소리 난다니까 ?

그렇게 형은 제 손을 꼭 붙잡고 멀리서 우물을 바라봤습니다

우물을 빤히 쳐다보았지만 아무소리가 나지않았죠

형이 놀랬다며 장난치지 말라한 그 순간 다시 한번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까득.. 까드득... 까득,,.. 까드륵....

동생 : 형아 진짜 소리 난다니까!! 못들었나 ?

형 : 야.. 진짜 소리난다 저거 뭐고 ?..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며 우물을 바라보았죠..

겁이 없던 형은 주변에 있던 돌을 집어 우물에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극구 말렸지만 겁이 없던 형은 계속 돌을 던졌죠...

돌을 맞던 우물에서 소리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딱!! 까득.. 까드득... 까득,,.. 까드륵..... 딱!!!!!! 까득 까득 까득 까득 까득 까득

동물이라고 생각했던걸까요 ? 겁도 없이 계속 던졌었죠

근데 이상하게 허름한 나무뚜껑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내가 알던 위치에 있던 뚜껑이 아니었던 거죠

4~5번째 돌을 던졌을때 쯤

까득 소리가 멈추고 정적이 흘렀습니다

그러자

3분의 1 쯤 열려진 뚜껑과 하얀소매의 손을 보고 동물이 아니란걸 알아챘죠

딱딱히 굳어버린 제 발은 움직이지 않았고 정신을 차렸던 형은 제 손을 부여잡고 방안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방으로 도착한 후 온몸이 굳은상태로 울음이 터져버렸습니다.

형은 제 입을 막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저를 달래기 시작했죠

그렇게 1시간 가까이 울었을까... 어머니가 집에 도착하셨고

그때서야 어머님께 모든 걸 말 할 수 있었죠

위에 얘기를 해드렸는데 어머님은 당황하시며 말했죠

어머니 : 얘들아 저기 우물막혀있어서 귀신 같은건 없어 괜찮아 아무 걱정하지마

저흰 분명 하얀소매에 손을 봤다며 계속 말했지만 믿어주시지 않는 눈치셨죠..

그렇게 다음날이 되어 어머니와 함께 우물로 가보았지만 3분의 1쯤 열려있던 우물 뚜껑은 닫혀있었고

우물뚜껑을 열었을때 목끝까지 시멘트로 가득차있었고 물한방울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어머니 : 이거봐 안에 아무것도 없지 ?

저희는 다행이라며 안도하고있을때 우물과 가장 가까운쪽 창문이 반쯤 열려있었다는걸 알게 되었고

그게 저희 방 이라는 것도 알게되었습니다...

저희 집은 예로 부터 도박빚때문에 빚쟁이들이 하도 들락날락 해서 창문과 집앞 대문을 철저히 잠구고 다녔었거든요...

귀신을 믿지 않았던 어머니 었지만 ...

창문이 활짝열린게 아닌 반만 열린게 마음에 걸린것인지..

할머니 친구 중 무당이 있어 찾아뵙게 되었다죠...

어머니는 무당할머니에게 자초지종 이야기를 설명하고

무당할머니는 웃으며 얘기했습니다.

무당 : 저기 산중턱에 있는집이지 ?

집이 어딘지 알려주지 않았지만 무당할머니는 잘알고 계셨고

자그마한 부적을 써주며 얘기했습니다

무당 : 부적을 문앞에 붙히고 절대 수도꼭지든 뭐든 물틀지마... 알겠제 ? 씻는것도 3일만 참아..

그렇게 저희는 3일간 문앞에 부적을 붙히고 살았었죠..

3일이 지난후 저와 형은 다행이라며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다시 생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치만 저는 아직도 말을 못했죠 하얀소매를 입은여자가 창문을 기어넘어 저와 눈이 마주쳤을때

해맑게 웃으며 검지를 치켜들고 자신의 입에 가져다 대며 장롱으로 들어간것을..

이야기는 여기 까지구... 제가 직접 겪은 실화 입니다.

방금 위성지도로 찾아보니 나무는 그대로 있고 지붕도 바뀌었고 우물도 사라졌지만..

장롱으로 들어간 귀신이 아직도 생각이 나네요..다행히 저희는 창문이 열려있던 방을 사용하지 않았고

방문을 항상 걸어잠궈 놓았었습니다.

생김새도 정확히 기억나네요

눈을 한번도 깜빡이지 않을듯한 땡그란 눈 해맑게 웃던 얼굴 티끌없이 깨끗한 하얀소복 손톱이 없던 손가락까지

28살이 된 저는 처음으로 이 이야기를 적지만 적는 순간순간에도 그얼굴이 떠올라 소름 끼치고 무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