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과학자가 그러더군요, 사실 원숭이와 인간이 지닌 지능의 차이는 그렇게까지 큰 건 아닐 수도 있다고.

뭐 이런 이야기입니다.

원숭이도 숫자는 셀 줄 알죠. 훈련을 많이 시키면 구구단도 가능한 개체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죠.

하지만 원숭이에게 미적분을 가르치는 건 불가능합니다. 같은 분야의 지능을 가지고는 있지만 깊이가 얕달까요.

그래서 그 과학자는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사실 아주 약간의 지능 차이만 있으면, 그 미세한 차이 때문에 인간의 아이들이 곱셉 나눗셈으로 힘들어 할 때,

외계 지성체의 유체는 아주 손쉽게, 미적분과 여러 복잡한 법칙들을 아주 직관적으로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뭐 어쨋든, 그래서 우리는 원숭이에게 기술을 전수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습니다.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뿐더러, 만약 원리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도구를 쓸 줄만 알아서는 경우에 따라 아주 위험해질 수도 있거든요.

그 종에게나, 다른 종에게나 말입니다.





2.

그런데 말이죠. 만약에 이 우주에, 자신들이 가진 아주 고차원적인 문명과 기술을 교류하고, 때로는 기꺼이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는 지성체들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그들이 과연 그 교류에 기꺼이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 자격을 먼저 확인해 보고 싶을 겁니다. 그래요, 마치 젤 나가처럼 말입니다.

뭐 어쩌면 지금까지 계속해서 제기되는 비확인비행물체들이 바로 이러한 징후는 포착하기 위한 겁니다.

그럼 그 기준은 뭘까요? 아마 아주 작디 작은 차이일 겁니다. 인간을 원숭이와 구분 짓는, 아주 유사하지만（사실은 같은 걸지도 모르구요） 결정적인 차이를 가진 그 능력과 같이 아주 작은 차이 말입니다.

그리고 그 능력은 어쩌면 아주 사소한, 어떤 지성체도 할 수 있지만 모든 지성체가 하지는 못하는 그런 부류의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3.

뭐 좀 기분이 나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발달적인 차원에서 인간은 여전히 다른 동물과 같은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동물 중에 털과 발톱이 달려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종과, 피부색을 변화시킬 줄 알아 사냥과 생존에 유리해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종,

이 두 종 중 어느 하나가 '획기적인' 진화를 거쳤다고 보십니까? 둘 다 독특한 진화의 갈래이지만, 바꿔보면 둘 모두 그냥 여러 진화의 갈래 중 하나일 뿐입니다.

과학 기술도 사실은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종은 발톱으로 살아남고, 어떤 동물을 청각기관으로 살아남은 것처럼, 인간은 뇌를 통한 지성으로 살아남았을 뿐입니다.

인간이 뗀석기를 만드는 원숭이 집단을 발견하면 가서 컴퓨터를 전수해주고 싶어할까요?

아주 미세한 금속 입자에 레이저를 맞췄을 때 나오는 빛을 모아 쬐서 만든 반도체라는 개념도 모르는 원숭이가 컴퓨터를 '온전히' 이해하고 쓸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버튼 누르면 바나나 나온다는 거 정도는 가르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뿐이죠.

결국 바나나를 세팅해주는 존재마저 없어지면, 그냥 모니터로 다른 원숭이 머리를 쪼개버리는 데나 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컴퓨터를 그냥 정글에 설치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같은 인간에게는 문물을 전수하고, 교육을 하려 합니다.

원주민 집단에게 과학 기술의 혜택을 전해주고, 그들에게 교육을 통해 같은 수준을 향유하게 도와주고 싶어합니다.

실제로 그들이 사는 모습이 원숭이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에 불과한다고 해도요.

이 차이는 가능성에서 비롯됩니다.

'같은' '능력'을 갖춘 존재이기에, 환경이 조성된다면 시간이 좀 걸릴지라도 같은 수준의 문명을 향유할 수 있게 발전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기술 자체가 아닙니다. 뭐,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고생은 조금 필요하지만, 여기서 더 중요한건 여러분이 지금 우리와 같은 지성체냐는 겁니다.




4.

지난 오랜 기간동안, 저희와 같은 결정을 내리는 지성체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오랜 기다림을 지친 저희는 특별히 여러분에게 '답'을 제공해 보려고 합니다.

우리 모두는, 여러분을 포함해서, 이 우주에서 생존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주는 이 수많은 존재들을 진화라는 미로 위에 쏟아버리고, 그 중에 우연히 제대로 된 곳을 선택한 것들만 살아남게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가운데 우리는 마치 쥐가 길을 찾아 뒤를 돌아오듯이, 길을 찾아내는 능력을 가진 동료들을 찾고 있습니다.

때로는 잘못된 길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처럼 말이죠. 그런 여러분이 '우리'처럼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매우 기쁠 것입니다.

그건 여러분이 바로 우리와 '같은' 지성을 가진 존재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과학 기술은 매우 유용하고 장밋빛 미래를 선사해주는 도구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

여러분이 스스로 문명 수준을 （지구에서 흔히 통용되는 시간 기준으로）200년 이상 후퇴시킨다면, 여러분은 우리와 동일한 지성체라고 간주될 것입니다.

저희는 여러 도움을 통해 몇 십 걸음은 다시 앞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어떤 영상 매체에서 가정하는 것처럼, 여러분이 권고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가 대대적인 파괴 행위를 가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하.

향후 100년 내에 당신들에게 4000년, 혹은 그 이상의 문명적 후퇴를 촉발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여러분이 선택한 진화의 잘못된 방향 때문입니다.
（게다가 항성계는 커녕 행성 자체도 벗어나지 못하는 여러분의 기술을 생각해보면 보면 문명의 불가역적 후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0년 뒤로 돌아간다고 뭐 뾰족한 수가 나오는 건 아닐 겁니다만, 그 뒤에 올바른 방향으로의 전환이라는 부분에서는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겁니다.



추가） 200년 뒤로 '스스로 돌아간다'는 것이 좀 무시무시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러분이 자주 겪은 것처럼 전쟁으로 문명이 파괴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됩니다.
여러분은 공산주의가 실패했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는 표어에서 여러 사회안전망을 발달시킬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거둔 200년간의 실패는, 여러분이 새로 시작하는데 아주 좋은 디딤돌이 되어줄 겁니다.
아마 그 실패에서 배우는, 실패에서 돌아서 보았던 그 역사가 없었다면, 여러분이 이 메시지를 받을 일도 없었을 겁니다.
그러한 능력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이번 기회에 증명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