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밤이 잦았어.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들어오는 골목을 지날 때면 난 항상 기도를 했던 것 같아.

오늘은 제발 음악 소리가 들리지 않기를. 오늘은 제발 음악 소리가 들리지 않기를.

늘 곰팡내가 나고 슬레이트 지붕이 허름하게 얹어진 오래된 집.

그 사람은 누구를 해하려고 마음을 먹은 날에는 항상 낡은 턴테이블을 틀었어.

늘어지는 잡음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트로트 음악.

지옥 같은 나날이었어.

나는 죽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살고 싶다는 미련은 조금이라도 있었을까...

야심한 밤,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잔기침을 해대고 있던 때였어.

살이라도 낀 듯 찾아오는 고요하고 적막한 밤공기에 조금 쓸쓸해지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오늘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 안심도 되었어.



...

그때였어.

귓가에서 윙윙 울려오는 날갯짓 소리.

제법 커다란 파리 두 마리가 공중에서 서로 짝짓기를 하며 내는 소리였어.

그 모습을 보자마자 이상하게도 구역질이 올라왔고

혐오감이 미친 듯이 몰려왔어.



나도 모르게 가운뎃손가락을 안쪽으로 구부려 딱밤을 때리듯 그들에게 휘둘렀지.

그 손가락에 위에 있던 파리가 튕겨나가 저 먼 곳으로 사라졌어.

아마 명을 달리했겠지.

아래 있던 파리는 충격에 바닥으로 떨어졌어.



녀석은 잠깐 상황을 분석하는가 싶더니

이내 짝을 잃은 슬픔과 당혹감에 미친 듯이 주변을 날아다니기 시작했어.

그건 분명히 어떠한 감정이 섞인 동작이었어.

한 번도 파리의 행동에 대해 진지하게 관찰한 적이 없었던 터라 쥐 죽은 듯 가만히 그 행동을 관찰했던 것 같아.



어느 순간 녀석의 동작이 멈췄어.

공중에서 멈춘 채로

나를 빤히 응시하기 시작했지.

식은땀이 흘러나왔어.



애~~~~~~~앵!!!!!!!!

소리와 함께 녀석이 내 귓속을 파고 들어왔어.

어린 마음에 놀라 자리를 박차고 달아났지.

정신없이 가로등 그늘 아래로 달아나 도망갔던 기억이나.



문제는 다음 날부터였어.

집에 파리들이 이상할 정도로 많이 보이기 시작한 거야.

한 마리가 아니었어.

화장실에도 그들은 있었고, 거실에도 있었고, 방에도 그들이 있었지.

심지어는 학교에도 가득해서 너무도 당혹스러웠어.

아무리 그들을 잡기 위해 파리채를 휘둘러도 역부족이었어.

바닥에는 늘 파리의 시체가 쌓여갔어.



그때부터 귀를 파면 끈적한 액체가 묻어 나왔어.

끈적하게 늘어지며 손가락에 묻어 나오는 액체였지.

불편감에 처음에는 휴지를 가지고 다니면서 열심히 닦았는데

나중에는 귓불을 타고 흘러넘쳐도 반쯤 포기하게 되더라.



이변을 먼저 알아차린 건 아버지였어.

파리에 신경 쓰느라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는 모습이 당황스럽게 느껴졌나 봐.

뺨 언저리가 얼얼해졌어.



그때 귓가에서 소리가 들리더라.

거래를 하자고.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반격을 했어.



아버지는 땅바닥에 누어 움직이지 않았어.

다음 날이 되어도 누워있더라.

원래 게으르고 무책임한 사람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유일하게 잘하던 출근도 이제 하지 않기로 정했나 봐.



나는 오늘 아버지에게 학교 다녀왔다고 인사를 했어.

아버지 주변에 떠다니는 반짝반짝 아름다운 요정들이 대신 인사를 받아줬어.

난 이제 도망가지 않아.

더 이상 음악 소리도 들리지 않아.

아마 신이 내 기도를 들어주셨나 봐.



널 오랫동안 지켜봐 왔어.

너도 나와 같은 고통을 앓고 있구나.

더 이상 내 인생에 그늘은 없어.

움직이지 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 순간부터 네 주변에도 요정들의 축복이 가득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