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삼촌은 냉동탑차를 몰았다.

혼자 전국을 돌아다니며 개인 물건이나
기업에서 쳐내지 못한 물건을 건당 얼마에
배달해주곤 했다.

어느 여름날, 삼촌과 만난 나는 어린애처럼
삼촌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삼촌은 커다란 어깨를 으쓱 거렸다.
상대방 이야기에 긍정적일 때
삼촌은 그렇게 하곤 했다.

-그런데 무섭지는 않아.

-괜찮아요.

-어느 안개낀 날에. 산 쪽에 있는 리조트에
배달하러 간 남자 이야기야.

시내에 비가 내리면 산 쪽엔 안개가 아주 심하게 끼거든?
10미터도 안보여. 다들 깜빡이키고 다니는데,
가끔 정처없이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있어.

제주의 자연을 느끼겠다나?
하여간 정신머리 빠진 놈들이 많아.

그러다 안개낀 날도 나갔다가 그 남자가 모는 트럭이랑...

쾅!

남자는 어떻게 했을 거 같냐?


-병원에 데려가지 않을까요?

-죽었는데?

-자수...?

-그러지 않았어.

-뺑소니인가요?

-아니. 시체를 탑차에 실어서 냉동기를 켰단다.
안개가 심하게 끼니까 길 옆에 차가 서 있어도 몰라.

-그리고요?

-탑차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고 한...1시간인가.
그 정도였던 거 같아. 남자는 차를 몰고
한 2km 떨어진 곳에 시체를 버렸어.

산이라서 cctv도 없고, 안개때문에 지나다니는 차도
그 남자가 하는 일을 몰랐지.

-그리고요..?

-그 시체의 가족이 미친듯이 찾다가
3일만에 썩기 시작한 시체를 발견했어.
사망시각, 사망장소 모두 다르니까 경찰도 골아팠을 걸.

-범인은 잡혔나요?

-아니

-그럼 이 이야기는 어떻게 돌게 된 거에요?

-글쎄.

-혹시 아는 사람 이야기인가요?

나는 기대에 차서 물었지만
삼촌은 그 커다란 어깨를 으쓱 거릴 뿐이었다.

-글쎄.

나는 김이 새버렸다.

삼촌 말대로 무섭지 않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