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나오거나 하지는
않지만, 저 나름대로는
공포스러웠던 경험이라
풀어봅니다.

지금으로 부터 30여년전
（고로 지금은 중년의ㅠㅠ）
국민학교 저학년 때 입니다.
우리집은 목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동네와 좀 멀었고
가까운 이웃집도 듬성듬성
작은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주위에 있는 것이라고는
들판, 논밭, 그리고 작은 늪지
같은 그야말로 자연속이었지요.

늦가을이 지나고 겨울 초입 즈음
어느날 잠을 자는데
얼굴과 손이 차갑고 시려웠어요.
왜 이렇게 춥지 하면서
그냥 잠을 청하는데
점점 더 추워져서
이불이라도 잘 덥자 생각에
손을 이리저리 휘저어
이불을 당겼습니다.
그런데 손이 왠 허공에 휘젓는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이상하다 생각을 좀 하다가
발에 뭐가 걸리면서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제가 어느 길을 걷고 있었거든요.
어딘지도 모르는 길.
시골 길 한가운데
머리는 서리같은걸 뒤집어 쓴 채
내복차림에 슬리퍼로 길을 걸었던
겁니다.
저는 그때까지 그길을 가본적도
없었지요.

갑자기 몰려오는 한기와 공포에
울음조차 안나왔습니다.
여기가 어디야 내가 왜 여기있지.
주위를 살펴보니 뒤쪽에
작은 아주 작은 오렌지색 불빛이
보였어요.
나중에 보니 그 불빛은
우리 작은 마을 초입에
밤에 들어오던 하나 있던
방범등이었습니다.
그 불빛이 아주아주 작게 보였습니다.

저는 사력을 다해서 그쪽으로
뛰었어요.
숨이 차오르는 것도 잊은채
한참을 달리다 서고 또 달리다 섰습니다.
그렇게 집에 도착했고
제방에 와서야 눈물이 나더군요.

그 다음날 겪었던 일을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몽유병 같은거 같다고
한의원에 가서 진맥을 짚고
보약을 지어주셨습니다.
기가 약해서 그런거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몽유병이라서 걷는다해도
한번도 가보지도 않은 길을
그것도 나중에 안 거지만 거의 수십분을 걸어서 갔다는게 너무 공포스러웠
습니다.

그 밤의 그 한기...

수십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네요.

여기까지 입니다.
그이후로도 몇번을 동네한바퀴를
했지만 커가면서 사라졌어요.
재미가 있으셨나요ㅎㅎ
웃대를 눈팅만 몇년 하다가
가입하고 첫글입니다ㅋ

다음에도 좀 공포스러운
경험이 있었으니 이야기보따리
짬짬히 풀어놓겠습니다.
감사해요~장마에 건강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