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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라지를 보니까 어제도 룸빵 치고 왔네! 이 새끼.”
잠시 쉬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 최 씨 아저씨가 다가와 내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말했다.
“아니에요. 그냥 친구랑 술 마셨어요.”
“아니긴 새끼야. 얼굴이 아주 번들번들 하구만.
하여튼 이 새끼는 나이도 어린놈이 못돼 쳐먹은거만 배워서.
내가 너만 할 땐 말이야 해만 떨어지면 여자들이 줄을 섰어.”
이후 듣기 거북할 정도로 저급한 경험담이 이어졌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귀를 막고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공사판에서 힘깨나 쓰는 미장이인 아저씨 눈 밖에 나서 좋을 게 없었기에
경직된 미소를 지은 채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견뎌 내야 했다.
시멘트 기술 하나는 전국에서도 알아준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과언은 아닌 듯
그 지랄 맞은 성격 탓에 여러 사람과 트러블이 나면서도
작업반장님은 어떻게든 최 씨를 데리고 일하려 애쓰는 꼴이었다.
다행히 아저씨는 적당히 맞장구쳐주는 내 태도가 마음에 든 듯했다.
“내가 그렇게 대단한 놈이라 이거야.
그니까 너도 잘 알아 모시라고. 알아먹었어?
싹싹하게 잘해야 내가 어디 좋은데 데려가 줄 거 아니야.
너 그 취향이 뭐랬더라?
그래. 그 2살 연상에 차분하고 도도한 여자.
하여간 골때리는 새끼야 이거.
너 아직도 네 취향 맞는 년 찾으려고 몇 번씩 뻰찌 놓고 업소 뒤지고 다니냐?”
“예? 아뇨…. 안 그래요.”
“아니긴 새끼…. 너 매일같이 뒷골목 뒤지고 다니는 거 여기 놈들 다 아는구만.
적당히 해 새끼야. 뼈 삭아.”
다시금 내 뒤통수를 거하게 후려친 최 씨 아저씨는 그대로 사무실로 들어갔다.
“병신 새끼….”
결혼도 못 하고 혼자 공사판에서 갖은 허세는 다 떨면서
업소에다 돈 꼴아박는 것밖에 못 하는 실패한 인생.
그런 주제에 나를 자기와 동류로 보는 꼴이, 우습다 못해 화가 날 지경이었다.
“업소….”
이 공사장 사람들 전부가 오해하고 있지만
난 지금껏 한 번도 업소에 간 적이 없다.
아니 정확히는 그곳에서 불건전한 짓거리를 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내가 하루가 멀다 하고 네온사인 가득한 유흥가를 돌아다니며
이 업소 저 업소를 돌아다니는 것은 찾아야 할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2살 연상의 여자’
당연히 운명의 상대나 내 취향의 여자 따위는 아니다.
내 친누나.
이제는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내 혈육이자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직전 사라진 누나를 찾기 위해서다.
노가다에 지친 몸으로 밤을 새워가며 길바닥을 헤매는 것도
업소에서 미친 듯이 뻰찌를 먹이며 아가씨들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도
다 누나를 찾기 위함인 것이다.
집 나간 누나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한정적일 테니까.
양복쟁이들에게 끌려 나와 흠씬 두들겨 맞기도 하고
번 돈을 다 쏟아부어 굶주림에 골골대기도 했다.
그럴 때면 누나 따윈 그냥 다 잊고 혼자 어떻게든 살자 싶은 마음이 들지만,
결국엔 다시금 길거리를 배회하는 꼴이었다.
언젠간 만날 수 있을까?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내가 뭘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만약 평생 찾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이런 불편하고도 처절한 생각을 하며 살아온 게 벌써 2년.
빚은 늘어나고 몸은 망가지고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누나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같이 일하는 늙다리들에게 슬쩍 들러붙어 정보를 캐내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그리 여의치 않았다.
누나가 내가 기억하는 그 모습으로 일하고 있을 가능성도 희박했고
나이 역시 적당히 속이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으니
결국은 내가 직접 보고 찾아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성형하건, 모습을 바꾸건 나는, 나만은 알아볼 자신이 있었다.
“찾아야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건 무조건 찾는다.”
다시금 의지를 다잡고 있을 때 사무실 문이 열리며 최 씨 아저씨가 내게 다가왔다.
“야, 꼴통! 너 오늘 나랑 한잔 때리자.”
“새끼야. 편식하면 안 되는 거야. 이거도 먹어보고 저거도 먹어보고
골고루 다 찍어 먹어봐야 뭐가 제일 맛있는지 알 거 아니야.”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천박한 소리를 내뱉는 꼴을 가만히 보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 업소라도 데려가 주려나 싶어 따라왔건만
간다는 곳이 자기 집이었다.
허허벌판에 덜렁 있는 낡은 집.
종이컵에 섞어 놓은 소주와 맥주.
안주랍시고 꺼내놓은 신김치와 비릿한 두부.
눈앞에는 듣기 싫은 천박한 소리만 늘어놓는 인생 실패자.
최악이었다.
이대로 시간을 버릴 수는 없었기에 적당히 눈치를 보다가 슬쩍 운을 떼었다.
“아 참, 아저씨, 그러고 보니까 아까 저 좋은데 데려가 준다고 그러지 않았어요?”
취기가 돌았는지 풀린 눈을 한 채 손으로 김치를 죽 찢어 우적우적 씹어먹던 아저씨가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웃었다.
“하, 나 이 새끼 또 발정 났구만.
야 이 새끼야. 어린 놈의 새끼가 아주 그냥 발랑 까져가지고.
하여간 이 꼴통 새끼.
하…. 참 나 이거 어떻게 하지?
또 이 새끼 몸보신 좀 시켜줘야 되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기에 너스레를 떨며 살살 꼬드겨 보니 확실히 반응이 왔다.
찍어두고도 비싸서 차마 가지 못했던 룸살롱에 데리고 가서 물주를 세우고
진상손님인 척 누나 또래 여자들을 쭉 세워두고 고를 수만 있으면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을 게 분명했다.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택시를 부르려 했지만, 아저씨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이상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봐. 내가 말이야. 아주 아주 실력 있는 기술자라 이거야.
공구리라고 다 같은 게 아니여.
이게 누가 치느냐에 따라서 벽이 되느냐 예술이 되느냐 하는 거거든.
그래서 내가 공구리루만 예술을 하냐?
아니지. 내가 아주 밤일도 예술이거든.
쌍으로 예술을 하는 거지. 어? 알아들어?”
“예. 알죠. 그러니까 오늘 그 예술 좀 보여주셔야지요.
자. 일어나세요. 제가 택시 부를게요.”
하지만 아저씨는 묘한 얼굴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 이 새끼가 진짜 맹 해가지고 아직도 말귀를 못알아 먹고 있네.
쌍으로 예술을 한다니까.
자. 봐. 이 손! 이 손으로 공구리를 치면 물도 안 새 나가고 소리도 안 새 나가고.
아주 그냥 기막힌 방을 만든다 이거여.
그리고 이 아랫도리.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는 이놈.
기운 넘치는 이놈을 진정시킬라믄 돈 주고 사 먹는 걸론 부족하지.
시도 때도 없이 비집고 들어갈 데가 있어야 된다…. 이 말씀이신 거라.”
아저씨는 비척비척 일어나더니 주방 옆 쪽문을 열었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보니 아무래도 지하실로 연결되는 문 같았다.
“넌 내가 특별히 보여주는 거니까 잘 보고 입단속 잘해.”
아저씨는 음흉하게 웃으며 날 지하실로 이끌었다.
“싸구려 년들이 말이야 비싼 척은 더럽게 해요.
이뻐해 주겠다니까 아주 그냥 표독스럽게 어깨 놈들 불러제끼고
블랙리스트니 뭐니 해가며 사람을 아주 병신으로 만들어요.
그러니 어째야겠어.
아주 그냥 혼쭐을 내줘야지.
어? 예술로다가 만든 방에다 처넣어두고
예술적인 허리 놀림을 보여주는 거거든.
뭔 말인지 알지?
너도 매일같이 발정이 난 똥개 새끼 마냥 룸빵 쳐 돌아다니는 새끼니까 알 거야.”
불안감이 몰려왔다.
횡설수설 떠드는 아저씨의 말을 종합해 보면
위험한 결론에 다다른다.
아니 그보다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설마 싶으면서도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는 이 묘한 느낌.
아저씨는 계단 끝 커다란 철문에 달린 자물쇠를 풀고 육중한 문을 열었다.
불쾌한 냄새가 훅하고 들이침과 동시에 안에서 겁에 질린 비명이 들려왔다.
“아 존나 시끄럽네 진짜. 아가리 좀 닥쳐.
네년이 아무리 소리 질러봐야 밖에 안 새 나간다고.
예술로다가 작업을 쳐놔서 니 귀만 아퍼요.
그러니까 꽥꽥거리지 말로 콧소리나 좀 내봐.”
좁디좁은 콘크리트 방안.
작은 알전구 하나만이 희미하게 켜진 방 안에 팔다리가 묶인 여자가 웅크리고 있었다.
넝마나 다름없는 천을 걸치고
산발이 된 머리로 얼굴을 가린 채 덜덜 떠는 모습.
그 모습을 본 난 심장이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래 보여도 얼굴이 제법 반반해.
반년쯤 전인가? 룸년 주제에 2차 가자니까 아주 그냥 쌩 지랄을 해대더라고.
넌 안 되겠다 싶어서 며칠 몰래 따라다니다가 훅하고 감아왔지.
반반한데다 몸뚱이도 쓸만해서 아주 맛있더라 이거야.
그러니 내가 우리 꼴통이랑 나눠 먹어야겠다 생각이 들더란 거지.
저년이 그거야. 네가 그렇게 죽고 못 사는 그
2살 연상에 차분하고 도도한 여자.
어때? 니 새끼라면 후달릴거도 없이 넙죽 아니야?”
난 홀린 듯이 방 안으로 들어가 웅크린 여자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한동안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자니 여자가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친 그 순간, 난 확신 할 수 있었다.
‘찾았다. 드디어.’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인지 알 수가 없었다.
기쁠까? 화가 날까? 슬플까?
전부 맞을 수도 전부 아닐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지금 내 기분이 아니었다.
난 고개도 돌리지 않고 아저씨에게 말했다.
“...네. 제 취향 맞네요.
저 잠시 시간 주실 수 있어요?
둘이 오긋하게 좀 놀고 싶은데.
제가 다음에 제대로 대접할게요.”
아저씨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 낄낄 웃으며 말했다.
“넌 좋아할 줄 알았지. 난 올라가 있을 테니까 실컷 재미 보고 느긋하게 올라와.”
곧 문이 닫혔다.
아저씨의 실력만은 확실한 듯 외부의 소리는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여자는, 아니 누나는 아직 날 알아보지 못했는지
혼란스런 얼굴로 내 쪽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누나….”
누나의 표정이 변하는걸 볼 수 있었다.
의아함은 당혹감으로 당혹감은 기쁨으로 기쁨은 서러움으로 변하며 눈물을 쏟아내었다.
“수혁아…. 내 동생…. 수혁이…. 누나…. 누나 좀 살려줘. 제발. 제발 나 좀 살려줘….”
지금껏 어떤 꼴을 당해 왔는지 알만했다.
집을 나와서 어떻게든 벌어 먹고살겠다고 이곳저곳 전전하다가 결국엔 유흥업소까지 흘러들어왔을 터였다.
더럽고 궂은일 해가며 하루하루 살아내다가 미친 인간 말종한테 잡혀 와서
이 차디찬 냉골에서 노리개가 되어 추하고 또 처절하게 괴롭힘당해온 것이다.
“많이 힘들었어?”
누나는 말없이 다시금 눈물을 흘리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래. 다행이네.”
난 그제야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놀란 눈으로 날 올려다보는 누나를 보며 난 악에 받쳐 소리쳤다.
“매일 매일 공사판에서 처절하게 구르면서 기도했거든.
우리 누나. 우리 개 씨발년 누나!
사기꾼 새끼한테 병신같이 속아서 우리 집안 거덜 내고 도망간 누나!!
빚 때문에 우리 부모님 번개탄 태우게 한 쓰레기 같은 누나가.
제발 지옥 밑바닥에 처박혀서 뒤지지도 못하고 갈가리 찢겨서 뒹굴게 해달라고.
너무 힘들어서 그냥 내 앞가림이나 하자 싶다가도
누나 얼굴이 자꾸 생각나서 이가 뿌득뿌득 갈려서 악착같이 찾아다녔어.
누나 찾아내서 진짜 내 손으로 온몸을 다 잡아 뜯어버리려고.
근데 지금 누나 꼴을 보니까 너무 만족스러워.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눈물이 다 나올 거 같아.”
내 표정을 살피던 누나는 다급히 손을 모아 빌기 시작했다.
“수혁아. 누나가 미안해. 누나가 다 잘못했어.
그러니까 제발 살려줘 수혁아. 나 너무 무섭고 힘들고….
제발 수혁아. 제발….”
그 꼴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풀리기는커녕 화가 올라왔기에
있는 힘껏 발길질을 먹여 주었다.
“누나 만나면 진짜 내가 갈가리 찢어놓으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겠어.
저 인간 말종 새끼도 내가 진짜 싫어하는 놈인데
이젠 좀 좋아질 거 같고.
제발 죽지 말고 오래오래 고통받아.
그 꼬라지 보러 자주 놀러 올 테니까.”
한동안 발작하듯 용서를 비는 누나를 싸늘하게 보던 난 몸을 돌려 철문을 나가 계단을 올랐다.
“뭐야 벌써 올라왔어? 젊은 새끼가 왜 이리 힘아리가 없어.”
“그러게요. 너무 제 취향이었나 봐요.
저 자주 와도 돼요? 제가 아저씨 진짜 스승님처럼 모실게요!”
한바탕 호탕하게 웃은 최 씨 아저씨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 이 새끼 이거 이제야 좀 빠릿해 졌네.
오케이. 기분이다. 술 한 병만 딱 사 들고 와. 내가 언제든 맛보여 줄 테니까.”
기분 좋은 대답에 난 가식이 아닌 진심 어린 웃음을 터트렸다.
By. neptun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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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쟁이2 |
구해주는줄 알았는데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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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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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와하늘이 |
항상 너무 재밌게 잘보고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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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2 |
|
슬픈냥 |
몰입감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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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2 |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네티켓의 기본입니다.게시물에 상관없는 답글이나 추천유도성 답글을 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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