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수집가에요. 주변 실화만 고집해 모은 이야기들을 풀어봅니다. 개인정보 때문에 2% 정도（나이 등 개인정보） 각색을 거쳤습니다.

이 일은 동아리 선배였던 박모씨 사연입니다.
흥미로우시면 또 가져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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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일.

2018년 이맘때 즈음 여름. 영등포 자취 시절 때 이야기입니다. 폭염이라고 난리났던 그 해죠.

전세 계약 끝나고 이사가는 날이었습니다. 침대 옮기는데, 침대 밑 판 앞쪽에 노란 부적 하나가 붙어 있더군요.

뭐지?

뜯어서 보는데, 이삿짐 옮겨주는 아재가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자신이 이 바닥에서 거의 30년 반평생인데. 이런 거를 몇 번 봤답니다. 분명 당신 주변 사람 누가 여기 왔다가 붙여둔 거라고, 누군지 알아보라고 하는 겁니다.

근데 귀찮았어요. 원래 미신에 관심도 없고.. 굴러다니는 책에 껴놓고 잊고 살았죠. 시간이 흐르고, 얼마전 갑자기 생각이 나더군요.

일 때문에 홍대 지나는 길. 겸사겸사 거리에 있는 타로/사주샵에 들어가봤습니다. 낡고 눅눅해진 부적을 보이며, 이 종이 문양이 유명한가? 읽을 수 있느냐? 물어봤습니다.

주인 왈; 요약하면 사람 생명력을 빼버리는 부적이랍니다.
적어도 기복을 부르는 문양이 아니라, 주술적 의도가 있는 흉물이래요. 당사자가 가장 오래 머무는 가구나 자동차 등에 보이지 않게 붙여두면, 그 사람 기운을 부적 쓴 사람한테 옮겨주는..? 좀 조악한 생김새이긴 한데 뭐 그렇답니다.

그때만 해도 그냥 놀러왔던 친구 중 하나 장난이라 생각했죠. 마침 그날 저녁에 만난 절친과 술을 먹다가 이 얘기를 꺼냈습니다. 유치원 때 한 동네에서 만나 삼십대 사회인이 되기까지. 가장 많은 것을 함께한 불x 친구.

근데 얘가 막 손을 떨어요. 순간 아.. 너구나.

친구가 마른 얼굴을 한 번 훔치더니, 대뜸 “부적 어떻게 했어?” 물었습니다. 저는 가방에 있다고 하면서 꺼내 보여줬습니다.

그랬더니 얘가 미안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이는 겁니다. 자기가 그 때 철이 없었다고. 언젠가 놀러가서 몰래 붙였다고. 그러곤 까먹었다고.

당연히 놀랐어요. 도대체 왜?

어릴 때부터 딱히 치고박는 일 없이 우정을 나눠온 터라. 가족들도 서로 알고. 더구나 사는 것도, 하는 일도, 연봉이든 뭐든 비슷비슷해서. 나아가 제가 누구 부러움 살 사람도 아니고 말이죠.. 내 것을 뺏을 게 뭐가 있었을까.

이 친구가 한숨 쉬며 말하길. 그 때 저랑 사귀었던 애인을 자기가 가졌으면 했답니다.

언젠가 소개 받은 날, 첫눈에 반했다고. 너무나 편안했다고. 운명이라 여겼다고. 나아가 그보다 더 나은 사람을 자기는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았다고. 정신이 나갔었다고. “넌 어차피 외향인에다가 친구도 많으니까. 누굴 또 금방 만나리라 여겼어. 난 성격도 소심하고, 그 기회 놓치면 두 번째는 없을 것 같았어.”

근데 또 어이없는 말을 이어서 하더라고요. 그 종이 쪼가리가 자기한테 다시 돌아오면, 자기가 몇 배로 되돌려받는다는 조건 뭐시기 어쩌구.. 생명 위협 있다고 저쩌구 어쩌구.. 그냥 좀 태워서 버려달라고. 사정사정. 하.

하필 제가 말입니다. 딱 지난 5년 좀 고생을 했거든요. 애인은 얼마 못 가서 헤어지고 이후 죽 싱글. ㅋ （물어보니 그 후 자신도 제 전 애인을 만난 적 없었다고는 하더만. 어찌 믿겠습니까. 아니 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하여간 사무치는 일들을 겪은 바람에. 그동안 한낱 미신이라 여긴 이런 게 효력이 있나. 희한하다고 여겼죠.

조금 당황했지만 언제나처럼 넘겼습니다. 집에 도착했는데 가슴이 시려요. 이 기분. 그 친구가 알까요?





근데 너 웃대하지. 어제 소포 하나 보냈다.
연락처 바꿨어. 잘 지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