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어렸을 때부터 였던 것 같은데. 아마 초등학교 때 였던 것 같다.

시작은 사소한 거였지. 받아쓰기 만점받아 오면 좋아하다가
초등하교 시험 만점 받아오면 좋아하다가 그렇게 시작된 거였겠지.

부모님이 기뻐하시는 게 좋았던 꼬맹이는 공부를 열심히 했다?
중학교 때까지는 적당히 열심히 하면 어떻게 됐던 것 같아. 항상 1등 아니면 2등이었으니까.
어차피 집에 있어봐야 두분이 싸우는 것 밖에 못봤으니까
집 나와서 항상 도서관에 있었던 것 같다.
그게 교만이 됐던 거지.

고등학교때 입학 시험에서 처음으로 뒤에서 세는 게 빠를 정도의 등수를 받았어.
특목고 같은 학교라, 지방 촌구석에서만 놀던 나랑은 수준이 다르더라. 동네 1등이랑 전국에서 놀던애들이랑은 다르더라구.
나도 힘들었지. 그래도 부모님은 이해해주실 줄 알았지.
기숙사 학교라서 입학하고 난 뒤에 첫 귀가를 해서 집에갔는데.
어머니가 엄청 우울해 보이시더라고. 난 이유를 잘 몰랐지. 통화할때까지만 해도 괜찮다 해주셨거든.

너무 피곤했어. 새로 바뀐 환경에 적응하느라, 하루 종일 공부하는 생활에 적응하느라.
집에 오자마자 밥먹고 잠들었는데, 다음날 오후에 되서야 일어났던 것 같다.

집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조용히 일어났는데.
어머니가 울고 계시더라. 방 안을 걸레질하다가 쓰러지듯이.
그 자리에서 무너진 것처럼. 하염없이.

그 때, 17살 봄에. 학교로 돌아와서 처음으로 담배를 태워봤던 것 같다.
그 뒤로 고등학교 시절은 기억이 없을 정도로 공부를 했어.
다행히 성적도 좋아졌고, 부모님이 바라던 대학, 바라던 과에 왔지만
24살이 되서야 담배를 끊었으니, 그 기억에서 벗어나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오늘, 옛날에 쓴 일기를 보다가 든 생각.
이까지 읽어줬다면 참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