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난 후, 오랜만에 어머니를 찾아뵈니 꽃이 피어 있더군요.

뒷산 언덕에 단단히 묻어둔지라 시든 뿌리가 드러나는 일은 없었습니다만.

그럼에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섬마을 이장님께 삽과 곡괭이를 빌려와 파보았더니.

어머나. 어찌된 일일까요?

심을 적엔 알록달록 비닐봉지와 청테이프 리본으로 정성스레 포장했건만.

그런 제 정성을 몰라주시고, 하찮은 몸부림으로 모두 찢어발겨 두셨습니다.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또, 나를 괴롭히려고.

생전 그러했듯이.

시뻘건 입술을 놀려 그 새끼에게 몸뚱이 째 갖다 바치려고?

아닙니다.

다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닙니다.

없었던 일이 되었습니다.

제 친구 망치가 상당 부분 도움을 주었습니다.

목사님은 이제 느티나무입니다.

희끗한 백발 대신 파릇파릇한 잎사귀를 달고 계십니다.

추잡스레 덜렁거리던 물건은 짓뭉개져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불안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잠시 시든 어머니는 흙 속이 답답하고 외로웠던 것뿐입니다.

다시 양지바른 곳에 묻어두면 잘 자라시겠지요.

아버지와 함께 유행가를 열창하시던 그 때, 그 시절처럼.

도시락 하나 들고 싱그러운 육지 꽃밭으로 봄나들이를 갈 겁니다.

하하호호 결코 시들지 않는 웃음을 화사하게 피워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