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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잘 부탁드립니다!!
내 밑에서 연수를 하러 온 신입 사원의 목소리가 우렁차다.
가뜩이나 실적에 쫓겨 피곤한데 신입 연수까지 해야하나.. 싶지만
그래도 이왕 온 거 잘해주자 는 마음을 먹는다.
그래 얼마 안되는 연수 기간이지만 우리 잘해보자구
날도 추운데 뜨거운 용암커피 한잔 할까?
네!! 제가 사오겠습니다.
아니 아니 그럴건없고 여기 지옥자판기에서 먹으면 되지
용암커피 한잔 하면서 우선 기본적인걸 알려주겠네.
예!!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이 뭔 진 알겠지.
그래. 우리는 위대하신 사탄님을 위해 인간들의 영혼을 모으지.
아주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야.
우리 회사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자네는 이미 하급 악마들하고는 질적으로 다른 우수한 존재일세.
하지만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라네.
하찮은 인간따위의 영혼이야 때려서 끌고가면 되는것 아닌가요?
자네 큰일 날 소리를 하는군.
좋아. 기본부터 알려주지.
자 첫번째, 인간놈들은 매우 하찮은 존재지만 그 영혼은 그렇지 않다네.
인간놈들이 행복을 느낄때의 영혼은 매우 최상급이지.
자네따위가 먹어봤을리 없지만, 아. 물론 나도 맛만 살짝 본 적이 있지.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그 맛이란... 정말 지옥이 여기구나 할 정도의 맛이지..
반면에 불행한 인간의 영혼은 정 반대라네. 쓰고 역한 천국의 맛이지.
그런 영혼은 하급 악마들이나 먹는 아침 씨리얼에나 쓸 수 있다네.
사탄님에게 그런 영혼을 드렸다간 그 분의 불같은 분노를 맞고 천국으로 쫒겨날수도 있으니 조심하게.
아 그런 거였군요. 저는 평생 인간놈들의 영혼은 쓰고 역한줄만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싸구려 영혼만 먹었던 거군요.
뭐 걱정말게. 나를 잘 따라만 오면 최상급의 영혼을 사탄님께 바치기 전에 아주 조금이지만 맛은 볼 수 있을거야.
그리고 두번째, 인간놈들에게 직접 손을 대면 안되네.
하찮은 놈들 때려 잡는게 뭐가 어렵겠는가.
하지만 그래선 안되네.
영혼의 질도 현격하게 떨어질뿐더러...그건 두번째 문제야..
천상에 그분은..
천상에 그분이라뇨??
그, 우리 지옥과 천국, 인간세상을 만들고 지배하시는 그 분 있지 않은가..
아. 그 분.. 예예..
어쨌든 그 분은 자신의 사망의 권세를 우리가 건드리는걸 매우 싫어하신다네.
악마와 악마, 천사와 천사, 인간과 인간 끼리는 상관없지만
다른 세계의 존재가 서로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는건 절대 용납치 않으시지.
이건 그 분의 절대적인 명령이니 반드시 지켜야 하네.
존엄하신 사탄님도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지..
그랬던 거군요. 저는 지금까지 왜 하찮은 인간놈들을 싹 쓸어다가 영혼 제조기에 쳐박지 않는지
항상 궁금했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그래서 항상 우리는 인간놈들의 비위를 살살 맞춰주며 그 놈들의 행복 지수를 올려야 한다네.
또한 그 영혼을 수확할때도 직접적으로 손을 댈 수가 없지.
아니 그게 가능한가요?
그걸 가능하게 하는게 우리 일이라네. 그렇기에 우리일을 영업이 아닌 예술이라고 하는거야.
예술적 감각으로 각본을 짜고 연출해야 하거든.
선배님께 배워야 할게 너무나도 많군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 지 감도 안옵니다.
괜찮아. 자네도 금방 배울 수 있을거야.
자 그럼 내가 작업하려고 찜 해놨던 인간놈을 한번 보러 갈까?
서두르세. 곧 크리스마스야.
여기저기 찬송가랑 캐롤을 불러대기 시작하면 작업하기가 너무 힘들어지거든.
예 가시죠. 선배님.
저놈이야. 내가 찜해놓은 놈이.
하찮은 인간중에서도 가장 하찮은 놈이지.
가난하고, 실력도 없는, 하지만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놈이지.
좌절하고 또 좌절한 상태야.
아마 저 상태라면 곧 스스로 목숨을 끊을거야.
또 하나의 씨리얼 재료가 쌓이겠군.
예 선배님. 제가 보기에도 그다지 행복해 보이진 않는데요.
그래, 그러니까 이제부터 저놈의 욕망을 좀 채워줘 보자구.
성공의 맛을 보면 곧 행복에 겨워 달콤한 영혼을 가지게 될 걸세.
자네는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 내 곁에서 일단 지켜보고 있게나.
말을 하더라도 나에게만 들리게 하는걸 잊지 말게.
예 선배님.
구역질이 나지만 잠깐동안 인간의 탈을 좀 써야겠군.
[ 젊은이, 옆에 좀 앉아도 괜찮겠나?]
[예, 어르신..]
[고맙네. 얼굴이 안좋아 보이네만 무슨 고민이 있는 모양이지?]
[아닙니다. 어르신. 그냥 뜻대로 잘 안되는 일이 좀 있어서요.]
[말해보게. 혹시 아나. 이 노인네가 도움이 될지.]
[피아노 연주회가 보름 후 인데 자신이 없네요. 답답해서 바람좀 쐬러 나왔습니다.]
[세상일 이란게 그렇지. 맘먹은데로 되는게 없어. 자네는 왜 피아노를 잘 치고 싶은겐가?]
[그야 당연히.. 세상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기 위해...
그리고 돈도 벌구 싶고.. 제 이름을 세계에 알리고도 싶구요...]
[그렇지.. 모름지기 뜻이 있는 남자라면 큰 꿈을 가져야지. 돈도 벌고 명성도 얻고,
물론 사람들에게 자네의 피아노 선율을 들려주는 것도 그렇고.
하지만 지금 자네 상황은 썩 좋아보이진 않는군.]
[지금은 뭐.. 그렇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간 사람들도 저의 피아노 실력을 알아 주겠죠..]
[노력? 어느 세월에? 자네가 나처럼 늙어 죽을때쯤은 가능할 지도 모르겠군.]
[어르신 말씀이 심하시네요. 더 할말 없으시면 저는 가보겠습니다.]
[젊은 사람이 성미가 급하구만. 난 자네를 도와주려고 온 걸세.
그 소원 내가 이뤄주면 어떻겠나?]
[어르신이요? 어떻게요?]
[뭐..보면 알겠지. 그럼 자네 연습실에서 보세. 천천히 걸어서 돌아가면 자네를 위한 선물이 하나 있을거야.]
[네? 그게 무슨... 어?? 어디 가신거지? 어르신?? 어르신!!]
고생하셨습니다. 선배님
역시 미천한 인간놈들은 욕심도 끝이 없군요.
그저 돈, 명성.. 저런 역겨운 놈들을 상대해야 하다니 정말 먹고 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뭐 덕분에 우리가 양질의 영혼을 얻어갈 수 있는거 아니겠어
서두르지. 창고에 가서 피아노 하나 가져와야겠어.
용암으로 벼린, 인간의 영혼을 흔드는 소리를 낼 수 있는 걸로.
적당히 가격이 나가겠지만 아마 지원팀에 말하면 금방 빌릴수 있을거야.
오래 빌려주진 않겠지만, 뭐 오래 빌릴 필요도 없지.
저놈의 욕망만 채워주고 다시 가져오면 되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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