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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0대 초반일 때, 친구가 이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 선물을 가져갔습니다.


친구는 중고 주택을 임대한 것 같았는데, 제가 느낀 솔직한 인상은 ‘오래된 집이구나’였습니다.


"지금은 애들도 작아서 괜찮지만, 좀 있으면 분명 좁아지겠지. 그때까지는 내 집을 갖고 싶어."


그렇게 말하던 친구는 기분 탓인지 초췌해 보이고 기운이 없었습니다.


문득 창밖을 내다보니 묘지가 보였습니다.

밖의 경치가 이래서는 별로 좋지 않았고, 친구도 그 부분은 상당히 망설였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 대신 집세가 싸니까."


친구는 웃고 있었지만, 저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습니다.


저를 더 신경이 쓰이게 만든 것은 소음이었습니다.

한적한 주택가라고 생각했는데, 시종일관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 계절은 여름이었으니, 저는 이웃들이 모두 집 창문을 열어 놓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꽤 시끄러워서 친구에게 "좀 시끄럽지 않아?"라고 물었습니다.


"? 별로 시끄럽지는 않아. 덥긴 해도."


저는 친구의 이상하다는 듯한 대답에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이렇게나 목소리가 들리는데 말이에요.

그것도 사람 몇 명 수준이 아니라 축제와 같은 소란스러움이었습니다.

목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찾아봤더니, 무덤이 있었습니다.


친구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침착하지 못했습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모여 있을 수도 있다는 편리한 해석을 하려고 해도, 그게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명절까지는 아직 한참 멀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일 리가 없었습니다.


젊은 남녀나 노인, 아기 울음소리.

성별도 나이도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까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잡담처럼 들리기도 하고, 화가 난 것 같기도 했습니다.

웃음소리와 울음소리도 들려와서 마치 목소리의 홍수 같았습니다.

저는 그 상황을 견딜 수 없어서 일찍 집에 가기로 했습니다.


친구 집을 떠나자, 목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 손가락이 떨리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무서워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한동안 저는 그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것처럼 느껴져서 안절부절못했습니다.


친구는 초췌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뭔가 영향을 받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 단독주택을 빌려 마냥 행복해하는 친구에게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요.

제가 이런 말을 해서 친구를 곤란하게 해도 되는 건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목소리를 들은 건 저뿐입니다.

친구한테 그 얘기를 한들 이해해 주지 않는다면...

저는 며칠 동안 고민했지만, 역시 친구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었습니다.


약 한 달 후, 저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모든 것을 말했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친구는 "역시나."라고 대답했습니다.


사실 친구도 자신과 가족의 이변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쉽게 지치고, 뭘 하든 귀찮고 우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갓 태어난 아이가 이사하고 나서 밤에 심하게 울어 몹시 괴로웠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남편이랑 상의한 끝에 다시 이사를 결정했다는 모양이라 저는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 후 집들이 선물을 들고 찾아간 저를 맞이한 것은 예전의 밝음을 되찾은 친구의 웃는 얼굴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묘지가 없는 한적한 주택가였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이끌려 아무 생각 없이 이사하는 것은 조심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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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恐怖の泉
※이 글은 원문 출처의 관리자로부터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번역/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