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14. 수아의 일기]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아지는 생일이다.

진혁씨가 내 생일을 잊어버린 척 연기하며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을 거란 내 허튼 기대는 그야말로 허튼 기대에 불과했다.

모처럼 잡은 데이트 장소가 순대국밥 집이라는 것부터 틀려먹은 데다

끝끝내 참지 못한 내가 오늘이 생일임을 밝혔을 때,

그이는 숟가락을 멈추고 멍청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이런저런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뒤늦게 선물이랍시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한다는 짓이

손바닥만 한 케이크 기프티콘 보내기였기에 한술 뜨지도 않은 국밥을 내버려 둔 채

말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하나뿐인 애인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만 늘어놓는 것도.

수습하겠답시고 기프티콘 쪼가리 하나 보내놓는 것도.

심지어 화가 나서 집으로 가는 날 불러세우지도 않은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이의 바보 같은 행동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지만 이젠 정말 지쳤다고 할까.

그 덕에 가장 행복해야 할 생일날 밤.

전화도 받지 않고 휴대폰을 던져둔 채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는 서러운 꼴이다.

역시나 헤어지는 게 맞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2023.01.14. 수아의 일기]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아지는 생일이다.

진혁씨가 내 생일을 잊어버린 척 연기하며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을 거란 내 기대는 놀랍게도 허튼 꿈이 아니었다.

웬일로 그이가 날 안내한 곳은 평소와 같은 허름한 밥집이 아닌

그럴싸한 레스토랑이었다.

생일 축하한다고 말하며 내게 선물을 건네는 그는 멋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내가 원하던 커플링은 아니었지만 제법 고심해서 고른 가방이었다.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의 가방이라 오늘이 최고의 생일이라고 말하긴 힘들었다.

그래도 잊지 않고 챙겨준다는 것 자체가 감격스러운 건 분명했다.

배려심 부족하고 못난 그에게 지쳐 헤어져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지만,

오늘을 기점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어쩌면 이 남자. 앞으로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2023.01.14. 수아의 일기]

단언컨대 오늘은 내 생의 최고의 생일이다.

진혁씨가 내 생일을 잊어버린 척 연기하며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을 거란 내 기대는

상상을 뛰어넘는 멋진 모습이 되어 현실로 다가왔다.

평소 국밥집에서 데이트를 때우는 그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지게 차려입고 호텔 레스토랑으로 날 데려가 주었다.

화려한 식당과 음식들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감동이었던 건

그이가 내 생일을 기억해 줌은 물론,

마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멋진 커플링까지 준비했다는 것이다.

평소엔 내가 안 먹는 음식도 자주 깜빡하던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와인도 줄줄 외울 정도로 자상하고 센스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이는 마치 오늘을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한 사람처럼 능숙하고 화려했다.

그와 멋진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일기를 쓰는 이 순간에도 그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헤어져야 하나 고민하던 어제의 내가 우스울 정도로 그에게 감동하고 또 사랑이 깊어졌다.

이 남자라면 내 미래를 맡길 수 있다.

당장이라도 결혼 생각이 간절했지만 조금은 침착해지기로 했다.

결혼은 준비할 게 아주 많으니 시간을 충분히 두고 준비해야 한다.

식장부터 시작해서. 드레스. 메이크업도 중요하고 신경 쓸게 한둘이 아니니…….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2023.01.14. 수아의 일기]

오늘이 내 생의 최고의 생일이라는 데는 전혀 이견이 없다.

진혁씨가 내 생일을 잊어버린 척 연기하며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을 거란 내 기대는

상상을 뛰어넘는 멋진 모습이 되어 현실로 다가왔다.

평소 국밥집에서 데이트를 때우는 그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지게 차려입고 호텔 레스토랑으로 날 데려가 주었다.

화려한 식당과 음식들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감동이었던 건

그이가 내 생일을 기억해 줌은 물론

마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멋진 커플링까지 준비했다는 것이다.

평소엔 내가 안 먹는 음식도 자주 깜빡하던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와인도 줄줄 외울 정도로 자상하고 센스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이는 마치 오늘을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한 사람처럼 능숙하고 화려했다.

다만 왜인지 모르게 오늘은 그이의 얼굴이 지쳐 보인다.

주름도 는 것 같고 피부도 힘을 잃은 게 꼭 5살은 더 나이가 들어 보인다.

아무래도 완벽한 오늘을 위해 이만저만 고생한 게 아닌 것 같다.

그래도 고생한 그이 덕에 정말 환상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결혼 생각이 간절했지만 조금은 침착해지기로 했다.

결혼은 준비할 게 아주 많으니 시간을 충분히 두고 준비해야 한다.

식장부터 시작해서. 드레스. 메이크업도 중요하고

그이를 위해 피부관리도 따로 시켜줘야 할 것 같으니…….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2023.01.14. 수아의 일기]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아지는 생일이다.

진혁씨가 내 생일을 잊어버린 척 연기하며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을 거란 내 허튼 기대는 그야말로 허튼 기대에 불과했다.

반강제로 얼굴이라도 보려 했지만, 그이는 끝내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데이트조차 거부했다.

목소리가 꼭 나이든 아저씨처럼 쩍쩍 갈라지는 게 진짜 아픈 건지도 모르지만,

마음이 상한 나머지 오늘이 생일이란 얘기도 하지 않고 온종일 집에만 처박혀있었다.

난 그이에게 과연 뭘까? 애인이 맞기는 할까?

그이의 바보 같은 행동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지만 이젠 정말 지쳤다고 할까.

그 덕에 가장 행복해야 할 생일날 밤.

혼자 집구석에 박혀서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는 서러운 꼴이다.

역시나 헤어지는 게 맞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2023.01.14. 수아의 일기]

단언컨대 오늘은 정말 내 생의 최악의 생일이다.

진혁씨가 과연 내 생일을 기억할까 하는 불안감 따위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최악의 하루였다.

그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아보니 웬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라야 했다.

아무래도 그이가 칠칠찮게 흘린 휴대폰을 노숙자가 주운 모양이었다.

그 노숙자는 뻔뻔하게 자신이 진혁이니 만나자는 소름 끼치는 소리를 해대었다.

행복한 하루를 보내도 모자랄 판에 이따위 섬뜩한 짓거리를 당하다니.

그이는 뭘 하고 있는지 연락도 되질 않는다.

너무 서러워서 휴대폰을 집어 던지고 온종일 집에서 울기만 했다.

그이의 바보 같은 행동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지만 이젠 정말 지쳤다고 할까.

그 덕에 가장 행복해야 할 생일날 밤.

혼자 집구석에 박혀서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는 서러운 꼴이다.

역시나 헤어지는 게 맞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2023.01.14. 수아의 일기]

단언컨대 오늘은 정말 내 생의 최악의 생일이다.

진혁씨가 과연 내 생일을 기억할까 하는 불안감 따위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최악의 하루였다.

집 앞 카페로 나와 달라는 그이의 메시지를 받고 혹시나 하는 기대하고 나왔지만

내 앞에 나타난 건 선물을 든 그이가 아니라 지저분한 늙은이였다.

그 노숙자는 뻔뻔하게 자신이 진혁이니 믿어달라는 소름 끼치는 소리를 해대었다.

행복한 하루를 보내도 모자랄 판에 이따위 섬뜩한 짓거리를 당하다니.

그이는 뭘 하고 있는지 나타나지도 않는다.

조용히 돌려보내려 했지만 억지로 내 손을 잡아채는 바람에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았다.

다행히 주변 사람의 신고로 그 늙은이를 경찰이 잡아갔고,

난 그제야 서러움에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너무 서러워서 휴대폰을 집어 던지고 온종일 집에서 울기만 했다.

이 상황 자체가 너무 슬퍼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덕에 가장 행복해야 할 생일날 밤.

혼자 집구석에 박혀서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는 서러운 꼴이다.

이 와중에도 그이는 연락조차 없다.

역시나 헤어지는 것 외엔 방법이 없겠지?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2023.01.14. - 17,523번째. 진혁의 일기.]


여전히 14일이 반복되고 있다.

무슨 짓을 해도 자정이 되면 모든 것이 23년 1월 14일 아침으로 돌아온다.

단 한 가지.

내 몸만 제외하고.







By. neptun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