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제가 중학생 때의 이야기입니다.


동아리 활동을 마치고 친한 친구와 함께 집에 가고 있었습니다.

제 이름을 A, 친구 이름을 B라고 쓰겠습니다.

우리 동네에는 길고 가파른 언덕이 있는데, 내리막길 끝에 길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습니다.

B랑은 거기서 돌아가는 길이 나뉘기 때문에 잠깐 서서 B랑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가는 것이 제 일과였습니다.

그곳은 교통사고라도 있던 건지, 도로변에 항상 꽃이 놓여 있었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얘기하고 있던 걸까요?

완전히 몰입한 나머지 주변은 저녁놀을 넘어 어두컴컴해지고 있었습니다.

슬슬 집에 가야겠다 싶어 B에게 "내일 또 보자"라고 말하려던 참이었습니다.

B의 시선이 제 뒤에 고정된 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습니다.


"어? 왜 그래?"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제 목소리에 B는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습니다.


"저기, 지금 같이 신사 안 갈래? 잠깐 참배하고 가자."


벌써 날도 어두워지려고 하는데, 신사에 참배하러 가자니.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전혀 내키지 않았습니다.


"뭐? 왜 지금 가는데? 안 갈래.”

"됐고! 가자! 알겠지!"


억지로 팔을 잡아당겨진 채로 저와 B는 신사로 향했습니다.


동네에는 제법 규모가 큰 신사가 있는데, 축제도 정기적으로 열리기 때문에 익숙한 곳입니다.

신사에서 참배한 후 부적도 사 가자는 B의 권유로 불필요한 구매를 했습니다.

제가 쓸 부적을 사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있잖아, 앞으로는 그 언덕으로 다니지 말자. 제발, 약속해줘."


신사를 나오면서 B가 제게 말했습니다.


"응? 왜? 무슨 일 있었어?"


그러자 B가 말했습니다.


“아까 언덕 갈림길에서 A 뒤에 갑자기, 남자애가 나타나더니……”


그리고 B는 덜덜 떨기 시작했습니다.


"뭐? 잠깐만, 너 괜찮아?"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아 저는 B를 집까지 바래다줬습니다.

B의 어머니도 걱정하고 계셨지만, 솔직히 저도 뭐가 뭔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저녁 식사 때, 저는 어머니에게 언덕 아래 갈림길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언덕 아래에 있는 꽃? 그런 게 있었나? 엄마는 모르겠네. 아빠는 알지도 모르겠다. 아빠는 계속 여기 살고 있었으니까."


아버지는 일 때문에 항상 안 계셨고, 일주일에 한 번 얼굴을 보는 정도라 당분간은 물어보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B는 남자아이 귀신을 보았다는 말만 했고, 그 이상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B는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양이라, 절대 그곳에 가까이 가지 말고 부적도 챙기고 다니라며 제게 몇 번이고 주의시켰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반쯤 흘려들으며 맞장구를 치고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덕으로 다니지 않고 나서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인 B랑 약속했기 때문에 엄격하게 지켜왔지만, 그곳을 지나지 않으면 조금 우회해서 학교에 가야 하니 개인적으로는 귀찮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중요한 물건을 학교에 두고 와 버렸습니다.

저녁 시간이었지만, 서두르면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 언덕을 지나가기로 했습니다.


오랫만에 온 언덕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기분 탓이겠지만 섬뜩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가만히 서 있을 수는 없으니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오르던 중, 무심코 뒤를 돌아봤습니다.


언덕 아래 갈림길.

꽃이 놓인 곳에 한 남자아이가 서 있었습니다.

남자아이는 도로에 우뚝 서서 발밑에 있는 꽃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음 순간, 남자아이가 그대로 돌아서서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깜짝 놀란 저는 앞으로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언덕길에서는 달려도 좀처럼 나아가지 않고 숨쉬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또 뒤를 돌아보니 남자아이는 제가 마지막으로 봤던 순간의 포즈 그대로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마치 걷고 있는 도중에 영상을 일시 정지한 것 같았습니다.

어? 하는 생각에 가만히 보고 있자, 남자아이는 다시 걷기 시작하더니 이쪽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만, 남자아이는 돌아서서 걷고 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몸은 그대로인 채, 목만 뒤를 향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걸 깨달은 저는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습니다.

그리고 뇌리에 친구가 보았다는 남자아이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빨리 학교에 들렀다 집에 가야 해!

필사적으로 언덕을 올라 공포에 떨며 뒤를 돌아보니, 이번에도 걷는 도중에 멈춰 있던 남자아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서부터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저는 학교에 놓고 온 물건을 끌어안고 언덕을 지나지 않는 길을 통해 정신 없이 집에 돌아갔습니다.


그날 밤, 아버지를 오랜만에 만나 언덕길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아~ 그거 말이지.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어머니, 그러니까 A의 할머니 말이야. 할머니 주변에서 갑자기 꽃이 놓이게 됐다는 소문이 돌았대.

딱히 사고 난 것도 없고, 누가 죽지도 않았어. 하지만 누군지 몰라도, 계속 꽃을 거기 두는 거야. 기분 나쁘지?"


다음날, 저는 B에게 제가 겪었던 무서운 체험담을 말했습니다.

그러자 B가 말했습니다.


“부적 좀 보여줘."


그래서 가방에서 꺼냈더니 어째선지 그 부적이 갈색으로 변색된 겁니다.


"아마도 그 남자애를 봤기 때문일 거야."


그러고 나서 B도 가방에서 부적을 꺼냈는데, 똑같이 색이 변해 있었습니다.

부적 안을 살펴보니 안에 있던 것들이 검게 변해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 이후로 아무 일 없이 살고 있지만, 그 언덕 근처에는 가까이 가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습니다.


"그 남자애를 다시 한번 봤을 때 만약 따라 잡힌다면, 우린 거기서 끝일 거야."


B랑은 이런 얘기를 나누곤 했습니다만……

참고로 어머니에게 물어본 바로는, 지금은 갈림길에 꽃이 더 이상 놓여 있지 않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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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恐怖の泉
※이 글은 원문 출처의 관리자로부터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번역/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