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의 모스밍턴 870 산탄총을 구매해 주신 귀하께 깊은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저희 모스밍턴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격발이 가능한 완벽한 신뢰성과 정확도, 인체공학적 디자인까지 모두 갖춘 고품격 총기를 전문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다음 수칙들은 귀하께서 자사의 산탄총을 사용하실 때 반드시 지켜주셔야 하는 상황입니다.
위 사항을 어겨 발생하는 모든 사고에 대해 본사는 어떤 책임도 없음을 미리 알려드리며, 사용 설명서를 개봉함과 동시에 위 내용에 대해 동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1. 본사의 제품（이하 총이라고 칭함）은 12구경 산탄총이며, 12구경 산탄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357구경이나 45구경 권총탄, 14구경 산탄, 50구경
소총탄은 사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해당 총알들은 정상적으로 제품 하부에 있는 구멍을 통해 삽탄할 수 없습니다. 만약 무의식중에 그러한 총알이
손에 들려 있었고, 이를 눈치채기도 전에 안정적으로 삽탄하는 데 성공했다면, 펌프를 여러 번 작동시켜 더 이상 탄피배출구에서 총알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이를 반복하세요. 더 이상 총알이 나오지 않는다면 떨어진 총알들 틈에서 붉은 색 고깃덩이 비슷한 무언가가 달라붙어 있는 그 총알을 깨끗이 씻어
잘 보관하세요. 해당 총알은 사용하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러한 일은 보통 몇 달에 한 번 정도로 드물게 발생하나,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그 주기가
짧아질 경우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폐기하지 않고 안주머니 등에 적어도 세 개 이상을 보관해 두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2. 드라이 파이어링（약실에 총알이 들어가 있지 않은 채로 방아쇠를 당기는 행위）은 절대 금합니다. 총기의 부품의 수명을 단축시킬 뿐더러 당신은 약실
안에 총알이 들어있지 않았다고 생각해 방아쇠를 당겼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까요. 방아쇠의 압력을 확인해보고 싶다는 등의 이유로 굳이
방아쇠를 당겨야겠다면, 맨눈으로 직접 총구 안을 들여다보고, 그 상태로 방아쇠를 당기시기 바랍니다.

3. 당신이 총을 당장 격발하려는 경우가 아닐 경우엔 손가락을 방아쇠울에 걸쳐 두십시오. 또한 총구는 항상 바닥을 보게 하고（유사시 하늘을 보게 하는
것 정도는 괜찮으나, 되도록이면 바닥으로 향하게 두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절대 사람에게는 겨누지 마세요. 만약 당신이 이를 가볍게 여기고 친구에게
장난으로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손가락에 걸쳐 둔다면, 이는 십중팔구 매우 큰 사고로 이어질 것입니다. 여러분이 다루고 있는 물건은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 따위가 아닌 사람의 머리통을 날려버릴 수 있는 무시무시한 흉기임을 항상 기억하세요.

4.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 다시 한 번 경고드립니다. 총이 사용할 수 있는 총알은 12구경 산탄뿐입니다. 덧붙혀서 12구경 벅샷과 버드샷을 제외한 모든
특수탄, 이를테면 슬러그나 플레셰트 등과 같은 총알을 장전 후 격발할 경우 총열 내부 특수 코팅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더욱 빠른
총열 부식을 야기합니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버드샷과 벅샷 외 다른 탄환을 넣은 채 격발했다면, 절대로 펌프를 당겨 탄피가 사출되지 않도록 하세요.
그랬다면 총을 하얀 천으로 잘 감싼 뒤, 뒷마당에 반나절동안 묻어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그리고 붉은 색으로 물들어버린 천을 불태워 없애는 것도
잊지 마세요）.
하지만 펌프를 당긴 데다가 다시 밀어 재장전까지 완료한 상태라면, 사용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최대한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방식으로 산탄총을
파괴한 후, 그 잔해를 멀리 떠나 보내세요. 무슨 말이냐면, 때마침 우연히 당신의 집 앞을 지나가던 픽업트럭의 짐칸이나 아무 죄 없는 선량한 택시 기사의
택시 뒷좌석,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가 곧 가져갈 쓰레기통처럼 어디든 좋으니 당신 집 앞을 지나가는 무언가에 그것을 넣고 잊어버리세요.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선 신경 쓰지 마세요. 지역 신문 1면에 실릴 만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당신과 당신 가족의 목숨은 건졌잖아요?

5. 총을 임의로 분해하지 마세요. 펌프 액션 산탄총들이 으레 그렇듯, 본사의 총도 가벼운 무게와 높은 신뢰성을 위해 내부 부품을 최소화했으며,
무언가를 심각하게 잘못 건드린 게 아니라면 사용하시는 동안 총이 고장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종종 기름을 치거나 총열을 약품에 담그겠답시고
무모하게 총을 분해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본사에서 제공하는 총에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당연히 긴급 구조 서비스 포함됩니다） 받으실 수
없습니다. 그 상황에서 서비스가 무슨 소용이냐고요? 그러게, 저희 말을 잘 들으셨어야죠.

6. 위 본문과는 별개로 개머리판 뒤쪽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어깨받이가 옆으로 열리고 개머리판 안에 솔이나 브러시, 여분의 탄약과 초크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안에 음식을 넣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그 안에 음식을 넣어 놨다간 며칠 내에 상해버릴
겁니다. 만약에 그랬다면 나무 결 사이사이로 썩은 음식물이 진득하게 달라붙어 있을 테니, 개머리판을 톱으로 잘라낸 뒤 폐기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더블배럴 산탄총이었다면 절단기를 동원해 소드오프 산탄총으로나마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다만 음식을 넣어 놓고 뚜껑을 닫은 뒤 한 달 혹은
그 이상이 지난 뒤에 문득 개머리판 안에 넣어 두고 까먹은 음식이 떠올랐다면, 그냥 잃어버린 셈 치고 절대로 개머리판을 열지 마세요.

7. 처음 산 품질 그대로 총을 보관하고 싶으시다면, 구매 때 제공된 케이스에 총을 넣어 보관하세요. 별도의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안에
산탄총을 잘 넣어두기만 한다면 총은 기름칠은 물론이고 별도로 총열을 청소하거나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상태가 잘 유지될 것입니다. 하지만 간혹 케이스
안에서 다른 총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만약 당신이 1번 수칙에서 말한 그 총알들을 잘 보관하고 있다면, 총의 종류와 상관 없이 그 총에 총알을 넣어
격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드시 하늘을 향해, 당신이 가진 모든 그 총알들을 넣어 쏴 없애버리세요. 그 뒤 다시 총을 케이스 안에 넣어 두면, 몇 시간 안에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입니다. 저희는 당신이 공짜 총이 생겼다고 좋아라 하면서 당신의 침대 옆 서랍에 넣어두거나 하는 멍청이가 아니길 바랍니다.
그리고, 제발 케이스 안에 50구경 중기관총이 나타나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세요.

8. 총의 가늠자와 가늠쇠는 항상 올바른 방향（위）을 보고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이는 당신이 임의로 방향이나 영점을 조절할 수 없을 겁니다.
만약 어느 날 아침 총의 가늠쇠가 아래로 내려가 있다면, 그 날은 총이 쉬고 싶어하는 날이니 총을 들고 사냥터로 나서는 행위는 추천드릴 수 없습니다.
만약 정 총을 사용해야겠다면, 격발하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도 총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총구와 당신이 마주보고 있는 건
그다지 행복한 결과를 낳지 못할 테니까요.

9. 끝으로, 사격에 열중하다 보면 총이 다른 비슷한 무언가로 바뀔 수 있습니다. 레버액션 윈체스터라거나, 볼트액션 스프링필드라거나 하는 식으로요.
이때는 절대 당황하지 마시고, 정조준 자세로 총 안에 든 총알이 모두 떨어질 때까지 총을 난사해주세요. 분명히 장탄수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총이 계속 발사되거나, 가늠자와 가늠쇠가 다른 방향으로 뒤틀려있거나, 방아쇠를 당기고 있는 손의 감각이 사라지거나, 눈앞에 붉은 빛이 번쩍이거나,
이상하게 반동이 거세지거나, 총알이나 탄피 대신 질퍽거리는 무언가가 발사될 수 있지만 가늠자와 가늠쇠에서 는을 떼지 말고 총구에서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 난사를 멈추지 마십시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곧 어디선가 본사의 구조반이 나타나 당신에게 총을 빼앗고, 때마침 빈
약실을 보여 주며 안에 든 것을 모두 쏟아냈다는 사실을 알려 줄 거예요. 구조반이 도착하지 않는다고 해서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더 이상
방아쇠를 당겨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면, 총신과 당신의 셔츠에 흥건한 핏물을 닦아낸 뒤 총을 케이스에 넣은 채로 좀 쉬도록 내버려
두세요. 적어도 2~3일은 그대로 두는 편이 좋을 겁니다.

그런데 당신, 총이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몇 번이고 드라이파이어링을 계속한 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