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의 물류센터에서 한 달 동안 근무하시게 된 당신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아래 근무 수칙을 출근 전 충분히 숙지해주시기 바라며, 수칙을 어겨서 생기는 모든 일에 대해서는 본사는 일절 책임이 없음을 알립니다.

1. 본사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은 반드시 유니폼을 착용해야 합니다. 평직원은 회색, 기자 및 견학인원은 초록색, 임원 및 총책임자는 파란색, 보안요원은 노랑색 유니폼을 입습니다. 기억하세요, 그 어떤 직원도 빨강색 유니폼을 입지 않습니다.

2. 출근 시 모든 직원은 자동문 오른쪽에 있는 패드에 출입증을 스캐너에 태그 후 출입하셔야 합니다. 이 사항은 누구에게도 예외는 아니며, 매우 드물게 누군가 태깅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문이 열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그 상황에 처할 경우엔 신발을 벗고 락커룸까지 맨발로 이동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니 당신이 누군가 태깅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보았을 경우에는 그의 발을 확인하세요.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면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면 물리적 접촉을 제외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를 문 밖으로 유인한 뒤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 수동 스위치를 작동시키세요. 만의 하나라도 그 혹은 그녀의 발이 뒤로 꺾여있었다면 문 안으로 들어가도록 내버려두세요. 문이 닫히길 기다린 뒤 문이 완전히 닫히면 카드 스캐너 옆에 위치한 패널을 뒤로 젖히고 빨간 버튼을 누른 뒤 귀가하세요. 그날 하루는 쉬셔도 좋습니다.

3. 락커룸 안에서는 환복과 용모 정돈 외 다른 일은 삼가주세요. 특히 취식 행위는 절대 금합니다. 탈의실을 제외한 락커룸의 모든 구역은 CCTV로 녹화되고 있으나, 매년 탈의실에서 음식을 먹다 적발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사내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음식을 드시고 싶으실 정도로 배가 고프시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들이 CCTV도 없는 탈의실 안에서 음식을 먹은 사실이 어떻게 적발되었을지는 궁금해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4. 간혹 업무 중이나 휴식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사용해야 할만한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승객용 엘리베이터는 다른 엘리베이터와 다름없이 사용하실 수 있으나, 운반해야 할 화물 없이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실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화물만 올려보내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겠지만 부득이하게 화물과 함께 탑승해야 할 상황이 생겨버린다면 반드시 자신을 포함한 세 명 이상의 인원과 함께 탑승하세요. 세 명이 동시에 눈을 감을 확률은 희박합니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혼자 엘리베이터야 탑승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면, 눈을 꼭 감고 들어간 뒤 점자를 이용해 알맞은 층의 버튼을 누르세요. 닫힘 버튼을 누르지 말고, 귀를 막은 뒤 문이 저절로 닫히길 기다리세요. 만약 당신 귀 가까이에서 누군가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면, 그 혹은 그녀가 누구이든 무슨 말을 하든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무시하세요.
이제 안전합니다（아마도요）.

5. 원칙적으로 업무 중 화장실 사용은 금지되어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 사용이 허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반드시 감독관이 지정해주는 칸의 변기를 사용해야 하며, 지정된 칸 외의 칸에서 볼일을 보는 행위와 허가 없이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하여 볼일을 보는 행위는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만약 당신이 실수로라도 다른 칸에 들어갔다면 양 손으로 눈과 귀를 막고 마음속으로 천천히 100까지 세면 됩니다. 숫자를 세는 것에만 집중하세요. 20 다음에 오는 수는 30이 아니라 21이라고요.

6. 구내식당 이용은 본사의 직원이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며, 외부 인원 역시 식권 구매 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합니다. 식당에서는 그 날의 메뉴와 수저, 요청 시 포크 혹은 나이프가 함께 제공되며 나가실 때 식권을 반납할 경우 후식으로 음료가 제공됩니다. 이 때 음료수 캔을 잘 살펴보세요. 조금의 손상이라도 발견될 경우 즉시 폐기하세요. 그래도 정 음료를 마시고 싶으시거든 근처 자판기에서 새 음료를 구매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만약 자판기에서 나온 음료수 캔에서도 이전과 같은, 혹은
이전보다 더 눈에 띄는 손상이 발견되었을 경우, 무언가의 눈 밖에 날 만한 짓을 하거나 규칙을 어긴 게 아닌지 곰곰히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7. 종종 창고 내부에서 휴대전화나 지갑 등 귀중품이 유실된 채 발견되기도 합니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유실물을 발견할 경우 내선 전화 34번으로 보고 후 조용히 돌아가셔서 할 일을 하시면 됩니다. 그 물건의 주인은 직원이나 방문객이 아닙니다. 직접 주인을 찾아주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버리세요. 그들은 그들의 물건에 남의 손이 닿는 것을 극도로 혐오합니다.

8. 만약 당신이 성실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면, 홀로 떨어지게 될 일을 없을 겁니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인해 동료들과 동떨어진 곳에서 작업을 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면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잘 기울이세요. 이어폰이나 귀마개를 착용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멀리서 동료 직원이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거나 하는 일이 생기거든요. 만약 주변에서 꾸르륵거리거나 무언가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면,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 문제를 해결하세요. 오른쪽 두 번째 주머니에 든 걸레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거나 소리와의 거리를 좁힐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 즉시 왔던 길을 따라 돌아가세요. 도중에 이미 지나왔던 구역의 표지판이 몇 번 정도는 더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그런 건 문제가 되진 않을 겁니다. 계속 걸어나가세요, 영원히요.

9. 여러 가지 무거운 물건을 날라야 하는 창고라는 작업공간의 특성상, 창고 안에는 지게차나 파레트트럭 등 여러 가지 중장비들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이 장비는 지정된 인원만이 현장감독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사용할 수 있으며, 일반 직원의 단순 작업 능률 향상만을 목적으로 한 사용을 절대 금합니다. 만약 당신이 지정된 인원이고 현장감독관으로부터 마스터키를 받아 중장비를 운전하게 된다면, 반드시 시동 전에 차체를 가볍게 두어 번 두드리세요. 간혹 고양이들이 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동이 걸리고 모터나 엔진이 동작하기 시작한다면 여러 모로 골치아파지니, 출발 전 반드시 차체를 두드려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운전 중인 차체 내부에서 무언가 부스러지는 잡음이 들린다거나 이상하게 조작부에서 검붉은 액체 비슷한 무언가가 흘러나오는 경우 즉시 운전을 멈추고 시동을 켠 채로 마스터키를 뽑아 현장감독관에게 보고하세요. 그 이후에 일은 모두 저희가 처리할 것입니다.

10. 당신이 할당된 업무를 다 마치고 정시가 되어 귀가를 원하신다면 추가 근무가 없다는 전제 조건 하에 언제든 퇴근이 가능합니다. 현장감독관에게 사원증을 반납한다면 그가 당신의 사원증을 태깅 후 돌려줄 것입니다. 이 때 반드시 되돌려 받은 사원증을 꼼꼼히 그 자리에서 확인하세요. 현장감독관들은 이 사실을 이미 교육받으시며, 당신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불쾌감도 표출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불쾌감을 표출하는 현장감독관이 있을 경우 일단은 그의 지시에 따르십시오. 그리고 로비층에 배치되어 있는 내선 전화를 이용하거나, 다른 현장감독관에 이를 신고하십시오. 또한 그가 돌려준 사원증에서, 특히 사원증에 인쇄된 당신의 사진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현장 총괄감독관에게 이를 보고하십시오. 절대 그에게 이 사실을 들켜서도 안되며, 그가 이 사실을 눈치챌 만한 행동을 해서도 안됩니다. 가장 좋은 핑계는 안에 물건을 두고 왔다는 것이지만 언제까지 먹힐 지는 모르겠네요. 만약 그가 눈치챘다면, 특히 당신이 현장 총괄감독관을 찾아가는 걸 그가 직접 목격했다면, 뭐, 행운을 빌겠습니다.

다음 수칙만 잘 지켜주신다면 저희 창고에서 근무하는 것에 있어서 그 어떤 불편함도 없을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하고 보람찬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