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다가 침대 위에 누운 순간이었다. 천장 구석에 작은 구멍이 뚫려있는 게 보였다. 3CM 쯤 되었는데, 이 때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구멍이었다.

뭐, 낡은 빌라라서 생긴 거겠지? 하고 넘겼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그 날은 아르바이트 하는 PC방에서 대청소를 하였기에, 많이 피곤했다. 끝내고 집에 오자마자 침대 위에 쓰러지듯이 누웠다.

잠에 드려고 하는데 문득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에 생겼던 구멍도 보였다. 홀린 듯이 그걸 멍하니 바라봤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구멍이 약간은 커졌단 생각이 들었다.

확인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너무 피곤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으며 나는 잠에 들었다.

다시 정신을 차린 건 어느새 주변이 고요 해진 새벽녘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어째서 인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이건 가위라는 걸 깨달았다.

이게 몇 년 만에 눌리는 가위이지? 중학생 이후에는 꿈조차 잘 안꿨는데.

그래도 가위에서 깨는 방법은 잘 알고 있었다.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썼다. 한참 낑낑거리고 있는데 스르륵 하는 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렸다.

드르르르륵

이게 무슨 소리지? 여전히 손가락에 힘을 준 채로 눈알을 요리 조리로 굴렸다. 얼마 안가, 소리가 천장 방향에서 들린다는 걸 알아차렸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사방팔방 정신 없이도 움직였다. 위층에서 들리는 건가? 계속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소리가 갑자기 딱 멈췄다. 멈춘 곳은 구멍이 뚫려 있던 곳이었다.

주변이 조용해져서 마음이 조금은 놓일 때였다. 구멍에서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리고 사정없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저게 도대체 뭐지? 자세히 보니까 사람 손가락이었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거 분명히 귀신 나오는 꿈이다. 무서운 건 질색하는 나였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잠시 후, 마침내 손가락을 움직이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가위에서 깨어나지를 않았다. 이제는 팔까지 드는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꿈 속이다.

그렇게 나는 구멍에 튀어나와 있는 손가락을 보며 밤을 지새웠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불쾌한 기분이 확 들었다. 단순히 어제 PC방 대청소를 빡세게 해서가 아니었다.

가위를 워낙 제대로 눌려서 머리가 반으로 쪼개질 듯이 아팠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헬쑥한 게 금방이라도 쓰러질 사람처럼 보였다.

천장에 뚫려있는 구멍 앞으로 가보았다. 특별한 건 없었고 그저 조그마한 구멍이었다. 아마도 피곤해서 가위에 눌린 듯 싶다.

샤워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일을 하는 내내 끙끙 앓았다.

눈가에 없던 다크 서클도 생겼다. 나는 일을 마치자 마자 곧장 집으로 와 침대 위로 쓰러졌다. 그리고 별 생각없이 천장을 보았는데, 구멍의 크기가 10CM정도로 커진 상태였다. 왜 저러는 거지?

내일은 집 주인을 꼭 만나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잠에 들었다.




깨어나자 마자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계는 새벽 2시를 가르키고 있었고 주변은 조용했다.

이틀 연달아서 가위에 눌리다니. 요즘 몸이 피로해서 그런 건가?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서 손가락에 힘을 주고 있을 때

드르르르르륵

어제처럼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에 눈동자를 올려 구멍을 바라봤다. 하루 만에 커진 구멍은 이제 손가락이 아니라 팔도 튀어나올 만한 크기였다. 불길한 느낌이 든다.

제발 움직이길 바라며 몸에 힘을 계속 줬다. 도무지 깨어날 생각을 안한다. 속이 터지고 있을 무렵 예상이 적중했다. 구멍에서 팔이 불쑥 튀어 나와버린 것이다.

팔은 엄청난 속도로 빙글빙글 돌았는데 멈출 줄을 몰랐다. 금방이라도 구멍을 뚫고 나에게 달려들 듯 싶었다.

깨어나기 위해서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꼼짝도 안했다. 결국 나는 또 다시 한숨도 자지 못하고 밤을 지새웠다.

새벽 내내 빙글빙글 돌아가는 팔을 봤더니 눈이 뻐근했다. 구멍을 가서 살펴보았지만 특별한 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분명 커지고 있었기에 집 주인 아주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잠시 후 전화가 걸려왔다.

“천장에 구멍이 뚫렸다고?”
“네. 점점 커지고 있는데 너무 이상하네요.”
“그래? 지금 확인하러 갈게.”

잠시 후 아주머니는 집으로 오셔서 한동안 구멍을 빤히 바라보셨다.

“이상하네. 이런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주머니는 사람을 불러서 수리를 해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가셨다.

커지는 구멍이 찝찝하고 피로 했지만 아르바이트를 안 갈 수는 없었다.

샤워를 하고 곧바로 일을 하러 갔다. 사장님이 나보고 얼굴이 왜 반쪽이 됐냐고 물어 본다. 사장님 뿐만이 아니었다. 주위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눈빛에는 안쓰러움이 묻어났다.

온 종일 피곤함 만이 가득했다. 머리가 계속 멍해서 좀비 마냥 의지 없이 움직였다. 난생 처음으로 내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왔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구멍 앞으로 걸어가자 말이 안돼는 일이 벌어져 있었다. 구멍이 아침보다 2배가량이 더 커진 것이다.

너무 졸려서 자고 싶었지만 도통 눈이 감기지 않았다. 만약 가위에 또 눌린다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구멍의 크기로 보았을 때, 이번에는 팔이 아니라 몸통이 튀어나 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저 넓은 구멍을 저녁에 갑자기 막기란 불가능 했다. 친구네 집이라도 갈까 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지금 몸 상태를 보면 가다가 쓰러질 질 가능성이 높았다. 빨리 잠을 자서 피로를 풀어야 했다.

임시방편으로 구멍에다가 테이프를 쭉쭉 붙였다. 허술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한결 놓인다.

가위는 심리상태에 영향을 받는 거라 이 정도면 푹 잘 지도 몰랐다. 그래도 왠지 무서워서 불을 켠 채로 침대 위에 누웠다. 순식간에 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가위에 눌려 있었다. 만약 입을 움직일 수 있었다면 실컷 욕을 했을 것이다. 정말 3일 연달아 가위에 눌리다니.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드르르르르륵

소리가 울려 퍼진다. 형광등을 켜 놓아서 주변은 밝았지만 무서움은 여전했다. 눈을 꼭 감고 있는데 탁탁-하는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살며시 눈을 떠보자 구멍에 붙여놓은 테이프가 뜯겨 나가고 있었다. 이럴 수가. 설마? 하는 마음이 들 때 이미 테이프는 찢겨져 허공에서 나풀댔다.

구멍에서 서서히 나오는 건 사람의 팔이었다. 얼마 안가 긴 머리카락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보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는 눈조차 감기지 않는다. 구멍에서 나온 긴 팔이 꿈틀거린다. 잠시 후 드러난 사람은 60때 쯤으로 보이는 할머니였다.

그녀는 구멍에 거꾸로 매달린 채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 봤다. 그녀의 얼굴은 주름이 한가득이었는데 눈빛만큼은 소름이 끼치도록 살벌했다. 눈동자를 돌리고 싶었지만 홀리기라도 한 듯이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할머니가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꿈틀거렸다. 구멍과 그녀의 몸이 마찰하며 기괴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할머니는 오른팔과 얼굴이 구멍에서 나온 상태였는데, 만약 왼팔마저 나온다면 내 방으로 직행이었다.

나도 모든 힘을 다해 가위에서 벗어나고자 노력을 했다. 팔과 다리가 약간씩 움직이기는 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깨어나지를 않았다. 나를 노려보는 할머니를 새벽 내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일어나보니 구멍에 붙여 놓았던 테이프들이 모두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게 가능한 건가? 새벽에 일어난 일은 단순히 꿈일 텐데? 말이 되지가 않았다.

일단은 집에 있고 싶지가 않아서 밖을 나오자 수많은 경찰차가 보였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어안이 벙벙한 채로 서 있다가 경찰 한 명에게 물어보았다.

“무슨 일인가요?”
“여기에 사시는 분이세요?”
“네.”
“음. 303호에 어떤 사람이 몰래 들어와서 살고 있었습니다.”
“뭐라고요? 303호면 저희 집 바로 윗층인데요??”

경찰은 대답없이 뒤돌아서 가려고 했다.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그의 손목을 붙잡고 물었다.

“누가 살았던 거에요?”

경찰이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고개를 돌려 보니, 가위 눌릴 때 보았던 할머니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