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볼때 자네는 매사에 열정적이고 목표한 무언가를 이루려는 의지가 강해 보여."



졸업을 얼마 앞두지 않은 어느 날, 변변찮은 학점과 스펙으로 한껏 낮아진 자존감에 우울한 시기를 보내던 무렵.



사회적으로 저명한 명성을 가진 그 분의 나에 대한 후한 평가는 얼어붙었던 내 심장을 다시 요동치게 하는 윤활유와 같은 것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자네와 꼭 같이 일을 해보고 싶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지금 나에게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난 그 당시의 나의 머리채를 쥐어잡고 말리고 싶은 마음 뿐이다.



"부족하고 하찮은 저지만, 이렇게 좋게 봐주시다니 너무 영광입니다."



그 당시, 어렸던 나를 현혹하고자 했던 뱀의 혓바닥이었는지, 아니면 진짜 내가 가진 가치를 높게 평가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그 당시 나에게 이러한 후한 평가를 내려준 사람은 그 사람이 유일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에서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보수는 얼마인지, 출퇴근은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내가 되고 싶었던,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대상과 함께 일을 해서 내가 이 분의 사람이 될 수 만 있다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커리어가 되지 않을까.



결국, 일생 일대의 큰 선택의 기로에서 난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해버렸다.



"그렇다면 자네, 오늘부터 당장 출근하도록 하게, 내 잘 말해 둘테니."



"알겠습니다."



"아 참, 자세한 생활에 대해서는 거기 있는 식구들에게 잘 배우도록 해. 다 착한 친구들이니 잘 반겨 줄거야. 여기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사람 부를게."



"네 감사합니다."



면담 시작에 받았던 따뜻한 커피가 채 식기도 전에, 빠른 상담을 마치고 뭔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문 밖으로 나설 때.



복도에 좀비처럼 늘어진 그들을 보며 홀가분한 기분이 다시 찝찝한 기분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한 5분 정도 지났을까.



비틀거리던 좀비들 중 가장 퀭하고 초첨없는 눈을 가진 대왕 좀비가 나에게 다가왔다.



"교수님한테 얘기 들었어요. 당신이죠? 오늘부터 출근하게 된 학부 연구생이."



"대학원에 온걸 환영해요."



그 날 이후로 난, 친했던 사람들에게서 잊혀져 갔고, 공학관 건물을 지키는 망령 중에 하나가 되어 그들과 같이 초첨없는 눈과 흐느적거리는 움직임으로 다른 학생들 사이에서 좀비로 불리게 된 건 머지않은 가까운 시기였다.



난, 대학원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