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이라든가 딱히 없는 얘기인데.

모녀 가정으로 수십 년 동안 재혼을 하지 않고 나를 키워온 어머니에게 반년 전 남자친구가 생겼다.
남자친구분도 같은 돌싱이었고, 나와 한 살 차이가 나는 딸이 있는 뭐 비슷한 사람이었다.
그런 어머니의 남자친구와는 한 번 만났을 뿐으로, 그 이후에는 특별히 만날 일이 없었다.

근데 그때 이후로 목이 자꾸 아팠다. 처음에는 목감기인가 싶었는데, 움직일 때마다 아팠기 때문에 잠을 잘못 잤나보다 하고 판단했다.
하지만 목의 통증은 가라앉지 않고 계속해서 아팠다.

감기도 아니고 잠을 잘못 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하지만 여자가 말을 타고 와서 내 목을 조여오는 광경을 여러 번 보게 되었다.
공포영화에서는 아침에 일어나면 기괴한 멍이나 머리카락 등이 남을 텐데, 그런 것은 없었으니까 내가 이상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 일이 거의 매일 계속되어 마음이 우울해진 나에게 엄마는 여전히 능청스럽게 남자친구 이야기를 꺼냈다.
그 때 엄마는 별 생각 없이 나에게 그 남자친구와 가족사진을 보여주셨다.
관심이 없어서 적당히 말하려다가 사진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사진 속에 내 목을 조르는 여자와 꼭 닮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에게 이 여자가 누구인지 물었더니 평범하게 대답해주셨다.

"전에 얘기했던 너랑 한 살 차이나는 딸이야"

어쩌면 내가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한번 본 딸을 기억하고 목을 조르는 꿈을 꿨다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나는 이 여자를 처음 본 것이다.

나는 관심 있는 척하며 이 딸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아이는 이혼하고 엄마랑 살고있는데, 아빠를 너무 좋아하는 파더콤플렉스야."

"스무 살이 넘었는데 아빠의 무릎 베게를 너무 좋아해서 만날 때도 계속 붙어있거든."

"아빠는 물론 그런 딸을 끔찍히 예뻐하지. 딸아이는 아마 나를 좋게 생각하지 않을거야."

여기까지 듣고 내 몸에 일어난 모든 일이 심령현상이라면 엄마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어머니는 그러고 나서도 상관없는 이야기를 더 이어갔는데, 그때 관련이 있을 법한 말도 했다.

"맞아, 남자친구는 착하고 좋은 아빠니까 너에 대한 일도 항상 신경쓰더라고."

"네 사진 같은 거 보여주니까 더 친근하게 느껴졌는지, '우리 딸이랑 같이 만나고 싶어' 이런 말도 하고, 딸한테 네 얘기를 하는 것 같아."

"그래서 파더콤플렉스인 딸 말이야, 그때 항상 기분 나빠지는 것 같아서 웃기지~?"

"역시 딸보다 한 살 나이 어린 네게 가장 관심이 쏠리는 모양이더라."

안 좋은 예감 밖에는 들지 않았다.
나는 그때 짜증이 나서, 남자친구에게는 딸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무 무신경할지도 모르니 말하지 말라고 말했다.

우연인지 뭔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목의 통증은 사라지고 여자 꿈도 꾸지 않게 되었다.

이것이 생령이니 저주니 하는 종류라면 한마디만 하고 싶다.

하필이면 왜 나야?





>>
왜 나야? 라고 하면.

뭐 진지하게 이야기해보자면, 그 따님 입장에서 보자.
너는 아버지의 딸이라는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니까 말이야.
어머니보다 너에게 오히려 더 감정적인 위협을 느끼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
파더콤플렉스라고 한마디로 말하지만, 그것은 콤플렉스（심적 복합체）의 일종으로 심층심리가 복잡하게 얽힌 심리상황이니까 말이야.
아마 겉의 의식으로는 너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계속해서 심층의식을 자극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아버지 쪽과는 의식해서 일정한 거리는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 부분은 미리 엄마도 이해해 달라고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어.






>> （글쓴이）
복잡하구나 이쪽에서 할 수 있는건 해놓을게. 둘 다 섬세한 면이 부족하니까 또다시 딸이 자극받을 수도 있을 것 같네.






>>
뭐 생령이라든가 예지몽이라든가 오컬트 같은 것을 빼더라도, 꿈이라는 것은 일종의 행동 시뮬레이션이라는 설도 있으니까 말야.
아마 남자친구에게 딸이 있다는 말을 듣고, 무의식중에 그 공동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뇌에서 시뮬레이션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본 적도 없는 딸이 등장했다는 것은 이상한 현상이지만.

아무튼 꿈이라는 것은 아직 알 수 없는 부분이고, 무의식의 깊은 곳에서 뜻밖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이니까 말이야.





>> （글쓴이）
생령이라든지 저주라든지 그런 류가 아니라 나의 착각이었다면 목을 무의식적으로 스스로 졸랐다는 가능성이 있잖아, 그쪽은 더 싫은데.

결과적으로는 오컬트였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