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의 아이]

해가 막 떨어진 무렵, 김씨는 간단히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파트 단지 순찰을 나섰다.

여느때와 같이 주차위반 차량을 점검하며 단지 내 곳곳을 돌던 김씨는 그날따라 유독 쥐죽은 듯한 고요함에 스산함을 느꼈다.

그렇게 106동 앞을 지날 때 즈음, 나즈막히 들려오는 작은, 그러나 일정하게 반복되는 어떤 소리를 듣게되고,
불길하게 웅얼거리는 그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어보니 웬 아이 하나가 옥상 난간 옆에 서서 뜀뛰기를 하고 있었다.

당황한 김씨는 아이를 향해, 어두운데 뭐하는 짓이냐. 위험한데 어서 내려오라, 고 소리쳤지만 아이는 오히려 웃음을 띄며 중얼거릴 뿐이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김씨는 서둘러 계단을 올라 옥상으로 향했다.

다행히 거의 옥상에 다다랐을 때 즈음부터 아이의 목소리가 차츰 가까이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구십팔, 구십팔, 구십팔, 구십팔, ...

옥상에 올라서보니 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자세로 난간 근처에 서서 뜀을 뛰며 웃고 있었다.

아이를 다그치며 어서 내려오라고 손짓 해보지만, 아이는 외려, 여기에 재미있는 것이 있다, 고 김씨를 연신 불렀다.

무언가에 홀린 듯 김씨는 아이가 서 있는 난간으로 다가갔다.

다행히도 별 이상한 점은 없다는 생각에 한숨을 돌린 그 순간, 아이는 싸늘한 표정으로 단숨에 그를 난간 바깥으로 밀어버렸다.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띤 채, 바닥 아래로 떨어져 미동조차 없는 김씨를 바라보며 아이는 다시 입을 열었다.

구십구, 구십구, 구십구, 구십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