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용서한다.

오랜 시간 날 무시하고 깔보던 너를 용서한다.

학생 시절부터 시작된 너와 나의 악연.

절대 잊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을 정도로 원한이 깊었다 생각했지만,

한심하듯 날 내려다보던 너의 그 눈이 더 이상 앞을 볼 수 없으니 이제는 너를 용서한다.



너를 용서한다.

나에게 심한 말을 하며 욕을 퍼부었던 너를 용서한다.

네 말들은 비수가 되어 내 심장을 난도질 했었지만,

너의 그 혀 역시 지금은 갈가리 찢어져 바람 소리만 낼 뿐이니 이제 용서할 수 있다.



너를 용서한다.

내 돈을 뺏고 내 물건들을 뺏어간 널 용서한다.

그것 때문에 늘 배고프고 궁핍하게 살았지만

내 것으로 게걸스레 먹을 걸 채워 넣었던 그 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렸으니

이제는 용서할 마음이 생겼다.



너를 용서한다.

내게 휘두른 폭력을 전부 용서한다.

서럽고 고통스러워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지만

날 아프게 하던 너의 팔과 다리가 전부 뭉그러져 뼈가 사방으로 튀어나오고 살점이 터져나갔으니

아주 기쁜 마음으로 널 용서하겠다.



너를 용서한다.

내 가족들에게 고통을 준 것 마저 용서한다.

나의 어머니를 욕하고 아버지를 비웃으며 우리 가족을 욕했지만,

너희 부모님이 지금의 네 꼴을 보며 오열하는 모습에 내 마음이 풀렸으니

이것마저 용서해 줄 수 있다.



너를 용서한다.

내 인생을 쓰디쓴 지옥으로 만든 너지만, 이제는 너를 용서한다.

내 자존감을 짓밟고, 내 마음을 무참히 부숴버린 너지만, 이제는 너를 용서한다.

아니 용서하는 것을 넘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너에게 감사한다.

네가 자랑해 마지않던 오토바이를 타다 빗길에 미끄러지고 아스팔트에 갈려나가

끔찍한 고통을 받았음에도 끝내 살아남아줌에 감사한다.

구르고 굴러서 만신창이가 되어 차라리 죽었으면 하고 바랬음에도 끝내 살아났음에 감사한다.

너희 부모님이 오열하는 꼴을 바로 옆에서 봐야 하겠지만 살아줘서 감사한다.

이제는 반송장이 되어 처절하게 목숨을 연명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살아줬으니 감사한다.

내가 눈앞에서 온갖 모욕을 주며 널 비웃어도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도, 욕설을 퍼부을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살아남아주어 감사한다.



너를 용서하고 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했으니

그간의 쌓여있던 나쁜 감정은 모두 정리하고 진심으로 널 대할 수 있다.

그러니 이제는 매일 같이 찾아와 너의 모습을 봐 줄 생각이다.

너희 부모님이 내 손을 맞잡고 고맙다고 눈물을 보이시는걸 속으로 비웃어 보일거고

네가 죽지 못해 버러지같이 하루하루 버텨내는걸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봐 주겠다.

이런다고 해서 그간 고통받았던 나의 과거가 사라지는건 아니지만,

지금 내 마음은 한없이 황홀하고 행복하니 그걸로 만족한다.

그러니 제발 오래오래 연명해 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내가 충분히 만족하고 너에게 흥미가 떨어지면

너의 병실에 발길을 완전히 끊은 다음

널 완전히 잊고 이제는 제대로 된 내 인생을 살겠다.

그렇게 자유롭게 살아가다가 마침내 너의 부고 소식이 들려오면,

그땐 또다시 기쁜 마음으로 축배를 들어 주겠다.

이번에야 말로 네가 진짜 지옥에 떨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이제 너에게 진심을 담아 마지막으로 말한다.

넌 내게 비참한 삶을 주었지만

지금은 너를 용서한다.



By. neptun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