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대 내부에 있는 병력들의 상태가 좋지 않다. 환각 증세를 앓고 있고 심한 공격성을 띄고 있으니 모두들 각별히 조심하기 바란다.”

00부대의 정문 앞. 이 대령의 앞에는 수백인 되어 보이는 군인과 경찰들이 분열해 있었다. 그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병력들의 대부분이 단단해 보이는 보호구와 호신용을 대비한 몽둥이나 포박에 용이한 포승줄로 무장하고 있는 상태였다.

“연대장님. 무당들 신원 확보가 어려워 다른 부대에 협조 요청했습니다.”

그때 이 대령의 옆으로 대위 한명이 걸어왔다. 이 대령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는 수 없지. 의사들도 다 대기 중이지?”

“예.”

“가지.”

그 말과 함께 이 대령은 00 부대 내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수백의 인원들도 같이 움직였다.

‘심한 환각을 유도하고 심한 공격성을 나타나게 하는 것.’

자세한 병명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게 무당들의 소행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다행히 제 시간에 치료약을 복용하면 나을수 있다는 의사들의 소견이 있었기에 이 대령은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만 했다.

‘세상에 그런 것이 가능키나 한건가.’

어째서 병사들이 모두 미쳐버리고 대량으로 자살을 한건지는 아직도 미스테리다. 한시라도 무당들을 붙잡아야만 한다. 이 대령은 복잡한 심정을 애써 다스리며 00부대의 연병장으로 발을 디뎠다.

밤의 분위기는 훨씬 을씨년스러웠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척박해 보인다.

“대상은 많아야 20~30명 남짓이다. 무리하지 말고 위험한 상황이 오면 무조건 도망치도록. 전부 뭉쳐서 움직인다. 실시.”

뿔뿔이 흩어지는 인원들을 바라보며 이 대령은 한숨을 쉬었다.

“연대장님 여단장님은 이 일을 알리기 꺼려하십니다.”

“그런다고 하늘이 가려지나.. 쯧.”

“조기에 구출한 병사 2명은 다행히 호전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심각한 트라우마를 앓고 있어 정신과 치료는 불가피해보입니다.”

“그렇군.”

이 대령은 점점 멀어져가는 인원들을 바라보며 담배를 물었다. 그렇게 한 개비. 두 개비를 태우고 있을 때 커다랗고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머지 않아 심각한 증세를 보이는 인원들을 모조리 포박할 수 있었고 강제로 연병장으로 모이게 한 뒤 의사에게 처방받은 약들을 그들에게 복용시키기 시작했다.

“캬아악!”

있는 힘껏 몸부림치며 거부 반응을 보였지만 특수부대원들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이런 일에 베테랑이었기 때문이다.

짧은 사투 끝에 모든 약을 복용시키는데 성공한 이 대령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우우웅. 우웅.

그런 그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전화를 받아드니

“통신보안. 중위 김해성입니다.”

“말해.”

“방금 무당들을 잡았습니다.”

“어디야?”

“00시입니다.”

“곧 가지.”

이 대령은 사건의 실마리를 잡는다는 생각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남은 인원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이상이 없으면 모두 병원으로 이송해. 특이사항 없으면 병력들 전부 해산시키고.”

“알겠습니다.”

이 대령은 서둘러 보좌관과 함께 무당들이 있는 00시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지런히 운전을 한 끝에 무당들이 포박되어 있는 장소로 도착했는데 일반 시골집에 있을 법한 낡은 주택이었다.

그곳에는 이미 임무를 완수한 병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병사들을 지나쳐 무당이 있는 집으로 들어서니 매캐하고 특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충성. 도주 준비를 하고 있었던 현장을 덮쳐 구속시켰습니다.”

“그래 수고 했어.”

이 대령은 바닥에 포박되어 있는 무당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들 목적이 뭐야?”

“....”

“이거 그냥 안끝나. 빨리 바른대로 말해.”

이 대령의 엄포에 무당들은 침묵을 지켰다.

“큭큭..큭큭.”

중년 여성이 소리를 죽여가며 웃기 시작했다.

“아이 군인 아저씨. 생각이 단순하시네.. 설마 우리가 이렇게 단순하게 일을 처리할 줄 알았어?”

“알아듣게 말해.”

“아이참. 이 지역만 이렇겠냐고요. 아저씨야.”

그 말에 이 대령의 얼굴이 딱딱히 굳어갔다.

“왜 우리가 군인들을 고른줄 알아?”

“왜?”

“군인들은 숨기는걸 잘하거든.”

그렇게 말하며 중년 여성은 자지러지게 웃기 시작했다. 그 사람 같지도 않은 모습을 보며 이 대령은 다른 무당에게 시선을 가져갔다.

두 명의 무당들은 멍한 얼굴로 바닥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제정신인 상태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어이 당신들.”

이 대령의 부름에 무당들은 힐끗 그를 보기만 할 뿐 이렇다할 반응은 없었다. 대신 중년 여성이 대답했다.

“왜? 나한테 말해.”

“뒤에 누가 있어.”

“글세. 그나저나 괜찮겠어? 아저씨. 지금쯤 여기저기가 난리일텐데.”

능글거리며 여유넘치는 웃음을 흘리는 중년 여성을 보며 이 대령은 잠시 밖으로 나와 핸드폰을 들었다. 그는 곧 아는 지인들을 모두 동원해 할수 있는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연락의 내용은 간단했다. 현재 부대내 이상 현상이 있는지. 병사들의 상태는 양호한지였다.

몇 차례의 전화를 한 끝에 그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여기저기 문자로 연락을 대신하기로 했고 머지 않아 답장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심한 공격성을 띄기 시작해 격리 중.]

[원인 불명의 현상 때문에 많은 병력들이 별도 격리 중.]

이라는 메시지가 대다수였다. 이 대령을 이를 갈고서 다시 방으로 들어가 말했다.

“당신들 목적이 뭐야?”

“새로운 세상.”

“그러니까. 그 배후가 누구냐고.”

“그걸 쉽게 말하면 재미없지. 안그래?”

중년 여성은 여유로운 웃음을 흘리며 이 대령을 깔보기 시작했다. 더 이상 뚜렷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은 이 대령이 담배를 무는 순간.

우우웅. 우웅.

그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액정에 비춰지는 이름을 확인한 그가 서둘러 전화를 받자,

“통신 보안. 중위 이세창입니다. 오인한 병사 찾았습니다.”

“어디있어? 상태는?”

“00부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인근 마을에서 발견했습니다. 상태는 양호합니다. 방금 약 처방 받았습니다.”

“그래. 그 외 소식 없나?”

“그게.. 다른 부대에 있는 동기들도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어 난리라고 합니다.”

“..그렇군.”

안타까운 소식에 가슴이 먹먹해진 그에게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연대장님!”

순간 그를 부르는 소리에 서둘러 방으로 들어가니 예의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무당 세명이 심한 발작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캬아악!”

“캬악!”

순간 이 대령은 매캐한 냄새가 이것의 원인일거라 생각했다. 서둘러 병력들을 물리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크르르르.”

이미 변할대로 변한 병사들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 대령은 눈 앞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며 허리춤에 있는 피스톨에 뽑았다.

**

[정말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이비 종교인 000이라는 단체에서 일으킨 사건을 단독으로 전해드립니다. 이들은 주로 군인들을 상대로 환각을 불러 일으키는 마약 성분의 00를 직간접적으로 노출시켜 그들의 정신을 붕괴시켰습니다. 거기에 노출되는 병사들은 수시간 뒤 급격한 공격성을 띄기 시작했으며 단체로 자살을 하고 인근 마을의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끼쳤습니다. 군 당국은 아직 이렇다할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00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적이 있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국민들께서는 지금 즉시 약국에서 팔고 있는 00 성분이 들어간 약을 복용하시기 바랍니다.]

커다란 액정 앞에 서있는 여러 사람들. 그들은 하나 같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웃기 시작했다.

“흐흐흐.”

“테스트 결과에서 솔직히 걱정했다고. 김박사.”

“결과가 좋으면 됐지 않습니까? 이걸로 주식도 오를겁니다.”

그 중 한 사람은 태블릿을 들어 주식 현황을 보여주며 말했다.

“역시 우리 국민들 반응 하나는 좋습니다. 보십시오. 바로 올라가지 않습니까?”

“아, 이거 참 효과가 너무 좋아서 탈이야.”

그들은 잔에 들린 붉은 색의 와인을 들이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