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https://pixabay.com/images/id-3337018/




이건 무서운 이야기라고 해야 하나, 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야.

아니, 그 당시에는 물론 무서웠지만.


난 도쿄에 있는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전에 이상한 체험을 했어.

오전에 대강의실에서 그날 2교시 교양과목을 듣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저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을 교수님이 안 보이는 거야.

주변 학생들은 모두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어.


망했다, 깜빡 잠들었네.

필기 하나도 안 했는데, 뭐 나중에 강의 노트를 어디서 사던가 해야지.

누구 아는 사람 중에 이 강의 듣는 사람 없나.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서둘러 물건을 챙기고 강의실을 나갔어.


그런데 캠퍼스 안뜰에 있는 시계를 보니 어느새 한낮이었어.

벌써 오후 3시가 넘어서 2교시는커녕 3교시 강의까지 다 끝나버린 거야.


자느라 강의 한두 개 제끼는 것 정도야 뭐 있을 법하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푹 잠드는 바람에 강의를 전부 제껴버리다니.

이건 좀 곤란하다고 생각하면서 핸드폰을 보다가 또 깜짝 놀랐어.

오늘은 분명 11일 월요일일 텐데, 핸드폰에 적힌 날짜는 15일이었던 거야.

잘못 본 게 절대 아냐.

처음에는 핸드폰 날짜가 잘못된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스마트폰 시계는 자동으로 시간대가 업데이트되잖아.

그러니 핸드폰 날짜가 잘못됐을 리는 없지.


이쯤 되니 약간 공황 상태에 빠져서 뉴스 앱이나 TV 등을 정신없이 찾아봤어.

하지만 확실히 오늘 날짜는 15일 금요일인 것 같았어.

세상은 평소랑 다를 것 없었고 TV에서는 아주 평범하게 오후 뉴스가 나오고 있었어.


그런데 전혀 기억이 안 나.

기억이 사라지지도 않았어.

아니, 엄밀히 따지면 사라진 건 맞지만 아무튼.

월요일 아침부터 학교 가야 한다니 개같네- 하는 생각하면서 출근 시간대 열차를 타고, 학교에 도착해서 대강의실에 앉아 노트 펴고…

잠시 졸았더니 어느새 세상은 4일이 지나 있었다, 그런 느낌이었어.


‘이거 꿈이 아니라 현실인가? 진짜? 나 어디 아픈가?’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면서 뇌출혈, 뇌경색 등 병이 생긴 건 아닌지 진심으로 의심했어.

알 수 없는 조바심이 마구 샘솟았어.

잠시 후 공황 상태가 좀 진정되니 친구에게 전화해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어.

그 친구와 난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고 지금도 아주 가까운 친구야.

같이 듣는 강의도 꽤 많으니까 그날도 학교에 와 있었을 거고.

일단 그 녀석 이름은 A라고 적을게.


"야 A, 오늘 무슨 요일이냐? 아니 애초에 며칠이야?"


"뭐? 15일이지."


전화를 받자마자 속사포로 물어봤는데 역시 15일이었어.

너무 급한 마음에 전화로 횡설수설 얘기했더니 A도 나한테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일단 만나자고 하더라.

다행히 A가 아직 학교에 있어서 바로 학식에서 A와 만났어.


A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놀랍게도 난 오늘 A랑 같이 점심을 먹었다는 거야.

물론 난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13일에도 A랑 같이 놀았다고 하는데, A 말로는 난 특별히 이상한 점도 없었고 평소와 다름없었다고 해.


A랑 얘기한 결과, 진짜 병원에 가야 하지 않을까? 라는 결론이 나왔어.

부모님에게도 연락해서 학교를 나와 가까운 병원으로 바로 갔어.

A도 같이 병원에 가 주었어.

A에게는 정말 감사하고 있어.

그 후에는 뇌신경외과에 가서 의사한테 진찰받고 MRI를 찍었어.


결국 의사가 말하길 ‘일과성 전건망*’이라고 하더라고.

（*일과성 전건망: 정상적인 생활을 하던 사람이 전조증상 없이 돌연히 건망 발작이 일어나 아주 오래된 기억까지 회상할 수 없게 되고 동시에 현재의 상황도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노인성 질환의 하나.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420941&cid=60261&categoryId=60261）


나처럼 갑자기 단기 기억상실증이 생겨 급하게 병원에 달려오는 환자가 더러 있는 모양이야.

특별히 뇌에 이상이 없고, 기억은 돌아오지 않겠지만 재발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일단 안심했어.

실제로도 벌써 몇 달이 지났지만, 그 이후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매일 평범하게 살고 있어.


하지만 딱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어.


잠시 진정한 후 침착하게 문자를 다시 읽어보고 라인（LINE）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기억이 날아간 동안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었어.

확인해보니 아무래도 나는 얼마 전에 B라는 사람이랑 친해진 것 같았어.


"야, A. 이 B라는 놈 누구냐?"


"몰라. 최근에 강의 듣다가 친해졌다고 니가 그랬는데."


확실히 내가 A에게 보낸 라인에는 "최근에 친해진 B를 A에게도 소개하겠다”는 내용이 남아 있었어.

하지만 찾아보니 내가 듣는 강의에서 B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었어.

교수님께도 물어보고 확인한 거니까 틀림없어.

외부인이 몰래 도강하는 경우도 있으니 한동안 주변에 B로 추정되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그 이후 B를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어.


결국 내 기억과 함께 ‘B’라는 존재도 완전히 사라진 것 같아.

다른 친구가 14일에 내가 처음 보는 여자랑 같이 걷고 있었다고도 했지만, 그것도 얘기뿐이고 아무런 단서가 없어.

처음에는 너무 짜증 나서 여기저기 찾아다녔는데, 별다른 단서가 없으니 오히려 무섭더라.

그래서 지금은 더 이상 찾고 있지 않아.




-------------------------------------------------------------------------------------------------
원문 출처: 恐怖の泉
※이 글은 원문 출처의 관리자로부터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번역/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