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용으로 써보는 단편입니다. 

많이 부족하오니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나면 간간히 쓸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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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냐?”

갑작스러운 물음에 난 적당한 답을 찾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울리는 질문인건가? 머리를 긁적이며 ‘잘 모르겠습니다.’ 라고 대답하자 김병장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바로 이런 도둑 고양이 새끼들이야. 잘 봐.”

김병장은 야전삽을 기역자 형태로 단단히 고정시킨 뒤 다리를 절고 있는 고양이에게 다가가며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 곧 사단이 날 것 같은 기분에 말리려고 걸음을 떼려는데 김병장이 말했다.

“거기서 움직이면 너도 죽여버릴거니까.”

그렇게 말하며 김병장은 고양이에게 빠른 속도로 다가가 야전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곧 이어 펼쳐지는 잔혹한 살육에 나는 눈을 감아버리기로 했다.

**

“충성. 근무 복귀 했습니다.”

“어, 인한이 요새 할만한가? 빡세지?”

“괜찮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 앉으라고 권하는 사관의 말에 조심히 사관 앞에 있는 의자를 끌어 당기며 앉았다. 사관은 조금 뜸을 들이더니 답답한지 담배를 꼬나 물고는 길게 연기를 들이키고는 말했다.

“그 김병장이 있잖냐. 좀 상태가 이상해서 걔랑 마지막 근무서던게 너잖아.”

“어제 말번 근무 말씀이십니까?”

“그래. 말번 서고 사정이 생겨서 초번까지 서게 한건 미안한데 사실 사정이 있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무슨 일인걸까? 무겁게 퍼져가는 백색의 담배 연기를 보니 마음 한켠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그 김병장 상태가 이상해서..”

검지 손가락으로 이마를 긁어대며 말하는 사관. 김병장. 상태. 라는 말만 반복해서 중얼거리던 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말했다.

“참으로 이상하단 말이지. 내 군생활 10년 넘게 하면서 이런 케이스는 처음 본다.”

“사관님 대체 무슨 일이라는 겁니까?”

“짐승 같어. 애가.”

“잘못들었습니다?”

내 말에 사관은 머리를 벅벅 긁어대며 짜증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그.. 짐승 같은 행동을 자꾸 해. 근무 돌아오고 나서부터 말야. 지금 생활관 난리도 아니다. 자고 있는 애들 팔뚝을 물어 뜯지 않나 가까이 다가오는 애들을 공격해서 의무대에 보내질 않나.”

“....”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으로 근무를 같이 선 사람이 너잖아. 혹시나 해서 불러봤다. 뭐 짚이는 거라도 없냐?”

사관의 말에 난 없는 머리를 굴려야 했지만 마땅한 해답을 찾진 못했다.

“아니 꼭 고양이 새끼 같다니까?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사관의 말에 머릿속을 관통하는 뭔가가 떠올랐다. 어제 그 고양이? 설마..

“그.. 어제 말번 근무 같이 서면서 말입니다.”

“어? 얘기해 봐.”

난 어제 있었던 일들을 사관에게 그대로 풀어서 설명했다. 사관은 처음엔 반신반의 했지만 현 상황을 대입해보면 그것 외엔 마땅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기에 내 말을 믿는 눈치였다.

“그래서 김병장은 지금 어딨습니까?”

몸의 피로보다 궁금증이 나를 더 자극했다. 내 말에 사관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8생활관에 가뒀다. 지금 아무도 안가고 있어. 일동병원엔 연락해뒀는데 올지 모르겠다.”

“왜 그렇습니까?”

“고양이 흉내내는 미친 놈을 치료하러 오겠냐. 관심병사로 치부해버릴 것이 뻔하지.”

“..제가 좀 봐도 되겠습니까?”

“니가 봐서 해결되면 좋겠다만.. 좋은 구경거리는 아닐거다.”

사관에게 인사를 한 뒤 8생활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생활관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복도에 소량의 핏방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7생활관과 6생활관의 선임들과 후임들이 나와 있었는데 다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박 분대장님 무슨 일입니까?”

평소 친분이 있었던 박 분대장에게 말을 건네니 박 분대장도 사관과 같은 말을 하며 한숨을 쉬었다.

“암튼 저기엔 가지마라. 너도 팔 뜯길라. 벌써 애들 몇 명 팔뜯겨갖고 의무실에 갔다. 와나 김병장 미친 새끼인줄은 알았는데 말년에 이런식으로 사람들 엿맥이네. 시발거..”

박분대장의 욕지거리를 뒤로하며 굳게 닫혀 있는 8생활관의 문으로 살며시 다가갔다. 생활관 문틈 사이. 그러니까 작은 유리창 사이로 보이는 것은 어두운 공간 뿐이었는데 이따금 뭔가가 움직이는 실루엣이 보일 뿐이었다.

샤샤샥.

그건 사람의 움직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날렵했다. 대체 어느 사람이 저런 자세로 저런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그 모습이 생각보다 흥미롭고 신비로워서 가만히 그 존재를 들여다보니 내 시선을 의식한건지 존재의 안광의 어둠 속에서 빛났다.

“!!”

그건 영락없는 고양이의 눈이었다. 어째서? 저런게 가능한건가? 내 반응을 본 박 분대장이 다가와 말했다.

“그치? 너도 안믿기지? 와나 시발 말년에 이게 뭐냐..”

“사실.. 말번 근무 같이 서면서 말입니다.”

난 박 분대장에게 있는 사실 그대로를 털어 놓았다. 내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박 분대장이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씌였네.”

“..잘못들었습니다?”

“씌였다고. 저 새끼.”

“그게 가능합니까?”

내 말에 박 분대장은 대답 대신 손가락을 가리켰다.

“저게 모든걸 설명해주잖냐. 넌 저게 사람으로 보이디?”

“....”

**

김병장의 일로 부대가 발칵 뒤집혔다. 김병장의 사건이 대대장의 귀로 들어간 것이다. 급하게 부대와 달려와 김병장의 상태를 본 대대장은 군병원이 아닌 민간 병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 새끼 못 움직이게 잡아놔.”

대대장의 명령에 우리들은 할수 있는 완전 무장을 한 상태로 8생활관으로 침입했다.

“아 왜 이런걸 우리한테 시키는거야. 시발..”

박 분대장의 투덜거림에 구석에서 빛나는 안광이 보였다. 김병장은 순식간에 늘어나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는 우리를 보고는 위기 의식을 느꼈는지 곧 날카로운 비명 소리와 함께 생활관 창문으로 몸을 던져 나가버렸다.

와장창!

꽤 커다란 굉음 소리가 나며 김병장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은 한순간. 우린 당황한 얼굴로 깨진 창문을 향해 달려가 김병장의 행방을 쫓으려고 고개를 내밀었지만 이미 풀숲으로 몸을 숨겨버린 뒤였다.

“고양이는 고양이네.”

3층 높이에서 뛰어내려 사라지는 것도 순간. 우리들은 대대장에게 작전에 실패했다는 보고를 했고 대대장은 이내 경찰에게 연락하는 수를 취했다.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고 잘 수습하는게 관건이다. 전 부대원들은 밖에 나가지 말고 생활관 내에서 대기하도록 한다. 위병초소 근무는 당분간 하지 않으며 불침번 근무만 서도록 하고. 무조건 4인1조로 움직이도록 한다. 만약 무슨 일이 일어나면 바로 무전기로 연락하고. 알겠나?”

그날 오후 소대장의 말에 우리는 불만을 토로했다. 김병장은 말년에서도 말썽을 일으키는데 아주 도가텄다. 신병때 그에게 당한 것들이 참 많았는데 집에 가는 날 앞두고 정말 여러모로 부대원들에게 피해를 주는구나. 그런 새끼는 죽어버려야 하는건데..

“그 새끼 쑈하는거 아니야?”

“암만 그래도 그렇지. 말년에 그렇게 하고 싶겠냐? 영창가게 생겼는데.”

“어느 정신나간 새끼가 말년에 그 지랄을 하겠냐.”

“김병장은 몰라. 새꺄.”

부대원들은 그렇게 김 병장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사실 김 병장의 입지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생긴 것도 호감상이 아닌데다 갖은 수를 동원해서 부대원들을 괴롭히는 즐기는 그는 한편으로는 정신병자와도 같아 보였다. 같이 잘 웃다가도 순간 정신이 나가 정색하며 욕을 해대는 그의 모습에 모두가 질려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김 병장의 사건은 쉽게 마무리가 되었다. 민간 경찰이 투입되고나서부터 그의 행방을 금방 찾을 수 있었고 곧 병원으로 이송하는데 성공했지만 검사를 시작하고 치료를 시작함과 동시에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땐 부대 분위기가 말도 아니었다.

‘저주.’

일부 부대원들은 그렇게도 불렀다. 그 후로 우리 부대 내에서는 고양이에게 손을 대면 안된다는 암묵적인 룰이 절대적으로 지켜지고 있었다. 그렇게 1개월정도.. 천천히 부대에도 평화가 오는가 싶었지만 다른 사건이 부대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제2의 김병장이라고 불릴 만한 일이 일어났는데 갓 들어온 신병 중 하나가 고양이 증세를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미 김 병장의 일로 한참 민감해져 있던 우리 부대는 어렵지 않게 신병을 처리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 신병도 머지 않아 죽었다는 것이었다.

‘저주다.’

정말로 저주가 아닐수가 없었다. 정말로 김 병장이 죽인 고양이 하나 때문에 이렇게 되는건가? 연속으로 병사 2명의 죽음에 대대장은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그는 부대 주위에 있는 종교에 힘을 빌려보기로 했는지 어느 날은 목사, 어느 날은 스님을 데려왔다.

목사는 온 생활관을 돌아다니며 성수를 뿌리고 기도를 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스님은 달랐다. 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스님은 생활관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한 곳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우리에게 물었다.

“부대 내에서 고양이를 키웁니까?”

“아뇨, 없습니다.”

“허허..”

스님은 뭔가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다른 생활관 내부도 천천히 돌아보기 시작했고 이내 강당으로 돌아온 스님은 전 부대원들을 집합시키고는 말했다.

“아무래도 고양이의 지독한 원한이 서려 있어 제 힘으로는 어쩌질 못할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어서 여길 떠나는게 좋겠습니다.”

그 말에 대대장이 펄쩍 뛰었다.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가 어딨습니까. 겨우 한 마리 아닙니까.”

“보아하니 그 김 병장이라는 친구.. 한 마리만 해한게 아닙니다. 그가 머물렀던 자리, 이동 경로를 따라가보니 고양이의 악취가 아주 지독합니다. 그건 수백마리는 족히 해했을 겁니다.”

“..예?”

“고양이는 영물입니다. 자기에게 해를 가하면 절대 잊지 않고 복수를 합니다. 수백의 고양이의 원혼이 이 부대에 깊숙이 자리 잡아서 방도가 없습니다. 이러고 있다가는 제 2의 김병장의 사태가 일어날 겁니다. 기가 약한 병사들은 곧 같은 형태를 띄며 죽어나갈 겁니다.”

제2의 김병장. 전에 죽은 신병이 떠오르자 부대원들은 동시에 술렁거렸다.

“아니, 무슨 방도가 있을 것 아닙니까?”

“동물령의 무서움이 그것이지요.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저로서는 해결할 수 없으니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남긴채 스님은 빠르게 부대 밖을 나가버렸다. 남은 부대 원들은 강당에 서서 멍한 얼굴로 대대장을 올려다보았다.

그 중에서는 미신이라고 치부하는 말이 고무적이었다.

“김 병장 과거력을 보니 가벼운 조증 증세 때문에 약을 탄적이 있었습니다. 그 신병도 같은 케이스였습니다. 너무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여기 있는 부대 원들과 저희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작전 장교가 슬쩍 말하니 대대장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일 이 지역에서 용하다는 무당들 데려올테니까 조금만 더 지켜보자고.”

빠르게 해산을 한 뒤 각자 생활관으로 돌아온 우리들은 조금식 이 생활 패턴에 익숙해져 있었다. 무엇보다 외부 근무를 나가지 않아 시간적 여유, 밤에 길게 잘 수 있다는 만족감은 나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부대원들도 느끼고 있었다.

부대 분위기는 무거웠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대로의 만족감을 찾아가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의 끝을 알리는 점호가 시작되고 잠에 들고 얼마 지나지 않았다.

톡톡. 톡톡톡.

창문을 두드리는 미세한 소리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조금 짜증이 일었지만 나를 깨운 미세한 소리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생활관 창문으로 다가가니 부대 밖을 둘러 싸고 있는 숲속에서 빛나는 안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족히 몇 백은 되어 보이는 안광들. 주위에 있는 고양이들이 모두 모인건가? 세상에 고양이라는 생물이 이렇게 기분 나빴던 적이 있었던가? 한숨을 쉬며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생활관 침상에 앉아 있는 선임과 후임들의 앉아 있는게 보였다.

“뭐, 뭐야.”

모두 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그들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는데 반짝 거리며 선명한 빛을 띄고 있는 눈동자들은 사람이 아닌 고양이의 그것이었다.

그 모습이 하도 괴이하여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고 그것이 그들을 자극하게 되었는지 곧 나를 향해 모두가 달려들었다.

**

“으아아악!”

다행히 꿈이었다. 내 비명 소리에 모두가 동시에 일어났는데 다들 안색이 좋지 않았다.

“혹시 꿈꾸신 분?”

내 말에 모두가 똥이라도 씹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하.. 시발 진짜 빨리 뜨고 싶다.”

생활관 내 최고 고참 백 병장이 그렇게 말하며 환복을 하기 시작했다. 그건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우린 말 없이 환복을 하고서 강당으로 모였다. 부대원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엉망이다. 아마 다들 같은 악몽을 꾸진 않았을까?

간략히 아침 점호를 하고서 식당으로 향하는 도중 대대장의 차가 들어섰고 그 안에는 대대장 외에 평범해 보이는 남자 1명 여자 2명이 내렸다. 그들은 곧 부대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무당인가?”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각자 생활관으로 복귀하니 벽마다 붙어져 있는 부적들이 빼곡했다. 우린 부적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정말 이걸로 효과가 있는건가?”

백 병장이 아리송한 얼굴로 부적을 가만히 들여다 보며 중얼거렸다.

“뭐 없는 것 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

“그것보다 그거 들었습니까? 이 부대 거의 없어진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그럼 우리들 다 전출되는거냐?”

“그러지 않겠습니까?”

“하, 아저씨 생활인가.. 뭐 나쁘지 않지.”

사람이 둘이나 죽어나갔기 때문인가? 뭐 부대의 소문은 맹신하면 안된다. 그냥 그런 정도로만 받아들여야 한다.

[아아. 대대장이 전파한다. 지금 즉시 강당으로 모일 것. 지금 즉시 강당으로 모이도록.]

부대내 방송이 울려퍼졌다. 우리들은 서둘러 환복하고 강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강당에는 이미 차려진 제사상과 무당으로 추정되는 3명의 사람들이 서있었는데 우리들은 보자마자 그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다 씌였어요. 빨리 하시죠.”

그 말에 영문을 모르는 우리들과 다르게 대대장은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하며 우리들에게 말했다.

“이분들 말로는 우리 전체가 다 고양이 원혼에 씌인 상태라고 한다. 그러니 이분들이 해주는거 잘 받도록 하고. 혹시 몸에 이상 있으면 바로 말하도록.”

그 말에 모두가 반신반의한 얼굴로 무당들과 대대장을 번갈아 볼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애매한데다가 처음 보는 사람들이 우리의 상태를 단번에 판단하는 것도 영 꺼림칙 했다.

“분명 병원에서는 이상 없다는 판단 받았지 말입니다.”

내 말에 백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뭐 하는게 좋지 않겠냐?”

곧 이어 무당들은 수백장의 부적들을 항아리에 모조리 때려 넣고는 태우기 시작했다.

“어서 이 연기를 마시세요. 폐 속에 깊게 새기도록 마셔야 합니다.”

항아리에서 뭉게뭉게 피어나오는 까만 연기들을 보니 마시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 속아보자는 마음으로 연기를 깊숙이 폐속으로 들여보냈다.

“우욱!”

순간 식도를 타고 전해지는 이물감에 입을 열었고 나도 모르게 덩어리 하나를 뱉어버렸다.

“이게 뭐야..”

까만.. 아주 까만 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져 나왔다. 나를 시작으로 모두가 까만 덩어리들을 뱉기 시작했는데 어느 대원들은 여러 차례 그것을 게워내야만 했다.

한동안의 소동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점검을 하기 위해 부대원 한명 한명을 보던 무당들은 아직 진행중인 부대원들에게 다가가 더 연기를 마시게 했다.

“우욱. 우웩!”

격하게 토를 하며 까만 덩어리를 뱉어야 하는 부대원의 상태가 영 이상했다. 격하게 몸을 떠는 것으로 시작해 바닥에 데굴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찾았다. 여기 있었네.”

“너구나. 그 김병장이랑 같이 고양이 먹은 애가.”

그 말과 동시에 데굴거리기 시작한 대원은 입을 크게 벌리고 괴성을 질렀다.

“키야아옹!”

그건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하늘을 찢는 듯한 소리에 모두가 움츠러들었지만 무당들은 여간내기가 아니었다. 곧 이어 방울을 흔들고 커다란 칼을 휘두르기 시작한 무당들은 대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액체를 확인하고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이것으로 되었습니다. 모두 돌아가셔도 됩니다. 다만 밤에 자기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도 절대 나가거나 대답해서는 안됩니다. 그것만 넘기면 별일 없을 겁니다.”

그 말에 대대장이 물었다.

“만약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그러면 더 이상 손쓸수가 없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수도 있습니다. 그 악귀 놈은 마지막까지 기회를 노릴 겁니다. 오늘밤만 넘기십시오.”

지친 기색을 보이며 돌아가는 무당들을 보며 대대장은 단단히 당부를 했다.

**

그날 밤. 우리들은 생활관의 문을 임의로 걸어 잠그기로 했다. 안에서 열수 없도록 밖에서 시건 장치를 해두는 것으로 말이다. 왜 이렇게까지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건지 불만도 있었지만 아까의 사건 이후로 모두가 거의 믿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그 중에서는 김 병장과 고양이를 같이 먹었다는 대원은 아직까지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위중한 상태인건가.

곧 이어 밤이 다가왔다. 같은 생활관내 대원들은 잠을 자지 않기로 했다.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 누군가 나가려고 할 때 잡아주자고 약속도 했다.

밤 9시가 되고 10시. 그리고 11시가 되고 12시가 되었다.

치직. 칙. 칙.

부대내 방송용 마이크가 켜지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시발 죽은 줄 알았지? 이 개새끼들아아. 캬아악!]

김병장의 목소리에 모두가 몸을 떨기 시작했다.

“아니야. 저건 김병장이 아니야. 분명 죽었잖아.”

“마, 맞습니다. 분명 환상입니다.”

치직. 칙. 치지직.

방송용 마이크가 꺼지지 않는 상태에서 뭔가 부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다른 부대원들의 비명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다. 그 소리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모두가 몸을 움츠렸다.

“하, 시발.. 꿈이야. 그래 꿈.”

콰광. 부숴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온다. 차례대로 문을 부숴대는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다른 부대원들의 비명 소리.

“환상이지? 이거 환상 맞지?”

백병장이 그렇게 말하며 몸을 심하게 떨었다.

그 소리에 우리들은 마른 침을 삼키며 서로의 손을 강하게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콰광. 쾅! 바로 옆 생활관의 문이 부숴지는 소리. 곧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 생활관 문틈으로 보이는 김병장의 안광.

그것을 본 백병장은 발작하듯 소리를 지르며 문으로 달려갔다.

“안돼. 잡아! 잡으라고 새끼들아!”

내 외침에 모두가 백병장의 몸을 잡으려 했지만 어디서 나오는 힘인지 우리 모두를 질질 끌고서 생활관 문쪽으로 기어가는 백병장.

“정신차려! 정신차리라고 백병장! 이 개새꺄!”

내 말에 백병장은 비명을 지르다가 곧 안광을 바꾸기 시작했다. 곧 짐승의 그것으로 바뀐 백병장의 안광의 모두가 기겁했고 백병장은 침을 질질 흘리며 웃기 시작했다.

“너네들은 어디 못가.. 나랑 같이 있는거야. 캬아악!”

**

새벽녘에 울리는 전화 소리에 눈이 떠졌다.

“..충성.”

지금 시각에 이 전화를 할 사람은 상급자 외엔 없다. 발신자가 누군지 확인할 여력이 없어 인사를 하니.

“그래. 바쁜데 미안하다.”

“아닙니다. 말씀하십시오.”

“사건 하나 터졌다. 급히 가야겠다.”

전화 너머로 들리는 무거운 한숨 소리. 여간 사건이 아니라는 뜻이다.

“심각한겁니까?”

“그래. 대대 하나가 묵사발이 났어. 나도 곧 그리로 갈거야. 주소는 보낼테니까. 거기에서 보자고.”

“충성.”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한 뒤 몸을 일으켰다. 아직 깨어나지 않는 몸과 뇌를 깨우기 위해 간단히 샤워를 하고서 옷을 갈아 입고 차에 올랐다.

딸랑. 딸랑.

백미러에 달려 있는 방울 소리가 여간 좋지가 않다. 아무래도 큰 사건이 일어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