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를 대충 두드리며 시간을 때우고 있자니 팀장이라는 양반이 겉옷을 입으며 일어났다.

“당장 급한일도 없으니 오늘은 적당히 마무리 하고 들어가지.

먼저 갈테니까 특별한 일 없으면 다들 들어가봐.”

시계를 보니 5시 10분이 막 넘어가고 있었다.

한심한 양반 같으니.

머리숱은 없는 주제에 배는 불룩 나와서는 헤실거리는 꼴이 참 같잖은 인간이다.

야근을 하면서 온힘을 쏟아 부어도 모자를 판에 집에 못가서 안달이라니.

뭔 말만 하면 우리 와이프가~ 우리 와이프가~ 하는 걸 보면

여자한테 꽉 잡혀사는 찌질한 인간일게 뻔하다.

말한마디 못 하고 찌그러져 있는 꼬라지가 눈에 훤해서 절로 한숨이 나온다.

“네 고생하셨습니다. 들어가세요!”

뭐가 그리 좋은지 김과장이 깍듯하게 인사를 하며 웃고 있다.

기생오라비 같은 놈.

저놈은 뭐 일찍 끝나봐야 어디 가서 골빈년들 꼬셔낼 궁리나 하면서 돌아다니겠지.

겉으론 번듯한 척 착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정작 뒤에선 여자에 환장할 관상이다.

“어? 그럼 저도 들어가 봐도 될까요? 오늘 친구 만나기로 했는데..”

박주임.

못생긴 주제에 꾸민답시고 차려입은 꼬라지에 누굴 꼬실려고 향수를 뿌리고 다니는지.

하여간 못생긴 것들이 밝히긴 더 밝힌다.

어디 순진한 사내놈 꼬셔내서는 돈이나 뽑아먹을 생각하는 골빈년이겠지.

오늘도 어디 나이트 같은데 가서 다리벌려 줄 남자 찾아다닐게 뻔하다.
“에휴...”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러 나오는 깊은 한숨을 뱉어 보이고는 짐을 챙겼다.

“왜그래 이사원. 무슨일 있어?”

날 쳐다보는 김과장의 눈빛이 그렇게 띠꺼울 수가 없었다.

“에? 아뇨아뇨 그냥.....”

이따위 한심한 사람들이랑 일한다니 나도 참 거지 같은 회사에 왔구나 싶어서요...

라고 대답하고 싶은 걸 꾹 참고는 밖으로 나갔다.

어떻게 제대로 되먹은 사람이 단 하나도 없는지

새삼스레 짜증이 몰려왔다.





“안녕하세요!”

박주임. 8시 57분.

“좋은 아침!”

김과장. 9시 01분.

역시나 오늘도 날 실망 시킨다.

9시가 업무 시작이면 적어도 10분 전에는 와서 준비를 해야지.

하기사 팀장이란 작자부터가 10분 정도는 우습게 늦으니 아랫물이 이따위 일 수밖에.

박주임은 가방내려놓기 무섭게 커피타는 꼬라지.

그거 다 마시면 또 화장실 갔다온다고 시간 잡아먹겠지.

못생긴 주제에 같잖게 깔끔을 떤답시고 굳이 공실이 많아 사람이 별로 없는

윗층 화장실만 간다.

몰래 남자라도 숨겨두고 짬날 때 마다 화장실에서 서로 물고 빠는걸지도.

아니, 아예 김과장이랑 붙어먹는 걸 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둘이 같이 자리비우는 경우도 있으니까.

김과장 그 양반 담배 핀답시고 자주 들락날락 거리니

그사이에 둘이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붙어먹을지 모를 일이다.

역시 꼴같잖은 것들은 꼴같잖은 것들끼리 들러붙기 마련이다.

이럴게 아니라 내가 한번 제대로 잡아서 폭로 해 버려?

증거를 잡아다가 쫙 풀어버리면 쪽팔려서라도 그만둘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라도 회사에서 짤리겠지.

내친김에 대머리 팀장 비리도 캐버리는 거다.

저 배통을 보면 욕심이 그득한 인간이니 분명 회사 자금을 뒤에서 빼먹고 있을 터였다.

증거를 잡아다가 고발해버리면.

보기 싫은 인간들을 완전히 치워버릴 수 있다.

그럼 난 공로를 인정받아서 역대급 초고속 승진을 하고.

팀장이 되어서 직접 팀을 꾸리는 거다.

진짜 철저하게 뽑아서 최고의 엘리트 팀으로 만들어야지.

인성. 능력. 학력. 전부다 꼼꼼히 검토해서

제대로된 인간들만 세워놓는거다.

물론 외모 커트라인은 최대한 높게.

대머리에 기생오라비에 못생긴년 따위 다시 볼일 없게.

생각만해도 기분좋아지는 일이었다.

“이사원. 서류 작성 다 됐어요?”

한참 기분 좋은 순간, 팀장의 거슬리는 목소리가 내 신경을 건드렸다.

“에? 아직 안했는데....”

팀장은 뭐가 불만인지 잠시 날 보고 있더니만 고개를 숙인다.

“오후에 보고 올려야 되니까. 바로 작성해서 결제 올려주세요.”

야리고 지랄이야.... 돼지새끼가...

아무래도 내 정신건강을 위해 하루빨리 보내버려야 될 것 같다.




“오늘 전무님이랑 식사 약속 있으니까 먼저 가볼게요. 점심은 나빼고 먹어요.”

팀장이 일어나자 둘은 밥먹으러 가야겠다며 신나서 분주해졌다.

아직 점심시간 5분 전인데.

역시 일괄적으로 개념 없는 사람들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박주임이 내게 말했다.

“저희 소바집 가기로 했는데 같이 가실래요?”

가기로 했다니 언제?

아무래도 둘이 메시지를 주고받은 모양인데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둘은 분명 붙어먹고 있다.

그보다 소바라니. 메뉴 선정 센스도 진짜 구리다.

“에? 면 별로인데.....”

“그럼 우리끼리 먹고올게요.”

김과장은 메뉴를 변경할 생각은 못하는지 그대로 박주임과 함께 나갔다.

싸가지 없는 새끼.

오냐. 차라리 잘됐다. 너희가 밖에서 희희덕 거리는 동안 너희들을 나락으로 보내주마.

난 어제 챙겨두었던 공기계폰을 들고는 밖으로 나갔다.




역시 위층 여자화장실엔 아무도 없었다.

증거를 잡기 위해선 역시 카메라가 최고다.

천장 합판을 떼어낸 다음, 작은 구멍을 뚫어서 휴대폰 카메라에 맞춰두고 다시 조립하면

감쪽같이 준비가 끝난다.

이걸로 두명은 확실하게 보내겠구만.

끙끙거리며 천장 합판을 떼어낸 순간,

“이사원 여기서 뭐해?”

화들짝 놀라 돌아보니 김과장이 화난 얼굴로 날 보고 있었다.

“그걸로 뭐하려고? 몰카 설치하려고?

박주임이 이사원 여기 들어가는거 봤다길래 와봤는데 이게 뭐야?”

하.. 재수도 없지.

밥먹으러 간다는 년이 뭐 또 화장실에 쳐 오고 지랄이야.

“아니.. 몰카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천장 들어내서 휴대폰 설치하려는거 맞구만.

그 동안 이사원 하는거 마음에 안들어도 그냥저냥 넘어갔는데

이건 너무 선넘는거 아니야?”

마음에 안들기는 지까짓게 뭔데 마음에 드네 안드네 하고 있어.

평소엔 상대 안하고 말지만 오늘은 좀 억울해서 좀 따져보기로 했다.

“왜 뭐가 마음에 안들어요. 내가 뭘 어쨋는데.”

김과장은 기막히다는 듯이 날삐딱 하게 쳐다보더니 속사포 같이 뱉어내기 시작했다.

“일할 생각 없이 뺀질거리다 다른 사람들 한테 다 넘기는거.

말 끝 흐리면서 예의없이 대하는거.

직원들 한명한명 평가질 하면서 있는얘기 없는얘기 다 만들어서 뒷담화 하는거.

혼자 뭐라도 되는양 건방지게 굴면서 도움은 안되고.

이기적이고. 눈치 없고. 일 못하고.

그런 주제에 기분나쁘게 중얼중얼. 중얼중얼.

박주임한테도 그렇고 타부서 여직원들 나쁘게 말하는것도 내가 모를줄 알아?

안그래도 내가 언제 한번 제대로 얘기한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이젠 이따위 짓거리를 해?”

내 기분을 박살내버리는 기분나쁜 소리에 머릿속이 뜨겁게 달궈졌다.

병신취급하는 말투.

한심하다는 듯 꼬나보는 눈깔.

날 아래위로 훑어보는 그 눈깔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그렇게 보는데..”

“뭐?”

“그렇게 쳐다보지 말라고!”

참지 못하고 김과장 멱살을 꼬나쥐었다.

그래. 다 필요 없다. 이따위 싸가지 없는 새끼는 개처럼 줘 패야 된다.

하지만 내 주먹이 휘둘러 지기도 전에 순식간에 벽에 밀쳐졌다.

“이게 어디서 되려 화를 내고 있어?

이거 절대 그냥 못넘어가니까 그렇게 알아.

내가 제일 혐오하는게 너같은 놈들이야.

양심없고 능력없고 인성 파탄난 너같은 놈들.”

또. 또. 저 눈깔!

저 뽑아먹어도 시원찮은 개같은 눈깔!

“야리지 말라고 개새끼야!!!!!”

온 힘을 다해 달려갔지만 이번엔 바닥으로 맥없이 밀쳐질 뿐이었다.

분하고 화가나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너 또 덤벼들면 나도 더 안참아.”

호흡이 가빠지고 눈앞이 뿌옇게 변했지만 난 포기 하지 않았다.

제대로 한방.

아구창을 제대로 날려주지 않으면 속이 풀리지 않았다.

그런 내눈에 벽 한켠에 기대어져 있는 대걸레 하나가 보였다.

“이야!!!!!”

번개처럼 걸레를 집어들고는 크게 휘둘렀다.

“컥.”

놈은 팔로 막아내긴 했지만 느낌이 묵직 한 것이 제대로 들어간 것 같았다.

“개새끼야!!!”

두 번째 휘두른 대걸레는 쇳덩이 부분이 정확하게 놈의 관자놀이를 찍었다.

튀어나가는 피를 보자 앓던이가 빠진것처럼 시원한 느낌이었다.

“죽어! 죽어! 개새끼야!!!”

쇳덩이가 놈의 뼈를 부수고 살을 뚫을 때마다 말 못할 희열이 날 감싸오기 시작했다.

속이 시원해 질 때까지 두들겨 팬 다음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들었다.

김과장 놈은 움찔거리지도 못하고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었다.

그래. 그따위 추잡한 몰골이 너랑 어울리지.

별것도 아닌 새끼가 깝치기는.

역시 쓰레기한텐 매가 약이다.

“그래. 개새끼들 내가 다 죽여버려야지.

쓰레기 새끼들 날 무시해?

대가리 터져봐야 정신 차리지. 미친 년놈들.

다 죽여버려야지 개새끼들.”

씩씩거리면서 다른 놈들을 잡으려 나가려던 그때,

문득 눈을 돌려 쓰러진 김과장을 돌아보았다.

눈도 감지 못하고 죽은 김과장은 날 바라보고 있었다.

또 그 한심한 눈빛.

“야이 개새끼야! 눈깔!!!!”

분을 참지 못하고 다시금 대걸레로 시체를 후려쳤다.

정신 없이 후려치다 어느새 나타난 경찰들이 날 붙잡아 바닥에 쓰러트렸지만

내 관심은 오로지 시체에 가있었다.

“눈깔! 개 씨발 눈깔!!!!”

그 시체는 마지막 순간까지 날 보고 있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그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By. neptun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