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부끄러워 말자

요람에서 나와 기어가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어

너는 서는 법을 배우고 있잖니.

엄마 아빠이 그랬듯

네 작은 인형이 그랬듯

다들 널 기다려 줄거야



아이야 서두르지 말자

널 기다리고 있는 세상은 언제나 거기 있잖아.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면 충분해.

네 첫사랑이 그랬듯

네 친구들이 그랬듯

서투른 마음에 상처나진 않을까.



아이야 욕심내지 말자

두 발로 서 있지만 모든것이 널 짓누르고 있어.

무리할 필요는 없잖아.

네 아내가 그랬듯

네 자식들이 그랬듯

그 자리에 있기만 해도 고마울 뿐이야.



아이야 슬퍼하지 말자

굽은 등의 아픔을 나보다 누가 더 잘 이해할까.

희고 뿌연 눈 안에 남은 꿈은 어릴 적 그대로구나.

네 엄마 아빠가 그렇듯

네 아내가 그렇듯

느린 작별인사는 진심이라는 걸 잊지 말자.



아이야

우린 평생 서로의 감은 눈을 본 적도 없고

서로의 등을 본 적도 없었지

죽는 마지막 날에 나를 원망하지 않는 네가

그저 대견할 따름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