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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5년 전, 제가 26살이었을 때 이야기입니다.


저는 그때 혼자서 자주 술집에 가곤 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자리에서 마음에 드는 메뉴를 먹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원래 남의 시선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라 혼자 먹고 마시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어요.


어느 날 평소처럼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데 한 남자가 스스럼없이 말을 걸었습니다.

나이는 40대 중반쯤으로 보였습니다.

어쩌면 제 부모님 뻘 나이였을지도 모르겠네요.

그 남자도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합니다.

또 가게에서 저를 자주 봤다고도 했습니다.


막상 그 남자와 조금 이야기를 나눠 보니 꽤 잘 맞는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취미도 비슷하고 고향도 가까웠습니다.

심지어 제 직업까지 알아맞혔을 때는 정말이지 깜짝 놀랐습니다.

본인은 ‘눈치가 빨라서’ 그렇다고는 했지만, 제 직업은 일반적으로 쉽게 맞출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때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그 남자와 만난 후, 우리는 여러 번 함께 술을 마시러 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 남자가 무작정 제 고향으로 놀러 가고 싶다고 조르는 겁니다.


"어떤 곳인지 보고 싶어."


“안내 좀 해 줘."


매번 그 남자를 볼 때마다 똑같은 말을 들은 것 같아요.


왜 이렇게 생판 남의 고향에 오고 싶어 하는 건지.

그 답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남자와 알고 지낸 후의 일입니다.

저는 볼일이 있어 고향에 돌아갔습니다.

1년 반 만에 들리는 고향이기에 가족들을 만나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하나도 변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여동생이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때 제 여동생은 고등학교 2학년이었어요.

오빠인 제가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제법 예쁜 편이고 동네에서도 인기가 많아서 예전에도 그런 끈질긴 남자들에게 시달린 적이 몇 번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명백히 스토커, 게다가 얼굴을 볼 수 없는 인터넷상에서의 스토킹이라고 했습니다.


그 스토커는 SNS에서 계속 메시지를 보내온다고 합니다.

아무리 차단해도 새로운 계정으로 보낸다고 하네요.

불안 가득한 얼굴로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던 동생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래도 최근 들어서는 잠잠해져서 조금씩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저는 스토커가 이대로 포기하고 물러서기를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얼굴의 핏기가 싹 가시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제가 스토커의 외모와 프로필에 관해 물어본 직후였습니다.


"아~ 대략적인 인상이라면 프로필 사진으로 알 수 있긴 해."


동생은 스토커가 사용하고 있는 계정의 프로필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사진에 찍혀 있던 건 그 술집에서 만난 남자였습니다.


옆모습 사진이긴 했지만, 금방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눈꼬리 주름, 특징적인 귓불, 그리고 점 위치까지 똑같았습니다.

동생이 충격 받을까 봐 그 남자를 안다는 사실을 숨겼지만….

그 대신 제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동시에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어떻게 저랑 동생이 남매라는 걸 알고 있었냐는 거죠.

그냥 우연일까요?

그렇다 치기엔 수상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하지만 동생이랑 저는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설령 동생의 신상을 캔다고 해도 정확하게 절 찾아내서 친해지는 건 불가능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SNS의 무서움이 드러나게 된 겁니다.

사실 동생을 스토킹하던 남자는 동생의 글을 보고 오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모양입니다.

그 후 시간을 들여 제 계정까지 알아냅니다.

놀랍게도 그 남자가 살던 지역이 제가 자주 가던 술집이 있는 지역과 같았던 겁니다.

그건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 단순히 우연이었으면 좋겠네요…

아무튼 그 남자는 제가 혼자 술을 마시는 동안 쓴 글과 음식 사진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남자 바로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제게는 SNS에서 말을 거는 대신, 몰래 글을 관찰한 후 현실 세계에서 말을 건 셈이죠.

동생에게 더 다가갈 수 있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고 합니다.


동생이 스토커가 잠잠해졌다고 한 시기와 제가 그 남자를 알게 된 시기도 똑같았습니다.

저는 그 남자의 정체를 확신한 후 남자를 만나 직접 경고했습니다.

위에 쓴 내용은 전부 그 남자에게 직접 들은 겁니다.

우연히 여동생이 올린 사진을 보고 그 남자는 첫눈에 반했다고 합니다.

일단 구두 약속이긴 했지만, 앞으로는 깔끔하게 포기하겠다고 해서 우선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저 또한 그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고 싶었기에 그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생에게는 결국 그 남자와 아는 사이였다고는 하지 않고, 해결됐다고만 말했습니다.

여동생은 전화 건너편에서 어떻게 해결됐다고 단언할 수 있는지 의아한 듯 물었습니다.

하지만 제 말을 믿고 반기는 눈치였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번 일은 정말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동생의 스토커랑 친해졌다는 것보다도 세상이 참 얼마나 좁은지, SNS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느끼게 되어 무서웠습니다.

그 이후로 자주 가는 술집에도 가본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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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恐怖の泉
※이 글은 원문 출처의 관리자로부터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번역/작성하였습니다.